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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은 가능성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

중앙선데이 2013.09.14 02:01 340호 28면 지면보기
추석 같은 명절에는 뭔가 온 가족이 즐길 만한 것을 찾기 마련이다. 보는 이를 순식간에 매혹하는 마술쇼는 그런 수요에 부합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2003년 처음으로 단독 쇼를 선보인 마술사 이은결(32)이 10년간의 내공을 눌러 담은 ‘저스트 매직 콘서트’를 준비했다. 지금까지 공연한 마술 중 객석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것으로만 골랐다. 한창 연습 중인 그를 전화로 만났다.

추석특집 이은결의 ‘저스트 매직 콘서트’ 9월 20~22일 롯데호텔 서울 크리스탈볼룸

-그동안 방송에서 보기 힘들었다. 공연에 치중해온 이유는.
“상황에 맞춰야 하는 방송보다 모든 것을 최적화한 무대에서 깊이 있는 것을 보여 드리고 싶었다. 그런 욕심에 조명과 무대연출 등도 공부해 왔다. 사람들은 방송에서 보는 것만 마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게 아닌 것들을 보여 드리고 싶었다.”

-뭘 보여주고 싶나.
“음, 어느 순간부터 마술이라 정의하기 애매한 것들이 생겼다. 마술은 신기함을 위한 어떤 것이다. 원인과 결과만 있고 과정이 없다. 원인과 결과가 논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신기한 것이다. 나는 과정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다. 트릭을 쓰지만 트릭의 신기함 때문이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하기 위해 쓴다. 사람들에게 환상을 보여주고 싶다. 일루전(illusion)을 표현하고 싶다. 그래서 마술이 아닌 일루전 아트다.”

-일루전 아트?
“일루전이란 말은 환상, 착각, 착시라는 의미가 모두 들어있다. 마술이라는 말보다 픽션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드러낸다는 점이 좋다.”

▶공연 정보 9월 20~22일 오후 2시, 오후 8시. 티켓 R석 16만5000원(식사포함), S석 11만원 문의 02-737-6613
-새로운 무대를 꾸미려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하지 않나.
“사실 하고 싶었던 마술은 다 해봤다. 2005년엔 헬기를 나타나게 하기도 했다. 그때는 스케일만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그동안 배워왔던 것을 다시 내 속에서 버무리는 작업을 통해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면.
“지금까지 당연했던 것을 새로운 관점으로 보고 해석하는, 즉 발상의 전환에 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아프리카 섀도우’라고 부르는 손그림자 극이 있다. 토끼나 여우를 만드는 것은 누구나 한다. 하지만 단순히 동물을 묘사하는 게 아니라 아프리카 초원에 사는 동물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림자가 아니라 동물들의 실루엣을 보는 것처럼 느끼게 하고 싶었다. 거기에는 트릭이 전혀 없다. 하지만 관객들이 그런 부분에서 감동을 받더라.”

-속임수라는 지적에 대한 생각은.
“사실 그 부분이 불편했다. 어떻게 하면 나는 다르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도 일루전이다. 그것은 어떤 이야기를 담은 허구다. 그 과정을 보여준다.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내용을 생각하지 ‘저거 다 CG잖아’라고 매번 지적하지는 않지 않나.”

-현대미술가 정연두와도 협업을 했다.
“군대 있을 때 정 작가로부터 연락을 받고 나서 함께하게 된 작품이 ‘시네 매지션’이다. 영화를 만드는 현장에서의 긴장감을 표현한 작품인데, 최초의 SF 영화를 만든 조르주 멜리에스(Georges Méliès) ‘달나라 여행’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작품을 하면서 많이 배웠다. 정 작가와는 또 다른 작품을 위해 미팅 중이다.”

-상도 많이 받았다. 가장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상은.
“2001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아시아 세계매직 콘테스트(UGM)다. 권위적인 대회는 아니지만 내겐 굉장한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으로 처음 출전했고 처음 상을, 그것도 1등을 받았다. 누구도 세계대회에 나간다는 생각을 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것을 계기로 모든 편견이 깨졌다.”

-존경하는 마술사는.
“아까 말한 조르주 멜리에스. 연구하다 보니 얼마나 깨어있는 사람인지 알게 됐다. 마임의 거장인 마르셀 마르소의 공연을 보고 나서는 ‘이게 진짜 마술이구나’ 생각했다. 아무것도 없는 무대에서 사람들의 상상을 자극하는 것만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내겐 최고의 마술이었다.”

-당신에게 마술이란 뭔가.
“가능성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해보임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준다는 것, 사람들이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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