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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실명 비난한 북 국방위 … 정부 "매우 유감"

중앙일보 2013.10.05 01:40 종합 3면 지면보기
북한이 4일 박근혜 대통령을 ‘괴뢰’ 등의 표현을 써 가며 거칠게 비난했다.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박근혜와 그 일당은 민족의 지향과 시대의 흐름을 똑바로 보고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실명 비난을 한 적은 있지만 취임 이후에는 ‘청와대 치맛바람’ 등의 우회적 표현을 주로 써 왔다.


"개성공단 협상 주도권 놓치자 … 북, 전술적으로 거리두기 나서"

 북한은 성명에서 핵무기 개발과 관련, “미국의 핵전쟁 참화를 막기 위한 강력한 억제력이며 나라와 겨레의 운명을 지키기 위한 민족공동의 귀중한 보검”이라고 강변했다. 이어 “박근혜와 그 일당이 그 누구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미명하에 외세와 야합하여 우리의 체제 전복을 노리고 우리의 핵무장을 해제하려고 분별없이 달려든다면 스스로 제 무덤을 파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1일 국군의 날 65주년 경축사에서 “북한이 집착하는 핵과 미사일이 더 이상 쓸모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 걸 지목한 것이다.



 국방위는 또 “박근혜 일당은 북남 관계를 개선하기 위하여 우리가 취한 주동적인 조치들을 그 어떤 큰 나라의 조종을 받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고 말해 중국의 대북 압박에 굴복한 것으로 비치는 데 대해 부담감을 느끼고 있음을 드러냈다.



 정부는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내 “북한이 우리 국가원수에 대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로 실명으로 비난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또 “대화와 협력을 통해 차근차근 남북 간의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해 나가고 있는 과정에서 상대방 국가원수를 비방중상하는 것은 이러한 노력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돌연 대남 비난 수위를 올리고 나선 건 의도적인 긴장 조성책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은 추석 이산가족 상봉(9월 25~30일 예정) 등 남북 간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개성공단 재개와 이산상봉 합의 등의 과정에서 지나치게 남측에 주도권을 잃었다는 판단에 따라 전술적으로 거리 두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책임자로 있는 국방위가 나서 박 대통령에 대한 거친 비난을 쏟아내고, 정부가 맞받아침에 따라 당분간 남북 관계는 냉랭한 기류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에 주력하면서 나머지 남북 관계 현안에는 냉각기를 가지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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