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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하는 추석

중앙일보 2013.09.14 00:23 종합 23면 지면보기
한가위, 마음을 무엇으로 채울까. 연휴를 앞두고 본지 문화부 기자들이 추석에 읽기 좋을 책을 골랐다. 정보·재미·감동 3박자를 갖춘 책들이다.


모처럼 긴 쉼표 … 당신을 채우는 시간



한가위 명절이 다가왔다. 여느 해보다 긴 연휴를 앞두고 마음이 즐겁다. 평소 바쁘다는 이유로 멀리했던 책들과 가까워지기에 좋은 시간이다. 본지 문화부 기자들이 교보문고·예스24와 함께 추석에 읽으면 좋을 책을 선정했다. ‘쉼표’의 의미를 제대로 살릴 수 있도록 콘텐트와 재미의 균형을 갖춘 책들을 주로 골랐다.



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2

조엘 디케르 지음

윤진 옮김, 문학동네

각권 492·416쪽

각권 1만3800원



그리고 산이 울렸다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현대문학

580쪽, 1만 4800원



소설



막판까지 팽팽한 긴장과 흥미를 느끼고 싶다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소설 『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이 제격이다. 살인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한 편의 소설로 완성되는 과정과 맞물리면서 충격적인 결말을 선사한다. ‘모두들 입에 침이 마르도록 내 책 이야기를 했다’는 첫 문장은 독자의 반응을 예견한 작가가 선수를 친 것으로 여겨질 정도다.



 할레드 호세이니의 장편 『그리고 산이 울렸다』(현대문학)는 명절을 맞아 가족간의 사랑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는 작품이다. 가난 때문에 운명적인 이별을 맞게 된 남매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60년 역사를 돌아본다.



 65세 현역 여성 킬러라는 독특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구병모의 장편소설 『파과』(자음과모음)도 신선한 독서 체험을 선사한다. 알츠하이머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는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다룬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문학동네)도 술술 넘어간다. 영업사원으로 일하다 정년 퇴직한 해럴드 프라이의 엉뚱한 영국 여행기를 그린 『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민음사)도 흔들리는 중년에게 따스한 위로를 건넨다.



장사의 시대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현대문학

580쪽, 1만 4800원



부의 추월차선

엠제이 드마코 지음

신소영 옮김, 토트

392쪽, 1만5000원



비즈니스



부모가 자식들이 꼭 갖췄으면 하고 바라는 능력은 무엇일까. ‘자식들이 스스로 욕구를 충족시키는 능력’이라면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일 법하다. 『장사의 시대』는 이를 위해 세일즈에 초점을 맞췄다. 현대인 모두 늘 뭔가 팔아야 사는 만큼 ‘장사’를 제대로 알자는 거다. 하버드 MBA인 저널리스트가 세계 곳곳으로 발품을 팔아 이슬람 상술, 홈쇼핑의 홀리기, 보험판매왕의 인맥관리술 등을 정리했다. 우리시대 치열한 장사의 현장을 보여주지만 문화인류학 책이기도 해서 일반 실용서 이상의 재미가 있다.



 『부의 추월차선』도 풍요로운 삶을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가난한 삶을 만드는 ‘인도(人道)’, 평범한 삶을 만드는 ‘서행 차선’, 부자를 만드는 ‘추월차선’으로 나눠 진정한 부를 누릴 공식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자수성가로 37세에 백만장자가 돼 은퇴했다는 지은이는 ‘한 방’을 노리다간 가난을 면치 못하지만 절약만으로 부자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돈이 저절로 따라오는 영향력의 법칙’ 등 그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젊어서 부자가 되는 길’이 꽤나 설득력 있다.



모든 게 노래

김중혁 지음

마음산책, 264쪽

1만2800원



같이 밥 먹을래?

여하연 지음

이봄, 254쪽

1만 3800원



에세이



소설가 김중혁의 산문집 『모든 게 노래』는 음악을 들으면서 긴장을 늦출 수 있을 만한 책이다. 김추자의 추억의 히트곡부터 페퍼톤스 등 인디 음악, 써니힐의 최신 가요, 비틀스에서 벨벳 언더그라운드와 팻 메스니 등 다양한 음악이 그의 유려한 글솜씨에 실려 독자에게 ‘음악의 마법’을 선사한다.



 혼자서 명절을 보내야 한다면 음식 에세이 『같이 밥 먹을래』를 추천한다. 잡지기자이자 30대 싱글 여성인 저자 여하연씨는 홈 파티를 열고 남을 위해 음식을 하면서 타인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 흰쌀밥과 구운 스팸, 차돌박이 된장찌개 등 오늘의 요리를 소개하며 혼자가 아닌 ‘같이 먹는 밥’에 대한 예찬을 담았다. 상세한 레시피는 덤이다.



 ‘건축과 풍경의 내밀한 대화’라는 부제가 붙은 『풍경류행』(효형출판)은 서울대 건축학과 부교수인 백진씨가 15년에 달하는 긴 유랑생활 동안 마주한 풍경을 차분한 어조로 들려준다. 좀 더 진중한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안나와디의 아이들』(반비)를 읽어보자. 미국 뉴요커 기자가 인도의 빈민가인 안나와디에서 4년 동안 생활하며 빈곤의 민낯을 묘사한 논픽션이다.



박시백의 조선왕족실록

박시백 지음, 휴머니스트

8000쪽(1~20권)

21만 7000원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이봄

128쪽, 8000원



만화



모처럼의 긴 연휴, 큰 맘 먹고『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시리즈에 도전해보자. 실록이라는 정사(正史)를 다루면서도 만화 특유의 유머와 생동감이 살아 있어 한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기 어렵다.



 기왕 다이어트는 포기해야 하는 추석이니, 아예 음식만화로 정면승부를 걸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식객』(김영사) 『심야식당』(미우) 등 웬만한 음식만화를 독파한 이라면 13권까지 출간된 일본만화 『에키벤』(AK커뮤니케이션즈)을 권한다. 지역 특산물을 재료로 만든 일본 유명 기차역의 도시락을 맛깔 나게 소개하는 여행기다. 눈으로 즐기는 식도락이니 방사능 걱정은 잠시 잊으시고.



 명절이 반갑지 않은 싱글이라면 마스다 미리의 여자만화 세트로 도망치자. 지난해 말 출간된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주말엔 숲으로』에 이어 최근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아무래도 싫은 사람』 『수짱의 연애』 3권이 나왔다. 뜻대로 안 되는 일투성이지만 서로를 토닥대며 앞으로 나아가는 30대 싱글 여성 ‘수짱’과 친구들의 이야기에 ‘까짓거 명절 잔소리 쯤이야’하고 조금은 힘이 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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