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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찜에 파파야 김치 군침이 절로

중앙선데이 2013.09.14 01:26 340호 20면 지면보기
1 차이 차오와사리 하와이 셰프의 레몬·마늘 소스를 넣은 해산물 샐러드. 2 마르코 안자니 필리핀 셰프는 다진 바닷가재로 속을 채워 루꼴라를 곁들인 한입 요리를 선보였다. 3 플로이드 칼도즈 뉴욕 셰프의 메추리 알을 얹은 참치 타르트.
하와이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휴양지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에 비해 물가가 비싸고 거리가 멀어 가볍게 물놀이나 하자고 떠나기엔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 또 음식이나 쇼핑 등 여행의 매력포인트가 덜 알려져 있다. 이런 마음을 꿰뚫기라도 한 듯 이달 하와이에선 관광객들의 혀와 눈을 사로잡는 행사가 잇따라 열렸다. 1~9일까지 펼쳐진 ‘하와이 푸드앤와인 페스티벌’과 7일 열린 면세점 DFS의 리브랜딩 이벤트가 그것이다. 현장을 찾아 그 내용을 속속들이 살펴봤다.

하와이 새 풍속도, 맛·쇼핑의 업그레이드

15개국 셰프가 대표 메뉴 선보이는 ‘푸드 배틀’
5일 오후 6시30분(현지시간) ‘더 모던 호놀룰루’. 1층 풀사이드에 모인 500여 명의 손님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셰프 15명, 4명의 마스터 소믈리에, 5명의 믹솔로지스트, 10여 개의 와인메이커들이 각기 차린 부스 앞을 지나며 하나하나 시식을 즐겼다. 최저 200달러짜리 입장권이 사나흘 새 매진될 정도로 부스마다 줄을 서는 일이 다반사였다. 메리 프래트(캘리포니아 거주)는 “솔직히 서서 먹는 게 불편하긴 해도 한 장소에서 세계 유명 셰프들의 음식을 골고루 먹어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즐기려 한다”며 웃었다.

이 행사는 매년 9월 열리는 ‘하와이 푸드앤와인 페스티벌’의 첫 공식 프로그램으로, 하와이안 항공이 후원한 이벤트(‘언더 더 모던 문’)였다. 음식축제는 3년 전 하와이 출신의 세계적 셰프 로이 야마구치와 앨런 윙이 의기투합해 기획했다. ‘퓨전 요리의 원조’로 알려진 하와이 음식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의도에서였다. 무엇보다 신선한 하와이 식재를 각국 셰프들에게 알리는 기회로 삼는 것이 목적이었다. 야마구치는 “하와이에서 난 채소·육류·과일은 세계 어느 곳보다 우수하기 때문에 그것으로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하와이 음식”이라 할 정도로 강한 자부심을 표현했다.

실제 초대된 셰프들에게 주어진 미션 역시 하와이의 로컬 식재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뉴욕 셰프인 플로이드 칼도즈는 참치 타르타르에 해산물과 메추리알을 곁들인 요리를 선보이며 주메뉴인 참치를 하와이산으로 이용했고, 대만 셰프 앰버 린은 새우 칵테일에 카모마일 티를 섞은 리조트를 만들면서 새우는 물론 버섯·살사 등 소스 재료까지 하와이에서 구했다. 디저트도 마찬가지. 라스베이거스 셰프 스탄톤 호는 하와이산 코코아빈과 마카다미아 너트, 코코레카 초콜릿 무스, 하와이안 바닐라 무스 등을 이용한 케이크를 만들면서 아예 ‘로열 하와이안’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는 손님들에게 “냉동 혹은 가공되지 않은 식재를 쓴다는 것만으로도 요리의 질이 얼마나 높아지는지를 느껴보라”며 눈을 찡긋했다.

5 5일 저녁 ‘더 모던 호놀룰루’에서 열린 ‘하와이 푸드앤와인 페스티벌’ 프로그램. 6 셰프들의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각 요리는 한두 입 분량으로 제공됐다. 7 대만 대표로 행사에 초대받은 앰버 린 셰프팀.
4 마사하로 모리모토 셰프 부스에서 선보인 삼겹살찜 양상추쌈.
하와이에서도 증명된 한식의 인기
한국 셰프로 ‘비채나’ 대표인 조희경(루치아 조)씨가 부스를 차렸다. 고추장 소스를 기본으로 한 돼지고기 목살찜에 미나리를 얹은 나물밥을 내놨다. 지난 겨울 한국에서 반응이 좋았던 메뉴다. 고추장의 매운맛이 외국인들에게 괜찮을까 싶었지만 줄을 서 먹을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다. 조 대표는 “농도만 조절하면 고추장도 충분히 (서양인들이) 즐길 수 있는 소스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비채나의 한식 말고도 ‘비공식 한식’이 하나 더 있었다. 하와이뿐 아니라 미국·멕시코·도쿄 등에 수십 개 지점을 갖춘 마사하루 모리모토 셰프의 메뉴였다.

삼겹살찜 조각을 양상추쌈으로 싼 뒤 파파야로 만든 김치를 얹은 요리가 비장의 카드였다. 부스 옆 메뉴 설명판에도 ‘kimchi’라고 적혀 있었다.

일본인 셰프가 어떤 연유로 이런 메뉴를 개발했을까 싶었는데 그는 뜻밖의 답을 했다. “호놀룰루 식당의 스시 수석 셰프인 한국인 직원이 아이디어를 냈다. 나는 맛을 보고 오케이 사인을 냈다.”

메뉴를 만든 진짜 주인공은 2006년부터 모리모토와 캘리포니아-멕시코-하와이 등 지점을 옮겨 일하고 있는 이홍기 셰프. 그는 “배추는 아니지만 파파야 같은 서양식 채소로도 충분히 한식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김치에는 젓갈과 액젓 등 김치에 쓰이는 모든 재료를 다 집어넣었다”고 설명했다. 이 메뉴는 준비한 1000인분이 가장 먼저 동나 추가로 식재를 급조하기도 했다.

8 ‘마쓰모토 그로서리 스토어’의 셰이브 아이스. 9 ‘카메론’ 트럭의 새우튀김 도시락. 10 ‘와이알루아 베이커리’의 샌드위치.
축제 밖 하와이 음식도 인기
축제가 아니더라도 하와이 음식은 관광객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서핑을 즐기기 좋은 오아후 북쪽 해안의 식당들이 ‘하와이 주민들만 아는 곳’이라며 입소문으로 알려지는 중이다. 할레이바 타운 중간쯤 컬러풀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외관이 눈길을 끄는 가게 ‘와이알루아 베이커리’가 대표적이다. 가족이 경영하는 이곳은 모든 빵과 스무디 음료, 쿠키 등을 직접 만들어 낸다. 재료 역시 인근 농장에서 재배한 과일과 채소를 이용한다.

하와이에서 우리의 팥빙수처럼 인기가 있는 음식은 ‘셰이브 아이스’. 콘 밑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깔고 위에는 동그란 볼 형태로 곱게 간 얼음을 놓은 뒤 무지갯빛 색소로 꾸민 것이다. 여러 곳에서 팔지만 ‘마쓰모토 그로서리 스토어’가 원조 가게로 가장 붐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하와이에서 휴가를 즐길 때면 꼭 찾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외에 ‘돌(Doll) 플랜테이션’에서 파는 파인애플 아이스크림, 트럭에서 파는 ‘카메론’의 새우튀김 도시락, ‘쿠아아이나 샌드위치’의 아보카도 햄버거 등이 일부러 찾는 먹거리 코스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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