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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어색한 침묵은 그만 곰살궂은 아들·딸로 거듭나기

중앙선데이 2013.09.14 02:11 340호 30면 지면보기
저자: 신현림 출판사: 흐름출판 가격: 1만3000원
곧 한가위다. 명절이 되면 많든 적든 가족과 시간을 보내게 된다. 오랜만에 부모님을 찾아뵙기도 한다. 그럴 때 새삼 피부로 느끼는 건 어느새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편하지만은 않다는 것. 특히 말수가 적은 아버지와는 공통 화제가 떠오르지 않아 어색한 침묵만 흐르곤 한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몇 마디 나누다 슬며시 자리를 피하게 된다. 점점 더 거리감만 생기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아빠에게 말을 걸다』

그러다 돌아가시면 뒤늦게 후회를 한다. 그나마 문학작품이나 대중문화에 의해 ‘희생과 헌신의 아이콘’으로 정착한 어머니에 대해서는 추억할 계기가 많지만 아버지는 돌아가신 뒤에도 영 소외된 존재다. 어머니가 어렵게 살림을 꾸리며 자식들을 길러내느라 자기 인생을 포기했다면, 가족부양을 위해 밖에서 분투하느라 집에서 설 자리를 포기한 것이 아버지일 터인데, 추억거리가 없으니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아버지에게만 지워야 할까?

최근 대화 없는 가족관계로 인한 범죄 등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아버지의 존재를 다시 묻는 트렌드가 감지되고 있다. TV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좋은 아빠 되는 방법을 보여주고, 출판계에서는 중년 남성들의 외로움을 진단하고 힐링법을 처방한다. 베스트셀러 『엄마 살아계실 때 함께할 것들』의 작가 신현림의 접근법은 다소 색다르다. ‘아빠 살아계실 때 함께할 것들’이란 부제를 단 신간 『아빠에게 말을 걸다』는 거창한 담론이나 문제의식을 떠나 일상에서 아버지에게 말 한마디 더 걸어보자는 소박한 실천론이다.

아버지의 쓸쓸한 뒷모습에서 시작된 글이니 뻔한 최루성 추억타령 아닐까 싶지만 마치 처세술이나 자기개발 서적처럼 간단명료하게 행동강령을 제시한다. 작가는 묻는다. 가족들 가슴속에 아버지의 방이 있는지. “사랑은 뭘까? 사랑은 시간을 내는 것이다. 아버지를 사랑하는 것은 내 아버지에게 무언가를 해 드리기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말이다. 하지만 시간을 내 아버지의 방을 만들더라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 문제다. 그런 우리를 위해 작가는 자신의 소소한 경험을 들려준다. 함께 음악 듣기, 술 한잔 하기, 같이 텃밭 일구기, 스마트폰 사용법 가르쳐드리기, 여행 떠나기 같은 어렵지 않은 실천방안을 보여준다. 질척거리며 불편한 관계로 치닫는 것이 아닌, 아버지의 노후인생 즐기기를 쿨하게 도와드릴 생활의 지혜가 반짝인다.

작가의 동생인 정신과 전문의 신동환 원장의 칼럼은 아버지를 객체와 주체 양면에서 입체적으로 보게 한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뛰다 보면 가족과 멀어질 수밖에 없는 사회적 이유들, 그 서글픈 현주소를 스케치함으로써 아버지와의 대화 시도가 의무가 아니라 공감에 기반할 수 있게 한다.

아버지 입장이라면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이 우선일 터다. 그 실천법 역시 별반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녀들과 여행 가기, 가족에게 편지 쓰기, 서점에 데려가기, 고향을 찾아 효도하는 모습 보여주기 등 우선 ‘공통 경험을 만들라’는 처방이다.

올 추석에는 ‘아빠’와 함께 산책이라도 하며 먼저 말을 걸어보자. 대화 가운데 어릴 적 ‘공통경험’의 추억들이 방울방울 되살아날지도 모른다. 의외로 아버지는 말수가 적은 분이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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