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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네파 공동기획] week& 아웃도어스쿨 ③ 섬 라이딩

중앙일보 2013.09.27 00:15 Week& 6면 지면보기
1 지난 7일 아웃도어스쿨 참가자들이 전북 군산 고군산군도 선유도 백사장 구간을 달리고 있다.


자전거 라이딩은 등산 다음으로 동호인이 많은 레저다. 근래 라이딩 환경도 크게 좋아져 한강에서 낙동강까지 자전거 전용도로로 달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정작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치는 곳은 턱없이 부족하다. 아무나 탈 수 있지만 아무렇게나 타서는 안 되는 게 자전거 라이딩이다. ‘week& 아웃도어스쿨’ 세 번째 프로그램은 ‘섬 라이딩’이다. 보통 섬 일주도로는 해안을 따라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길, 오프로드 길이 혼재해 있다. 전북 군산 앞바다에 있는 고군산군도의 다양한 일주도로를 달리며 현장 교육이 이뤄졌다. 네파익스트림팀 조휘만(48) 강사가 앞장섰다.

해질녘 그 섬을 달렸다, 은빛 바퀴로 금빛 해변 가르며



3 라이딩에 앞서 조휘만 강사가 참가자를 상대로 교육을 하고 있다. 4 자전거 느리게 타기 게임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5 참가자들이 선유도 끝에 있는 포구까지 간 뒤 되돌아 나오고 있다.


페달은 원 그리듯 부드럽게 밟아야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은 안 다치고 오래 타는 사람이다’.



자전거 타는 사람은 모두들 수긍하는 말이다. 교육은 그래서 필요하다. 자전거는 오롯이 두 다리로 페달을 굴려야만 한다. 부지런한 사람만 할 수 있는 레저다. 일본의 저명한 한 자전거 숍마스터는 “자전거는 오래 살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운동”이라고 했다. 힘든 만큼 보상이 확실하다. 자전거의 가장 큰 매력이다. 지난 7일 군산 고군산군도 북쪽에 있는 대장도포구에서 자전거 교육이 시작됐다.



“의외로 자전거 명칭도 제대로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자전거를 내 몸처럼 알아야 기술도 빨리 늘어요.”



조휘만 강사가 자신이 평소 라이딩하는 ‘춤바(Chumba)’ 산악자전거를 들어 올리며 명칭 하나 하나를 설명했다. 용어 설명 다음으로 안장 높이를 조절하는 방법을 시연했다.



“페달에 발을 올려놓았을 때 무릎이 살짝 구부러지는 정도가 좋아요. 발 뒤축으로 페달을 밟고 바닥까지 내렸을 때 다리가 쫙 펴지는 정도가 적당해요.”



2 조휘만 강사.
조휘만 강사는 계속해서 페달링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초보자는 보통 페달을 찍어 누르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면 오래 못 탑니다. 부드럽게 굴린다는 느낌으로 원을 그리듯이 밟아야 합니다. 페달링을 할 때도 엉덩이를 흔들면 안 됩니다. 자세가 흐트러지면 오히려 운동을 안 한 것만도 못한 법이지요.”



사실 이 정도는 평소 자전거를 어느 정도 탄 사람들에게는 아주 기초적인 내용일 수 있다. 그러나 초보자에게는 매우 유익한 정보였다. 이번 아웃도어스쿨 참가자 9명 중 3명이 자전거도 없는 초보자였다. 반면 서울에서 고속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온 자전거 매니어 홍성민(42)씨는 조금 지루한 표정이었다.



기초 교육은 1시간 정도로 마무리하고, 오후 4시쯤 본격적인 라이딩에 나섰다. 고군산군도는 군산에서 출발한 쾌속선이 닿는 선유도를 중심으로 장자도·대장도·무녀도 등 크고 작은 섬이 방사형으로 연결된 해안 지역이다. 참가자·스태프 등 자전거 군단 18명은 섬 북쪽 대장도에서 시작해 장자도를 지나 선유도 섬 끝 포구까지 간 뒤 다시 복귀하기로 했다. 왕복 약 10㎞, 교육을 겸한 라이딩으로 적당한 거리다. 출발 전 조휘만 강사가 다시 장비를 점검했다.



“헬멧은 꼭 써야 합니다. 제가 20년 가까이 자전거를 탔는데, 사고가 두 번 있었어요. 다행히 헬멧을 써서 크게 다치진 않았죠. 그러니까 10년에 한 번 효과를 본다고 해도 절대로 빠뜨려서는 안 되는 장비가 헬멧입니다. 장갑과 자외선 차단제, 물도 챙겨야 합니다.”



