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view &] '혁신 DNA' 심는 게 최우선이다

중앙일보 2013.09.27 00:10 경제 10면 지면보기
셜리 위-추이
한국IBM 사장
한국 경제는 글로벌 경제의 중심이 되는 국가나 기업의 변화가 가져오는 영향에 유독 민감하다. 한국이 주변국의 경제 상황에 영향을 받기보다는 변화를 선도하는 경제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에 집중하는 것도 이 같은 경제 체질을 바꾸기 위한 의도일 것이다. 현 시점에서 지난 100여 년간 IBM을 지속 발전시켜 온 혁신 전략들을 살펴본다면, 창조경제 성공의 좋은 벤치마킹 사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IBM은 1980년대 초 포춘이 4년 연속 초우량 기업 1위로 선정한 흑자 기업이었다. 80년대 중반 이후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90년대 초반에는 기업의 존폐마저 흔들리는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IBM은 대대적인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회사로의 성공적인 혁신을 이끌어냈다. 2003년 전 세계 30만 명의 직원이 직접 회사의 핵심 가치를 재정의하는 ‘밸류 잼(Value Jam)’에 참여해 직원 스스로 지속적인 혁신을 만들어가는 기반을 마련했다.



 IBM의 사례에서 눈여겨볼 것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과 함께 내부 혁신 프로세스를 정립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혁신 DNA가 전 직원에게 전파돼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IBM이 급변하는 정보기술(IT) 시장에서 100년 이상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혁신을 주도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조직과 직원에게 내재돼 있는 혁신 DNA 덕분이다.



 한국에서 창조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첫째, 고부가 가치 부문으로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IBM은 2000년 이후 140여 개의 업체를 인수하면서 핵심 전략에 맞지 않은 비즈니스들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고부가 가치를 키우는 데 주력했다. 현재 60% 이상의 IBM 연구원들은 주요 성장동력을 지원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한국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주요 기업들은 모두 하드웨어 기반의 산업들이다. 신흥국의 빠른 추격에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노동집약적 분야다.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이 시급해 보인다. 한국 경제의 새로운 경쟁력을 위해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ICT)과의 결합’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고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군을 선정하고, 이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선행된다면 한국 경제가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IBM은 스마터 플래닛 전략하에 빅데이터·클라우드·소셜비즈니스·모바일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으며 전 세계 144개의 지사를 새롭게 설립했다. 핵심 산업들에 대한 지속적인 혁신으로 새로운 고객, 비즈니스 영역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도 핵심 산업의 양적 확대를 넘어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과 산업 영역을 만들어낸다면 창조경제에서 이야기하는 새로운 경제, 새로운 일자리 창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핵심 기술과 전문가들을 융합해야 한다. IBM은 지난 3년간 분석 관련 인력을 8100명 이상으로 확대했으며 주요 성장 산업 영역에 9500여 명의 영업사원을 증원했다. 이 외에도 수학자·생물학자·의사·기상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 창조경제에서 이야기하는 ‘국민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과학기술·ICT와의 결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특정 분야나 산업군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전문가들과 기술을 보다 과감히 기용하고 융합하는 전문가 네트워크, 즉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끊임없는 자기혁신이 필요하다. IBM은 내부 전문가들의 지식 향상과 기업 전체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모든 비즈니스 부문에 소셜 기술을 활용한 분석을 적용해 스마트한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창조경제가 끊임없이 혁신하고 성공하기 위해 정부의 끊임없는 혁신과 미래지향적인 변화도 수반돼야 할 것이다.



 창조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당장 가시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국이 글로벌 경제에서 새로운 산업, 새로운 시장,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갈 수 있는 혁신 DNA를 생성하고 내재화하는 것. 이것이야 말로 창조경제의 진정한 성공일 것이며 장기적인 성공의 초석이 될 것이다.



셜리 위-추이 한국IBM 사장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