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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초동수사 중요성 보여준 '낙지 살인 무죄'

중앙일보 2013.09.14 00:30 종합 30면 지면보기
대법원이 이른바 ‘낙지살인 사건’의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의 모든 법적 절차는 마무리됐지만 사망자 가족과 많은 네티즌들이 무죄 결론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어디에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제 대법원 1부는 모텔에서 여자친구 윤모(당시 22세)씨를 살해한 뒤 낙지를 먹다 질식사한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타낸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김모(32)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낙지를 먹다 질식했다면 고통으로 몸부림을 쳤을 텐데 자리가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반면 2심과 대법원 재판부는 김씨가 코와 입을 막아 윤씨를 살해했다면 발견돼야 할 저항의 흔적들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낙지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는 형사재판의 대원칙이다. “범죄의 증명이 합리적 의심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는 판례를 문제 삼을 순 없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 후에도 의혹들이 불식되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초동수사 단계에 있다고 봐야 한다. 사건 발생 당시 경찰은 단순 사고사로 처리했고 시신은 이틀 뒤 화장됐다. 이후 가족들의 의혹 제기로 뒤늦게 재수사가 이뤄졌다. 2심 재판부도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사건 현장이나 피해자 또는 피고인의 신체에 대해 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현장에서 낙지를 수거해 낙지에 씹은 자국이 있는지, 피해자의 침 등 DNA가 묻어 있는지 등을 조사했더라면 피고인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사건뿐 아니라 많은 사건들이 초동수사만 제때, 제대로 이뤄졌다면 유무죄가 정확히 가려졌을 가능성이 크다. 변사 사건 현장에 나가는 경찰은 항상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증거 조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래야 억울한 죽음도, 억울한 피고인도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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