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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칼럼] '개미'가 기가 막혀

중앙일보 2013.10.05 00:52 종합 29면 지면보기
정재웅
아주대 금융공학과 박사과정
재계 38위 동양그룹이 계열사에 대한 법정관리 신청을 했다.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만 1조1000억원 규모라고 한다. 이런 막대한 부채, 그것도 ‘쓰레기 채권(Junk Bond)’인 위험한 자산을 구입한 사람들은 금융시장에서 가장 정보가 적고 취약한 계층인 개인투자자다. 이들이 구입한 동양그룹 부채는 90%가 넘는다. 그리고 이 부실 금융상품을 판매한 주체는 동양그룹 계열 증권회사다. 신용과 윤리가 기본인 금융에서 외환위기 당시에나 발생했을 법한 비윤리적인 역선택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강자는 정보를 많이 가진 금융회사나 기관투자가다. 그들은 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큰 주요 참여자들로, 정보 취득이나 분석에서 이점을 누린다. 반면 약자는 개인투자자다. 정보를 취득하기도 쉽지 않거니와, 취득한 정보를 분석하기도 어렵고, 정보를 분석하더라도 그것을 마쳤을 때는 이미 가치를 상실한 이후인 경우가 많다. 이런 정보비대칭 시장에서 정보를 갖지 못한 약자는 정보를 가진 강자들에게 이익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애컬로프(G. Akerlof)가 지적한 ‘레몬 시장(Market for Lemmon)’에 빠지는 것이다. 즉, 시장에서 윤리성이 담보되지 않고 정보비대칭이 해결되지 않으면, 정보를 가진 쪽에서는 은닉 정보를 통한 계약 후의 기회주의적 행동으로 이익을 누리려 하고, 정보가 없는 쪽에서는 이를 회피하기 위해 시장에서 퇴장해 결과적으로 시장 자체가 붕괴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동양그룹 문제가 전형적인 예다. 투기등급을 받은 채권을 정보를 많이 가진 강자들에게 판매하기는 어려웠을 테고, 이를 계열 증권사를 통해 정보가 부족한 약자인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했다. 자신들의 부실함을 드러내는 정보는 감춘 채, 투기등급이라 낮은 가격으로밖에 팔 수 없는 것을 이용해 만기에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순환출자로 다른 계열사들이 지원해 준다는 감언이설로 투자자를 현혹해서 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위원회 등 감독기관이 있지만, 그들은 “우리 소관이 아니었다”는 말만 되뇌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워런 버핏은 윤리성과 정보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은 금융파생상품을 ‘금융의 대량살상무기’라 칭했다. 윤리성과 투명한 정보가 담보되지 않으면 모든 금융상품이 대량살상무기다. 대량살상무기가 유통되는 시장에 투자할 사람은 없고, 이런 현실에서 자본시장통합법 등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들어도 금융산업 육성은 난망하다. 중요한 것은 감독이나 법보다 윤리성과 정보 투명성이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영대학원이 그러했듯이 윤리와 정직을 강조하는 교육을 통해 길러질 수 있다. 진정 금융산업을 육성하고, 우리나라를 동북아 금융허브로 만들고자 한다면 법 제정과 기업 육성에 앞서 윤리성과 정보 투명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재웅 아주대 금융공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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