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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나그네

중앙일보 1970.11.05 00:00 종합 4면 지면보기
자전거 안장에 궁동이가 쓸려서 아리건만 이 나라 여행의 마지막을 빛내고자 아픔을 참고 이번엔 서북쪽으로 향했다. 「쿨로바이」란 마을에 있는 단하나의 명물 「박쥐나무」를 보기 위해서였다.

이 마을 어귀에 이르렸을 때 지팡이를 짚은 고부랑 할머니가 보이기에 물어 보았더니「박쥐 나무」가 보이는데까지 친절히 인도해 주었다. 저만큼서 바라보니 수많은 나뭇가지에 박쥐들이 얼마나 많이 매달려 있는지 일매가 다닥다닥 열린 사과나무와도 같았다. 그러나 「에멘」의 선악과가 아니라 검은「악마의 열매」랄까, 지옥의 나무가 아닐까하는 인상을 준다.

검은『악마의 열매』…박쥐떼의 낮잠|한나무에 삭천마러 거꾸로 매달러|소름끼치는 여우상|가까이 가려다 오줌세례 맞고|연도행인 인사성 좋아

가까이 가보니 높이 10m나 되는 느티나무에 놀랍게도 수선마리의 박쥐가 거꾸로 매달려서 낮잠을 자고 있다. 저 장자의 『나비의 꿈』에 못지않은 의한한 꿈이라도 꾸는지 죽은 듯이 꼼짝않는다. 도둑의 걸음걸이와도 같이 숨을 죽이고 살그머니 나무에 기어올라갔으나 어떻게들 알아차렸는지 찍찍거리면서 보기좋게 나의 얼굴에다 오줌을 냅다 갈기는 것이었다. 오줌이 눈에 들어가서 몹시 아라며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박쥐는 천연의 「레이다」장치를 갖추고 있다고 알고있었는데 이 박쥐는 더 예민한 종류인가보다.

그런데 1차여행때엔 「아프리카」의 어느 탕찰서감방에서, 2차 여행·매엔 「캄보디아」 의「앙코르」사원에 밤에 들어가 자면서, 이번 3차여생에선 「통가」왕국의 「박쥐나무」 아래서 박쥐의「오줌 세례」를 받았으니 나는 박쥐과 무슨 이상한 인연이라도 있는가보다.

오줌 벼락을 받으면서도 더욱 가까이 다가서서 보니 그 머리는 흡사 여우같이 생겨서 무서우며 저「히치코큰」의 추리영허 「새」처럼 혹 일제히 내게 달려들지나 않나하는 조률을 느끼게한다.

이 박쥐의 종류를 「풀라잉·폭스」(나는 여우) 라고 부르는 것은 그 머리가 여우 같기 때문이란다. 양쪽날개의 필이가 40∼50cm나 되는 큰 박쥐인데 털이 없어 날개의 힘줄이 갈갗으로 두드러지게 보이니 소름이 끼친다. 박쥐란 괴기와 공포의 상징임에랴. 이 박쥐도 물론 야향성이기 때문에 밤에는 모두들 먹이를 구하기 위하여 이 나무에서 날아가기도 하고 나무둘레를 날아다니는데 매우 엽기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나 이 밤하늘의 박직의 군무애는 「요한·슈트라우스」의 「오메레타」『박쥐』의 서곡을 방불케하는 율동미가 엿보인다.

별빛이 유독 찬란히 반짝이는 열대의 하늘 아래서 박쥐의 난무를 보노라니 함께 날아다니고 싶은 욕질이 솟구겼다.

다음나라 서 「사모아」로 가기위하여 공항이 있는 곳으로 달렸다. 길가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연장 눈인사를 던지니 반갑게들 답례를 해준다. 이 짧은 생애에서 인연으로 이렇게낯선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이 나라는 사랑과 자연과 종교가 삼위일체를 이룬 축복받은 땅이라 인간미가 넘친다.

공항에 가서 출국절차를 끝내고는 탑승을 기다리고있는데 이 나라의 어떤 장년인 듯한 남자가 어디서 왔느냐고 하면서 『우리나라는 새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우표를 발행하는 나라입니다. 그러니 기념으로 가지고 가야하지 않했어요!』하며 찬바람 자랑을 하며 사라고 권유하였다.

이 나라는 지금 생산공장이라고는 없어 굴뚝이라고는 보이지 않으며 고작 화력발전소의 굴뚝뿐인데도 우표만은 어떤 나라보다도 진화롭게 금박이나 은박으로 장식되어있다.

값싼 우표값으로는 도저히 이런 호화판을 만들수 없을 것 같았다. 보호국이던 영국인의 도안으로 역시 영국에서 인쇄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때문에 내게 우표를 자랑하는 그남자에게「유머러스」하게 『당신의 나라 우표는 유감스럽게도 만든 자와 쓴 삼백가 다르지 않느냐』고 했더니 더 자랑을 못하고 만다. 그런데 우리나라보다 문화가 위떨어진 이「통가」왕국에서는 관광의 목적같은 것을 위하여 돈을 들일대로 들이는 모양이지만 우표로서의 값어치는 클 것이다.

이나라 우표에 비기니 우리나라의 우표는 너무나도 초라해 보였다. 직접 우리손으로 의장을 하고 인쇄를 했더라도 세계우표전시장에는 감히 내놓기가 어려울 만큼 색채나 「디자인」에 예술적인 아롬다움이 결핍되어있다. 대외적인 인쇄물들은 섣불리 만들 것이 아니라신중히 다루어야 하리라는 것을 새삼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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