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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증후군, 대화로 극복하자

중앙일보 2013.09.17 06:10
명절에는 모인 식구만큼 갈등이 깊어지기 쉽다.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 명절증후군을 극복하는 첫걸음이다.
‘명절증후군’은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핵가족으로 살던 주부들이 명절 기간 가부장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대가족 체제를 경험하며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다. 육체 피로가 보통 아니다. 하지만 말 실수는 명절증후군을 더 키울 수 있다. 스트레스도 날리고 피로도 푸는 명절증후군 해소법을 알아본다.


‘고생이 많구나’…명절 최고 피로 회복제는 ‘칭찬 한마디’

 며느리 김연희(가명·36)씨는 명절마다 끔찍한 일을 반복한다. 시댁에서 아들 부부의 상행 기차표를 끊어놓고는 돌아오는 일정을 미리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가 친정집에 일찍 가려고 보채지 말라는 시댁의 의도다.



 김씨는 매번 명절마다 친정집에 언제 갈 수 있을지 생각만 하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심지어 ‘음식은 발로 했냐’ ‘이런 옷(선물)은 거지도 안 입겠다’며 구박도 받는다. 괴로워하던 김씨는 이번 추석 명절 1주일 전 정신과 전문의와 우울증 상담을 받았다.



명절 집안 일, 군대 가는 스트레스와 비슷



 며느리들에게 명절은 ‘불공정 백화점’이다. 의지와 관계 없이 꼼짝없이 그 기간, 그 장소에 갇혀 있어야 한다. 남자가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는 스트레스와 맞먹는다. 김병후 정신과전문의(김병후정신과의원)는 “인간은 불공정할 때 가장 큰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남성중심적 제사 문화 속에서 여성은 자신의 능력·역할과는 상관없이 단순히 명절을 보내는 데 필요한 ‘일꾼’으로 전락한다.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는 것이다.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종우 교수는 “과거 여성은 이러한 상황을 수긍했지만 젊은 여성은 남녀평등을 강조하는 세대를 살아와 더 큰 반발심을 갖게 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시댁과 갈등이 빚어졌거나 남편이 친정에 소홀하면 여성은 긴장·분노·좌절감이 커진다. 건강도 해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대표적인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혈중 농도를 높인다. 그 결과 식욕이 늘어 지방이 쌓이고 체중이 불어난다. 혈압이 올라 고혈압 위험이 증가한다.



 불안 및 초조 증세는 물론 만성피로와 두통·불면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면역 기능이 약해져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에 쉽게 노출된다. 근육통·소화불량도 흔하다.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사자간 ‘대화’다. 칭찬의 말 한마디는 피로감을 줄인다. 안주연 정신과전문의(메디웰병원)는 “서로 좋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 엔도르핀과 같은 호르몬이 분비돼 피로를 덜 느낀다”고 말했다.

 

서로의 생활·건강에 대한 이야기로



 하지만 대화를 갖는 것조차 쉽지 않다. 대가족에서는 ‘며느리’ ‘시누이’ ‘동서’ 같은 고정된 역할상만을 상대에게 기대하고 미리 대입한다. 상대의 상황이나 개성을 존중하는 대화는 어렵다. 특히 고부간 갈등일 때 그렇다. 안주연 전문의는 “시어머니는 ‘순종적 며느리’라는 기대치를 며느리에게 투영한다”며 “며느리 입장에서 바라보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시어머니도 괴롭다. 요즘 시어머니는 현대적인 며느리 눈치보느라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럴 땐 서로 감정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절충안을 찾아본다. ‘YOU’(너는)부터 시작하면 지적·싸움이 된다. ‘I’(나는)로 시작하면 상대의 마음을 열 수 있다. 며느리는 ‘어머니 나빠요’가 아니라 ‘나 이것 때문에 힘들었어요’라고 말하는 게 좋다. 시어머니는 ‘나 그런 적 없다’고 하지 말고 ‘너 그것 땜에 아팠니?’라고 호응해주도록 한다.



 그것도 안되면 본인(며느리)이 할 수 있는 만큼만 성의껏 하고 상대(시어머니)의 반응에는 마음을 비운다. 동서지간에서는 직업·소득·소비 수준, 아이 성적 등을 비교·자랑하지 않는다. 손아랫사람이라고 해서 위에서 내려다보듯 쳐다보거나 손가락으로 지적하는건 금물. 출산·성적에 대한 압박성 질문보다는 서로의 생활이나 건강에 대한 격려나 관심을 보이는 대화가 바람직하다.



 부인이 ‘나 힘들어’라고 털어놓으면 한국의 남편 대부분은 ‘야, 우리 엄마 얼마나 사시겠냐. 네가 좀 맞춰줘’라고 맞받아친다. 부인이 말할 땐 부인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맞장구 쳐주도록 한다. ‘그래, 당신 입장을 이해해. 어머니가 잘못 하셨네’라는 식으로 존중한다.



Tip. 명절 좋은 말 나쁜 말

● 아이 키우면서 직장 다니는 거 힘들텐데…형님 멋지시네요△

● 당신이 시댁에 얘기해주고 점심 때 쯤 친정으로 출발하면 좋겠어△

● 오늘 음식하느라 팔다리 쑤실텐데 많이 피곤하지?△

● [남편→부인] 우리 엄마가 당신한테 그랬어? 엄마가 나빴네△

● 우리(시댁)는 멀리 사니까 명절엔 우리한테 더 잘해라▽

● 즐거운 명절인데 생글생글 웃으면서 일해야 하지 않겠니?▽

● [시누이→며느리] 우리 부모에게 잘 좀 하세요▽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사진=김현진 기자/촬영 협조=까사미아 분당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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