브레이크와 핸들, 타이어 공기압, 체인 상태 등을 출발 전에 점검해야 한다. 안장에 올라타기 전 준비 운동도 꼭 필요하다.





고군산군도, 경사 완만한 최고의 코스



주의 사항을 단단히 들은 뒤 자전거를 타고 섬을 나섰다. 대장도에서 작은 콘크리트 다리를 건너면 장자도다. 다리를 건너갈 때 페달 아래로 거센 해류가 흘렀다. 마치 물살을 가르고 달리는 기분이었다.



장자도에서 선유도로 건너가는 장자대교에 이르렀다. 무지개 모양을 한 100여m의 콘크리트 다리를 건널 때는 짜릿함이 밀려왔다. 섬 라이딩이 주는 쾌감이다. 체험자 9명은 실력이 제각각이었다. 여성 참가자 오희수(20)씨가 조금 힘들어했지만 이내 따라붙었다. 가녀린 체구의 오씨는 “이번 스쿨을 통해 아웃도어 우먼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선유도는 기다린 백사장이 마치 아령처럼 섬 두 개를 연결하고 있다. 백사장을 따라 난 울퉁불퉁한 길을 달려 포구 끝까지 갔다. 선유도를 비롯해 고군산군도의 모든 섬은 오르막이 없다. 그래서 자전거 동호인 사이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라이딩 하기 좋은 섬으로 알려져 있다.



상쾌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되돌아 나오는 길, 백사장 맞은편 서쪽 수평선으로 해가 막 떨어지고 있었다. 바다가 온통 금빛이 됐다. 황금빛 수평선에 떠 있는 조각 섬 사이로 등대 두 개가 촛대처럼 솟아 있었다. 페달을 밟아 나아갈 때 등대는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쉽게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광경에 참가자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해가 바다 속으로 잠기고 난 뒤에도 한참 동안이나 자리를 뜨지 않고 일몰 구경을 했다. 인상적인 라이딩 코스였다.





6 무녀도에서 만난 호랑나비.
익모초 꽃밭 호랑나비 군무 속으로



이튿날은 대장도에서 나와 선유도를 거쳐 무녀도로 코스를 잡았다. 왕복 20㎞가량 된다.



“어제 보니까 다들 잘 타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무녀도까지 곧장 달려가겠습니다. 근육에 무리를 주지 않고 오래 타려면 페달 회전 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오르막에서 기어 변속은 미리미리 하는 게 좋고요.”



조휘만 강사의 설명대로 고군산군도 일주도로는 고도 차가 별로 없었다. 다만 섬과 섬을 잇는 다리를 올라갈 때만 기어 변속이 필요했다. 무녀도 끝까지 거의 한 달음에 달렸다. 일자형의 선유대교를 지나면 무녀도 초입이었다. 여기서 1㎞ 정도 내려가면 무녀초교 앞을 지나고, 이후 농로가 나타났다.



간척사업으로 생긴 제법 큰 평야가 펼쳐졌다. 여기서 놀라운 광경을 만났다. 진입하자마자 호랑나비 떼가 우리 일행을 맞은 것이다. 마침 만개한 익모초(益母草)의 꿀을 따기 위해 날아든 호랑나비 떼가 꽃에 내려앉기 직전 화려한 군무를 펼치고 있었다. 아직 푸른 빛을 발하는 논 위로 화려한 색을 자랑하는 호랑나비 떼가 대비를 이뤘다. 농로 양편에 자리한 익모초 꽃밭을 지날 때는 호랑나비가 얼굴에 부딪힐 정도로 무수히 날아다녔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1시간 정도 달려 섬 끝에 도착했다. 무녀도 북단은 현재 새만금 방조제와 연결된 신시도와 섬을 잇는 다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다리가 놓이고 나면 새만금 방조제를 통해 곧바로 고군산군도로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섬 북단은 마을 주민이나 여행객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적했다. 돌아오는 길에도 역시 호랑나비 떼가 날아다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조휘만 강사가 참가자를 대상으로 ‘자전거 느리게 타기’ 게임을 열었다. 스탠딩(Standing)하지 않고 최대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기술이다. 몸의 균형을 잡는 동작으로 멈춰 서 있는 것보다 오히려 어렵다. 임혜지(22)씨가 남성 참가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부상으로 헬멧이 주어졌다.



글=김영주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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