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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성탄 전야 솔로들의 싱글대첩도 융합문명이라는 큰 흐름이 뿌리

중앙일보 2013.10.05 00:19 종합 23면 지면보기
융합문명론: 분석의 시대에서 종합의 시대로

김문조 지음, 나남

352쪽, 2만원




지난해 성탄절 이브 서울 여의도공원. 전국에서 느닷없이 3000명이 모여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행사는 한 네티즌이 인터넷에서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낼 연인이 없는 싱글들을 위한 ‘솔로대첩’을 열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모임의 취지를 간략히 밝히고 시간·장소를 알렸을 뿐인데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인파 규모만큼이나 행사 결과도 엉뚱하게 나왔다. 남성에 비해 여성이 턱 없이 적게 와 김빠진 축제가 된 것이다.



 저자는 최근 주변에서 벌어지는 돌발적이고 불안정적이며 창발적인 현상들을 ‘융합안테나’로 잡아 새로운 문명의 서막을 알린다. 어쩌면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모습들이 융합문명이라는 큰 흐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대사회의 복잡한 현상을 설명하고 사회체계를 재구성하는데 융합적인 논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국사회학회장을 지내기도 한 저자는 과학과 사회, 문명을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이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인류의 역사를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농업사회는 미분화문명이다. 대다수가 가정과 경작지를 오가며 농사라는 동질적 작업을 했다. 이후 등장한 산업사회는 분화문명이다. 이 시기에 사람들은 현상을 분석하고 지식을 세부화해 축적했다. 반면 현대사회는 탈분화문명이다. 오랫동안 세계의 변화를 주도해온 분화 과정이 융합으로 급속히 대체되고 있다.



 이런 대전환은 모든 형태의 정보를 이원적 분류체계로 처리하는 디지털 기술의 보편화와, 이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융합을 계기로 본격화하고 있다. 시각·청각 등 다양한 감각을 아우르는 광활한 정보를 디지털 형태로 수용·관리·송출할 수 있는 기능이 미디어 세계의 변혁을 부른다. 그 효과가 파급됨으로써 산업구조, 권력구도, 정신세계에 일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류사회가 초대형 복잡계, 즉 ‘융합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성과 감성, 논리와 직관, 심지어 감히 꿈꾸지 못한 인간과 비(非)인간이 결합하는 사이보그 문명시대가 도래한다고 내다본다.



 이런 견해와 달리, 과거 문명의 태동과 미디어의 변화 역시 융합의 산물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늘 융합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융합의 폭과 깊이,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넓으며 빠르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이미 융합문명이라는 변화무쌍한 돌연변이의 등에 올라탄 것은 아닐까.



이규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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