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중수 "양적완화 축소로 신흥국 불안 땐 선진국에 부메랑"

중앙일보 2013.09.27 00:04 경제 4면 지면보기
김중수
“신흥국 경제의 불안이 선진국에 부메랑이 돼 돌아갈 수 있다.”


한은·IMF 공동 콘퍼런스
급격한 자본 유·출입 우려될 땐
금리보다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등
거시건전성 규제 수단 활용해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양적완화(QE) 축소를 앞두고 신흥국과 선진국 간의 ‘글로벌 정책 공조’을 다시 강조했다. 2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믹 리뷰(ER)가 공동 주최한 콘퍼런스에 참석해서다. 그는 이날 개회사에서 “정책을 수행할 때는 다른 나라에 대한 영향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적완화 축소로 신흥국에 들어와 있던 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고 성장세가 꺾일 경우 그 불길이 다시 선진국으로 옮겨붙는 ‘양방향 파급’(two-side spillover)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다.



 김 총재는 이날 선진국의 책임을 강조하는 한편 신흥국에도 쓴소리를 내놨다. 그는 “올여름 금융 시장 불안이 미국의 정책기조 변화로 촉발된 만큼 아시아 신흥국 입장에선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외환위기 이후 신흥국이 금융개혁으로 10년간 안정기를 맞은 데 반해 지난 금융위기 때는 이런 노력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이 위기 타개를 위해 풀어놓은 돈이 신흥국으로 몰리면서 경기가 생각보다 호조를 보이자 저축과 투자, 내수와 수출의 불균형 등 누적된 문제를 치유하는 데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얘기다.



 ‘조언’도 뒤따랐다. 그는 “글로벌 공조가 쉽지 않고 급격한 자본 유출입이 우려될 때는 금리 정책보다 거시건전성 규제 수단을 활용하는 게 보다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금융위기 이후 급격한 자본 유출입을 막기 위해 이른바 ‘건전성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 한도 규제, 외환건전성 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 비과세 폐지)를 도입해 효과를 본 경험을 염두에 둔 얘기다. 그는 “이 조치의 결과 대외 차입의 만기구조가 장기화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콘퍼런스는 ‘아시아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정책 과제’를 주제로 열렸다. 논의는 양적완화 축소가 불러올 부작용을 누그러뜨릴 방안에 집중됐다.



 발표자로 나선 마크 스피겔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부총재는 급격한 자본 유출입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인 채권투자에 과세를 할 때는 경제 여건에 따라 세율을 바꾸는 신축적인 방식이 유용하다고 지적했다. 또 통화정책의 초점을 물가보다는 환율 관리에 목표를 두는 체계를 채택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크리스틴 포브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최근의 원화 강세처럼 통화가치가 오르는 압력을 덜려면 자본 유입을 막기보다 자본이 더 쉽게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나은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또 다른 고민인 성장률 저하를 막기 위한 방안도 논의됐다. 고려대 이종화 교수는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이 증가하면 내구재 수요도 따라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서비스 부문이 궁극적인 제2의 성장엔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민근 기자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