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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넘어졌다 일어섰다 10번 … 끝까지 달렸습니다

중앙일보 2013.10.05 00:53 종합 13면 지면보기
[대구스타디움, 2013. 10]


20분34초12. 지난 1일부터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리고 있는 ‘제33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남자 1500m T36(뇌성마비) 종목에 출전한 대구장애인체육회 소속 이상진(34) 선수의 완주 기록입니다. 상진씨는 선천성 뇌성마비 2급입니다. 장애인스포츠의 한 종목인 보치아(boccia) 선수로 10여 년 동안 활동해온 상진씨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장거리 달리기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대구장애인체육회 공병길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6개월 동안 열심히 훈련했습니다. 이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없어 시범경기로 치러진 이날 상진씨는 혼자 트랙을 뛰었습니다. 400m 트랙을 네 바퀴(처음 한 바퀴는 300m) 뛰는 동안 상진씨는 10번 넘어졌다 일어서기를 반복했습니다. 사진 속 다리에 흐르는 피는 넘어지며 다친 상처입니다. 다리 이외에도 상진씨의 손등과 무릎은 온통 상처투성이였습니다. 넘어진 선수를 타인이 일으켜 세워줄 수 없는 경기 규정상 상진씨는 혼자 일어서야만 했습니다. 100m를 뛰는 데 1분22초. 그렇게 뛰며 걸으며 1500m를 완주했습니다. 화려한 시상식이나 빛나는 월계관은 없지만 완주 후 환하게 웃는 상진씨의 미소(작은 사진)는 세상 무엇보다 아름다웠습니다. 경기 후 상진씨는 “흐트러지고 나약해진 마음을 다잡기 위해 장거리에 도전했다”고 말하며 “넘어질 때마다 엄마를 생각하며 일어났다”고 말했습니다.



글·사진=프리랜서 공정식



◆장애인선수들의 스포츠축제 ‘제33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는 지난달 30일 개막돼 4일까지 16개 시·도에서 27개 종목, 7423명(선수 5320명, 임원 2103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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