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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맞춤형 억제전략 별도 문서화

중앙일보 2013.10.03 01:15 종합 3면 지면보기
한국과 미국이 2일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사용 징후가 포착되면 양국의 모든 전력을 동원해 선제 타격하는 맞춤형 억제전략(Tailored Deterrence Strategy)에 합의하고 서명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이날 한·미 안보협의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익명을 원한 국방부 당국자는 “미국이 전 세계에 이 같은 전략을 합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최근 한반도에 가장 큰 위협수단으로 떠오른 북한의 WMD 사용을 억제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핵 사용 징후 포착 땐 선제타격
북 움직임 3단계 나눠 대응



 이는 우선 한·미 양국이 작전계획에 준하는 별도 문서를 통해 북한의 핵·WMD 공격에 대한 단계별 대응전략의 실효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고 평가, 북한이 WMD를 사용하기 전에 이를 무력화하기로 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일 국군의 날 기념식 등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무용지물로 만드는 억지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연장선이다.



 이날 양국이 합의한 맞춤형 억제전략은 말 그대로 북한의 WMD의 움직임을 관찰하다 각 상황에 맞는 적절한 수단을 사용해 원천 봉쇄하는 방식이다. 군 관계자는 “대응 방법과 시나리오는 군사적인 작전상황인 만큼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곤란하다”면서도 “2년여 동안 한·미가 협의를 해 왔던 부분이어서 대부분의 경우의 수를 포함하고 있고 미군이 제공하는 핵우산을 비롯해 재래식 전력, 미사일 방어 전력 등이 모두 동원된다”고 말했다.



 양국은 북한의 움직임을 크게 3단계로 나눠 대응하는 방식을 마련했다. 위협 단계, 사용 임박 단계, 사용 단계 등으로 나눠 단계별로 대응 방식과 무기 사용을 달리하는 식이다. 우선 WMD를 발사대로 옮기거나 거치하는 위협 단계에선 감시를 강화하고 미사일이나 전투기 등을 동원해 무력화를 준비한다. 인공위성과 정찰기 등 각종 정찰 장비 등을 통해 훈련인지, 기만전술인지, 실제 사용하려는 것인지 를 판단하게 된다.



 연료를 주입하고 발사명령을 포착하는 등 사용 임박 단계에선 다양한 정찰 자산 분석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군사행동에 들어간다. 대기하고 있던 탄도미사일이나 공중의 전투기, 잠수함의 미사일 등을 동원해 실제 공격을 시도할 수 있다. 순항미사일도 동원할 수 있다. 선제 타격을 통한 일종의 사전 제거인 셈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핵을 사용하는 단계는 일종의 전쟁상황이기에 사전에 제거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보유한 핵무기를 B-52나 B-2 폭격기, 미사일 등에 탑재해 동원할 수도 있다. 핵우산 사용을 명문화한 셈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이전에는 단순히 핵우산을 제공한다고 해 왔지만 이번 합의로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사용 임박 단계에서 무력화시키지 못하고 북한이 발사를 할 경우 공중이나 낙하단계에서 요격을 시도하게 된다. 패트리엇과 같은 각종 지대공 미사일과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 그리고 군이 추진하고 있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가 완성되면 이것도 동원된다. 우리 군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높아지자 탐지→분석→공격 결심→타격을 5분 안에 끝낼 수 있는 장비와 시스템인 킬체인(Kill Chain)을 2020년을 전후해 구축하기로 목표를 정했다. 당국자는 “기존에 미국이 말로 해 왔던 확장억제 공약을 실질적인 억제 방안이 포함된 전략으로 발전시킨 것”이라며 “양국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해 한·미연합훈련 때 적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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