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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NYT에 미국 비난 기고 … 백악관 "그게 표현의 자유"

중앙일보 2013.09.14 00:45 종합 6면 지면보기
백악관이 뿔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오피니언면에 기고한 글 때문이다.


시리아 해법 갈등 다시 고조
푸틴 "미, 타국에 군사개입 다반사"
케리, 무력 사용 가능성 다시 비쳐
시리아 "화학무기금지협약 가입"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로부터의 호소’란 제목의 글에서 “미국이 다른 나라의 내부 갈등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일이 다반사로 이뤄지는 데 대해 우려스럽다”며 “우리는 힘의 언어를 강제하지 말고 문명화된 외교 해법을 구사해야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미국을 민주주의 모델이 아닌 폭력에만 의존하는 국가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말한 미국의 예외주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어떤 의도에서간에 미국인들이 스스로를 예외로 여기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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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기자들이 푸틴 대통령의 기고문에 대해 묻자 “기고문 내용을 보고 놀라지는 않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런 뒤 “민주주의와 인권을 옹호하는 미국은 러시아와는 다르다”며 “러시아는 미국이 왜 예외적인 국가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벌어진 화학무기 공격과 관련해 정부군이 아니라 반군의 행위라고 주장한 데 대해선 “반군의 행위라는 입장을 유일하게 주장하는 나라가 러시아”라며 “심지어 이란조차도 알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비판했다”고 반박했다.



 카니 대변인은 “미국 언론에 푸틴 대통령이 기고문을 실은 것 자체가 멋진 아이러니”라며 “러시아에선 지난 수십 년간 표현의 자유가 퇴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기고문에 대해 미 의회에선 더 격한 반응을 보였다. 상원 외교위원장인 로버트 메넨데즈(민주·뉴저지)는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며 “KGB(소련 국가보안위원회) 출신인 누군가가 미국의 국가 이익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걸 보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모욕을 당한 기분”이라며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은 트위터로 “푸틴의 뉴욕타임스 기고문은 미국의 지성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시리아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입장 차이는 이날 시작된 양국 외무장관 회담에서도 현격하게 드러났다. 이틀간 일정으로 제네바에서 열린 회담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외교적 협상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무력을 사용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 정부가 시리아를 상대로 한 미사일 공격 위협을 먼저 거둬들여야 한다고 맞섰다.



 한편 시리아 정부는 12일(현지시간) 유엔에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가입하겠다는 신청서를 전격적으로 제출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협약 가입에 대한 의회 비준 절차도 밟았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제안한 중재안에 따라 화학무기를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유엔도 가입 신청 사실을 확인했다. 파르한 하크 유엔 대변인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시리아 정부로부터 알아사드 대통령이 CWC 가입에 관한 법령에 서명했다는 것을 알리는 편지를 받았다.



 하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시리아는 이로써 CWC의 정회원국(full member)이 됐다고 주장했다. 바샤르 자파리 유엔 주재 시리아대사는 “시리아의 가입으로 화학무기 문제가 종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엔 일각에선 “회원국으로서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협약 중 ‘가입 당사국은 협약 발효 후 30일 이내에 화학무기 보유 여부를 신고하고 10년 이내에 이를 완전히 폐기해야 한다’는 기준을 두고도 신경전이다. 알아사드 대통령이 “CWC에 가입한 이후 한 달 이내에 화학무기 관련 정보를 전달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하자 케리 국무장관은 “시리아는 이미 화학무기를 쓴 국가”라며 그보다는 빨라야 한다고 반박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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