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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3자회담, 날짜는 잡았는데 '메인 메뉴' 조율 진통

중앙일보 2013.09.14 00:48 종합 5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후 청와대 무궁화실에서 세계적인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 부부를 접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한국 경제발전에 많은 관심과 조언을 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자리는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에 대한 지론을 나누고 존 나이스빗 박사의 조언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3자회담이 16일 열린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13일 오전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청와대가 제안한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3자회담에 응하겠다. 회담의 형식보다는 그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제까지의 관례를 벗어나서 이번 3자회담에 대한 사전협의가 필요 없다는 게 대통령의 입장이라면 그것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며 “역사의 전진을 위해서라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 제 소신”이라고 말했다.

김한길 대표, 청와대 제의 수용
핵심 의제 인식차는 못 좁혀
박 대통령 언급 수위가 핵심



 다만 김 대표는 “국정원 개혁 등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담보되는 회담이 돼야 한다”며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을 전후해 벌어졌던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정치개입에 대해 조금도 주저함 없이 한 시대를 뛰어넘는 확고한 청산의지와 결단을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또 “국가정보기관을 국민과 역사의 관점에서 어떻게 개혁할지 분명한 해답이 있어야 한다”며 “반복되는 국가정보기관의 정치개입 악습에 대한 분명한 인적·제도적 청산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대통령과 양자대화를 선호하던 김 대표가 3자회담 형식을 수용하면서 영수회담은 성사되게 됐지만 의제 선정을 둘러싼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국정원 개혁 문제를 회담 테이블에 올릴 것인지, 어느 정도 수위에서 해법을 논의할 것인지를 놓고 청와대는 물론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생각이 다르다.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정원의 정치개입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선 국정원에 맡겨둬선 안 되며 대통령과 여야가 포괄적으로 쇄신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굉장히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김 대표의 결정은)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회담의 대상·시간·장소에 대한 것 외엔 대통령과 청와대는 (의제에 대해) 아무 이야기도 한 적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청와대 내부적으론 회담이 국정원 문제에 집중되는 것은 부담스러워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선거 때 국정원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이제 와서 사과할 일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이 국정원 문제에 대해 포괄적으로 유감을 표시할 것이란 일부의 전망에 대해서도 “근거 없는 추측”이란 반응이다.



국정원 댓글 문제는 검찰이 수사 중이고 국회 국정조사도 끝난 만큼 영수회담 석상에서까지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기류가 강하다. 정보기관이란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국정원 개혁 문제를 포함해 모든 민생현안을 폭넓게 얘기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며 국민 입장에서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국정원 관련 언급을 하게 된다면 댓글 사건과 같은 ‘과거의 얘기’보단 향후 얼만큼 국정원 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할 것인지와 같은 ‘미래의 얘기’에 초점을 맞출 것 같다”고 말해 논의 수위를 놓고 물밑조율이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국정원 문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책임 있는 언급을 받아내겠다는 민주당과 국정원 문제는 여러 의제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청와대·새누리당의 기싸움은 회담 직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하·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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