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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D램의 힘 … 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조 돌파

중앙일보 2013.10.05 01:05 종합 10면 지면보기
35일간 이어진 출장을 마치고 4일 귀국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삼성 임원진이 김포공항에서 맞이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수행비서, 이 회장,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강호문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지난 8월 28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3분기 실적 둔화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가요? 잘될 것 같은데요”라고 짧게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이 모바일 사업 성장이 한계에 달했다며 실적 하향 추세를 점치고 있을 때 나온 의외의 답변이었다. 하지만 4일 뚜껑을 열어보니 그의 예측이 맞았다.

3분기 매출도 59조 사상 최대
보급형 스마트폰 판매 호조
예상보다 300만 대 더 팔려



 삼성전자가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조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 2분기에 이어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기록행진도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연결기준)이 매출 59조원, 영업이익 10조1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4일 공시했다. 하루 약 6400억원어치의 물건을 팔아 1100억원을 남긴 셈이다. 1일 영업실적이 웬만한 중견기업의 1년치 실적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 2분기(매출 57조4600억원, 영업이익 9조5300억원)보다 매출은 2.68%, 영업이익은 5.98% 각각 증가한 것이다. 영업이익률도 처음 17%대에 올라섰다. 삼성전자는 이달 25일 실적 확정치를 공시할 계획이다. 보통 잠정 실적은 실제 확정치보다 낮게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실적은 이날 발표보다 더 좋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발표는 증권사들의 기존 전망치를 웃돈 수치다.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의 영업익이 9조8000억~9조9000억원으로 10조원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봤다. TV·디스플레이사업 등의 부진과 모바일사업의 실적 둔화 등을 이유로 들었다.





 예상을 웃돈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을 이끈 건 스마트폰과 반도체의 ‘힘’이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정보기술·모바일(IM) 부문 매출액이 사상 최대인 37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봤다. ‘갤럭시S4’의 판매는 2분기보다 준 것으로 보이지만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전체 스마트폰은 당초 예상(8000만 대)보다 200만~300만 대 더 팔렸다. 반도체 부문도 가격 상승 덕분에 매출액이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 화재 이후 D램 현물가격은 계속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IM 부문이 당초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낸 결과”라며 “IM 부문이 6조6000억원, 반도체 부문이 2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3분기 실적개선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DP) 부문은 영업이익이 1조1000억원 정도로 2분기와 비슷한 성적표를 받은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이 높은 대형TV 제품의 가격경쟁이 격화된 데다 경쟁사의 저가 공세로 판매가격이 하락했다. 소비자가전(CE) 부문은 부진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영업이익이 2500억~3000억원 정도로 전분기보다 크게 떨어진 것으로 점치고 있다.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주문이 줄었고, 적잖은 마케팅 비용을 투입한 유럽에서의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했다. 4분기에도 삼성전자의 고공비행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갤럭시노트3와 갤럭시기어 등 신제품 효과가 기대되는 데다 크리스마스 등을 맞아 IT제품이 전통적인 성수기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반도체 가격도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4분기 영업이익이 다시 한 번 종전 최고 실적을 갱신할 가능성도 커졌다. 최도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을 10조7000억원으로 예상한다”며 “반도체 사업이 좋아지는 가운데 ‘갤럭시노트3’ 같은 신제품이 나와 IT 부문의 이익이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럴 경우 연간 매출 200조원, 영업이익 40조원 달성도 기대된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글로벌 500 기업’ 가운데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40조원을 넘는 기업은 엑손모빌, 애플, 러시아 가스프롬, 중국 공상은행 등 4곳뿐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삼성전자의 실적을 떠받치는 주요 제품인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의 성장률은 지난해 40%대에서 내년에 10%대 중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구글·마이크로소프트가 굴지의 스마트폰 제조사를 인수하면서 경쟁에 뛰어들었고, 애플 역시 세계 각국 1위 이동통신사업자와 손을 잡으면서 중저가 시장 진입에 나서고 있다. 지금처럼 모바일에 편중된 수익구조에서는 내년 이후 실적 개선을 낙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코스피에서 삼성전자는 전날과 같은 141만8000원을 기록, 보합으로 마감했다. 이날 실적 발표가 기존 시장 예상을 크게 넘어선 기록은 아닌 만큼 부정적인 전망 자체를 완전히 깨뜨리진 못한 것이다.



 한편 지난 8월 3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참석차 출국했던 이건희 회장은 이날 오후 35일 만에 귀국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미국과 유럽 시장을 둘러본 뒤 일본에서 경제계 인사들과 만나는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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