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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 사기' 구자원 LIG 회장 법정구속

중앙일보 2013.09.14 00:38 종합 8면 지면보기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 구자원(78·사진) LIG그룹 회장은 재판장인 김용관 부장판사의 판결 선고가 이어지는 내내 묵묵히 한 방향만 응시하고 있었다. 공소사실마다 유죄를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 내용이 낭독된 끝에 징역형이 선고되자 고개를 떨궜다. 구 회장은 재판장이 법정구속에 대한 의견을 묻자 담담히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선고가 끝난 뒤 법원 경위가 그를 이끌었다. 차남인 구본엽(41) 전 LIG건설 부사장에게 황급히 지갑과 휴대전화를 넘겼다.


"800여 명의 피해액 3437억 달해" … 장남 구본상 부회장은 8년 선고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는 13일 기업회생신청 계획을 알리지 않은 채 기업어음(CP)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으로 기소된 구자원 회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구속 기소된 장남인 구본상(43) LIG넥스원 부회장에게는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구 회장이 그룹의 총수로서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었던 점에 대해 책임을 물었다. 금융위기로 재무 구조가 급격히 악화된 LIG건설의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하고 기업회생 신청 계획을 가진 상태에서 CP를 발행한 범죄 사실이 구 회장의 승인이 없었다면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800여 명의 피해자가 3437억여원의 피해를 입었고 그중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2087억원에 달한다”며 “78세의 고령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실형을 선고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가장 중한 형을 선고받은 구 부회장을 실질적인 주도자로 판단했다. 구 부회장은 함께 기소된 오춘석(53) LIG대표이사가 모든 것을 처리했을 뿐 자신은 대주주의 일원으로서 상징적 역할만 했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요 사항을 모두 보고받고 회의 석상에 LIG건설의 부진한 실적에 대해 질책하고 개선을 지시하는 등 주도적으로 LIG건설 경영에 참여한 점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구 부회장은 최종 결정만 하지 않았을 뿐 오 대표와 협의하에 이 사건 범행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LIG그룹 경영권을 승계받을 지위에 있는 만큼 가장 큰 경제적 이익을 취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구 전 부사장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 당시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었지만 회계 관련 사항에 대해 보고를 받거나 결재를 하지 않았던 점이 인정됐다. 재판부는 오춘석 대표와 정종오(58) 전 LIG건설 경영본부장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4년을 선고했다.



◆LIG 그룹=1999년 LG그룹에서 분리된 LG화재(현 LIG손해보험)가 모태가 된 기업이다. 현재 비상장 지주사인 ㈜LIG를 중심으로 11개 계열사를 두고 금융(LIG손보)·방위산업(LIG넥스원)·건설(LIG건설) 같은 업종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자산 규모는 17조6800억원, 매출은 총 10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본래 보험을 주력으로 하다 2006년 건영건설, 2009년 한보건설을 각각 인수합병해 LIG건설을 설립하고 그룹 내 건설업 비중을 높였다. 그러나 건설경기 침체로 LIG건설의 부실이 심해졌고, 2010년 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직전 기업어음(CP) 1874억원어치를 발행해 문제가 됐다.



 이번에 법정 구속된 구자원 회장은 고(故) 구철회 LIG 전 회장의 장남으로 오너 2세다. 구철회 전 회장은 LG그룹 구인회 창업주의 첫째 동생으로 99년 그룹 분리 당시 자녀(4남4녀)들과 함께 LG화재를 맡아 LG그룹으로부터 분리했다.



박민제·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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