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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사의 표명, 감찰 불응은 변할 수 없이 확고"

중앙일보 2013.09.17 02:30 종합 3면 지면보기
길태기 대검 차장(오른쪽)이 16일 오후 서울 대검찰청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가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채 총장이 사의를 번복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검찰은 당분간 길 차장을 중심으로 한 대행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1]


지방에 칩거 중인 것으로 알려진 채동욱 검찰총장은 16일 “사의 표명, 감찰 불응은 변할 수 없는 확고한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본지 기자와 오후 4시부터 30여 분간 주고받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문답을 통해서다. 채 총장이 심경을 밝힌 건 지난 13일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난 이후 처음이다. 다음은 문자메시지 문답.

사표 후 심경 본지에 처음 밝혀
조선일보에 소송 제기할 뜻 시사
공안2부장 감찰 지시했다 철회
"번복 아니고 나와 연락 안돼 혼선"
일부선 "오락가락 행보로 비칠 듯"



 -사람들은 진실이 뭔지 궁금해합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화엄경의 핵심 사상으로 ‘세상사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뜻. 채 총장이 평소 즐겨 쓰는 말).



 “사필귀정(※事必歸正·모든 일은 반드시 바르게 돌아가게 마련임).”



 -김광수(서울중앙지검 공안2) 부장에 대한 감찰 지시는 왜 번복하셨나요?(※박지원 의원이 이날 채 총장 기획낙마설에 관여한 사람으로 김 부장을 언급하자 채 총장이 점심 무렵 전화로 감찰을 지시했다는 설이 퍼졌음.)



 “번복이 아니고 나와 연락이 제대로 안 돼 혼선이 있었던 듯.”



 -요즘 언론 보도는 어떻게 보세요?



 “언론은 공정하게 정론으로만 매사 가면 돼요. 이런 일 말고도.”



 -현재 어디 계신가요? 찾아뵙겠습니다.



 “나중에 사인(私人·민간인) 되면 봐요.”



 -알 수가 없네요. (이번 사태가) 어디로 가는 건지. 감찰엔 응하시나요?



 “사의 표명, 감찰 불응은 변할 수 없는 확고한 방침입니다.”



 -그럼 진실 규명은 법적 소송으로? 원래 예정대로 가시나요?



 “사인이 되어 대응할 예정.”



 -왜 청와대하고 갈등하신 거예요? (채 총장 혼외아들 사안을 검증한 것으로 지목된) 곽상도 전 민정수석은 다른 기관이 흘린 걸 왜 나에게 뒤집어 씌우느냐고 하던데요?



 “사필귀정.”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 섭섭하시겠어요. 사전에 감찰하겠다 언질 있었나요?



 “나중에 얘기해요.”



 채 총장의 감찰 불응 방침은 전날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채 총장의 사표는 수리하지 않았다. 수리보다 진실 규명이 먼저”라며 감찰 진행 방침을 밝힌 데 대한 대답이다. 어떤 식의 감찰 조사든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또 혼외아들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와 관련해서는 “사인(私人)이 되어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간인 신분이 되면 민사소송 등을 통해 진위를 밝히겠다는 의미다.



 ◆채 총장 "대변인 말 그대로다”=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오전 11시 넘어 야당이 단독 소집한 국회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 “조선일보가 채동욱 총장의 혼외아들설을 보도하기 하루 전 김광수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과 이중희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전화를 자주 한 게 검찰에 발각돼 대검에서 감찰을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채 총장 ‘기획낙마’를 위한 관련 정보를 이 비서관과 김 부장이 ‘공유’했다는 주장이었다. 이 직후 채 총장이 대검 참모진에게 전화로 김 부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현직 총장 자격으로서다.



 그러자 “채 총장의 호위무사가 되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던 김윤상 대검 감찰1과장이 청사로 나와 “(김 부장 감찰을) 내가 안 하면 누가 하겠느냐”고 했다. 김 과장의 사표도 수리되지 않은 상태다.



 오후 2시30분 본지는 채 총장에게 문자메시지로 “김 부장에 대한 감찰 지시가 사실이냐. 사의를 거둬들인 거냐”고 물었다. 잠시 후 채 총장은 “사의 표명은 확고. 오늘 (감찰 조사 지시) 조치는 언론 보도 의혹 제기에 대한 감찰 조사 준비 정도로 이해 요망”이라는 답문자를 보내 왔다. 검찰 주변에선 “채 총장이 본격적인 대반격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일각에선 “사표 내고 물러났는데 감찰을 계속할 뜻을 청와대가 밝히자 모욕감을 참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감찰 대상으로 지목된 김 부장은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 사건 수사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허무맹랑한 주장이 제기돼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김 부장은 남북 정상회담 NLL 회의록 폐기 의혹 사건의 주임검사다.



 오후 3시30분. 채 총장은 구본선 대검 대변인을 통해 “김 부장에 대해 감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감찰 지시가 알려진 지 4시간여 만이다. 본지가 다시금 휴대전화 문자로 어떻게 된 것인지를 묻자 채 총장은 “대변인의 말 그대로 알아달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일부 검사들은 “자칫 오락가락하는 행보로 비쳐질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가영·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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