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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의 똑똑 클래식] 슈만, 차이코프스키, 황병기 … 그들의 공통점은 법대 출신

중앙일보 2013.09.27 00:20 11면
로베르트 알렉산더 슈만.
우리가 아는 많은 음악가들은 집안의 혈통을 이어받은 타고난 음악가였다.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트는 모차르트가 여섯 살이 되던 해부터 아들의 재능을 키워주고 시야를 넓혀주기 위해 유럽 각국을 여행시킨 음악선생이자 매니저였다.



베토벤은 할아버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궁정악사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 브람스는 마을 극장 악단의 콘트라베이스 주자였던 아버지로부터 음악의 기초를 배웠다. 그런가 하면 집안의 반대를 물리치고 음악가의 길을 택한 음악가 또한 적지 않다. 헨델의 아버지는 외과의사였고 아들이 변호사가 되기를 바랐으나 끝내 음악가가 되었다. 교사였던 슈베르트의 아버지는 자식도 교사가 되기를 바랐지만 결국 음악가의 길을 걸었다.



슈만의 아버지는 독일 작센 지방의 츠비카우에서 서점 운영과 출판으로 성공한 사업가였고 아들이 변호사가 되기를 바랐다. 라이프치히 대학 법과에 입학한 슈만은 당시에 연속된 베토벤교향곡 연주회를 들으며 음악가의 꿈을 형성했고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법과로 학교를 옮기면서 음악서클에 가입해 피아니스트의 꿈을 키웠다. 차이코프스키는 광산 기사의 아들로 태어나 법학을 전공하고 2년 동안 법무성에서 공직생활을 한 후에 법무성을 사직하고 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 진학하는 것으로 음악 인생을 시작했다.



 이 같은 사례는 우리나라에도 없지 않다. 가야금의 대가 황병기 선생은 서울대학교 법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법학도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슈만과 차이코프스키 그리고 황병기 선생을 서로 연결해주는 고리는 ‘법학’과 ‘음악’이라는 다소 생뚱맞은 단어들의 조합이다.



어릴 때부터 천재성을 드러내며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의 길을 걸었던 신동 모차르트나 그를 뒤이을 천재로 키우려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일찌감치 피아노를 배웠던 베토벤과는 달리 슈만은 일곱 살 때 피아노와 작곡을 배우기는 했으나 작곡가라는 직업을 썩 탐탁치 않게 생각한 아버지와 아들의 장래를 염려하는 어머니의 불안감 때문에 법대에 진학했고 나이 스무 살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피아니스트의 길을 선택한 늦깎이였다.



“3년만 나에게 배우면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만들겠다”고 슈만의 어머니에게 장담했던 그의 스승은 나중에 법정투쟁 끝에 장인이 되는 비크였다. 그러나 손가락의 힘을 키우려고 자신이 만든 기구를 시험하다 손가락을 다치면서 슈만은 3년만에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게 된다.



김근식 음악카페 더 클래식 대표.
슈만이 피아니스트의 꿈을 불태우던 이 시기에 작곡한 그의 처녀작 ‘아베그 변주곡’. 무도회에서 첫 눈에 반한 소녀 Abegg의 이름을 따서 그 첫 음정에 해당하는 a(라) b(시) e(미) g(솔) g(솔)을 주제 멜로디를 만들었다는 설과 파울리네 폰 아베그 백작이라는 가상의 인물에게 헌정하는 형식을 빌었다는 설이 각각 전해지는데 어느 쪽이 진실이든 이로부터 이어지는 23개의 작품이 모두 피아노곡이었다는 사실은 슈만이 피아노에 가졌던 애정과 집착을 엿보게 한다.



김근식 음악카페 더 클래식 대표 041-551-5003

cafe.daum.net/the Clas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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