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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밀월 … 한국외교, 시험에 들다

중앙일보 2013.10.05 01:44 종합 1면 지면보기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과 군사비 증액에 지지 입장을 밝힘에 따라 동북아 안보 구도에 변화 가능성이 커졌다. 미·일 양국은 지난 3일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의 공동성명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확인했다. 동맹국이나 이해관계에 있는 나라가 공격받았을 때 자국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공격할 수 있는 권리(집단적 자위권)를 인정받음에 따라 일본은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


미국, 일본 앞세워 중국 견제
드론도 배치키로 … 중 반발
한국은 사이에 끼게 돼 부담
"동북아 중재역 맡아 풀어야"

 과거 미국이 한·중의 우려를 고려해 유보적 입장을 보여온 데서 이같이 바뀐 이유는 ‘아시아로의 회귀 전략’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는 4일 “ 재정 악화와 중동 문제로 여력이 없는 미국이 일본을 전략적으로 키워 동북아 역내 균형을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종연구소 진창수 일본센터장도 “미국의 대중 견제망 구상의 일환으로 동북아 안보 구도의 전환 신호”라고 말했다.



 일본은 미사일방어망(MD) 가입을 통해 미국과 군사적 보조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통해 경제적 보조를 맞추고 있다. 둘 다 중국을 겨냥한 체제다. 2008년 금융위기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미국으로선 일본의 ‘지원’을 통해 재정적 부담을 줄이며 중국을 견제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움직임은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은 미·일 공동성명 발표 직후 “일본과 미국이 냉전적 사고를 버리지 못한 채 군사동맹을 강화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미·일 간 밀월에 중국이 반발하는 동북아 정세는 고스란히 한국의 부담으로 남았다. 대결 구도가 고착될 경우 동북아에 신냉전 구도가 형성될 공산이 커서다. 한국은 올해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았지만 미국과의 갈등은 산적해 있다. MD 가입이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는 물론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서도 미국과 온도 차가 있다. 올 초 북핵 위기 고조로 형성됐던 한·미·일 공조 기류는 일본과의 과거사·영토 문제로 삐걱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을 포섭한 미국이 한국에 MD 가입 등의 선택을 압박할 것이며,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한국은 미국의 질서재편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진 센터장)고 관측한다.



 북한 문제의 비중 감소도 걱정이다. 동북아 안보논의가 북한 문제 중심에서 미국을 배후에 둔 일본과 중국의 마찰 중심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맥락에서 미국이 내년 1월 처음으로 일본에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드론)를 2~3대 배치하기로 한 것도 심상치 않다. 미 정부 당국자는 4일 미국 기자들과 만나 “드론을 일본에 배치하는 건 북한의 위협 때문”이라고 밝혔다. 북한 위협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중국까지 노린 다목적 포석이다. 드론 등 첨단무기의 일본 배치는 중국을 자극해 군비경쟁이 가속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동북아에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는 걸 막고 남북 문제를 풀어가는 데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면 한국이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역사와 국민감정, 정치·경제·안보가 복잡하게 얽힌 동북아의 상황은 말 그대로 ‘아시아 패러독스’”라며 “APEC 등에서 한국이 무산될 위기에 놓인 한·중·일 정상회담을 중재하는 역할을 통해 일본과의 갈등요소를 줄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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