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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기듯 물러난 채동욱

중앙일보 2013.09.14 00:55 종합 1면 지면보기
채동욱 검찰총장이 자신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 발표 한 시간여 만에 사의를 표명한 뒤 13일 오후 4시쯤 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떠나고 있다. [안성식 기자]


채동욱(54) 검찰총장이 13일 전격 사임했다. 지난 6일 ‘혼외아들’ 의혹이 제기된 지 1주일 만이다. 재임 163일 만에 물러난 채 총장은 18명의 역대 총장 가운데 법에 보장된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한 12번째 검찰총장이 됐다. 이에 따라 검찰총장 임기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채 총장 사임 발표는 이날 오후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법무부 감찰관에게 자신에 대한 감찰을 전격적으로 지시한 지 1시간 만에 나왔다.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는 검찰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사실상 사퇴를 종용한 것이다. 채 총장은 “검찰 조직의 수장으로서 단 하루라도 감찰 조사를 받으면서 일선 검찰을 지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쫓기듯 사표를 냈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감찰
황교안 법무 지시 직후 사의
혼외아들 보도엔 "사실무근"



 법무부는 이날 오후 1시20분쯤 기자들에게 “사정기관 책임자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검찰 명예에 대한 국민 신뢰에 중대한 사항이므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고 조속히 진상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감찰 사실을 알렸다.



 이어 조상철 법무부 대변인은 오후 2시 브리핑을 통해 이를 공식 발표했다. 조 대변인은 “법무부 감찰규정에 의한 조치이며 감찰이 아닌 진상규명부터 한다”고 밝혔다.



 오후 4시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현관에 선 채 총장은 취임식 날 사용한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그는 짤막하게 사퇴의 변을 밝혔다.



 “짧은 기간이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을 제대로 이끌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합니다. 국민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구본선 대검 대변인은 “검찰 조직의 동요를 막고 조직의 안정을 꾀하기 위한 충정으로 이해해달라”며 “주어진 임기를 채우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한 마음이라고 채 총장이 밝혔다”고 전했다.



 채 총장은 그러나 혼외아들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저의 신상에 관한 보도는 다시 한번 사실무근임을 분명하게 밝힌다”며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공직자의 업무수행을 어렵게 하는 일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채 총장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제기할 예정이었던 정정보도 청구소송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대검 관계자는 이날 “(채 총장은) 현직 검찰총장으로서 언론에서 일방적으로 제기한 의혹이 수차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며 “그에 관한 법적 조치는 다 취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변호사 2명을 선임했고 소장을 준비한 상태였다”며 “진행 여부에 대해서는 지금 언급하는 게 부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시 24회 인 채 총장은 전임 한상대 총장이 잇따른 검사들의 추문과 대검 중수부 폐지를 둘러싼 ‘검란(檢亂)’으로 사퇴한 뒤 사상 첫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를 거쳐 지난 4월 4일 총장에 임명됐다. 그러나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수사과정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문제를 두고 청와대·법무부와 갈등을 빚었다.



글=최현철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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