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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속으로] 불법체류자 자녀도 중학교 의무교육 … 사전적응 돕는 예비학교 52곳 운영

중앙일보 2013.09.14 00:19 종합 15면 지면보기
지난해 9월 충남 차동초등학교 서정숙 교사는 서산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주민 중에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엄마 사이에 태어난 C군(7)이 학교에 가지 않고 있으니 학교에 가도록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서 교사가 아버지 전화번호를 받아 통화를 했을 때 처음엔 아버지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길 주저했다고 한다. 집에서 학교까지 거리가 너무 멀고 아이가 한국어도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C군은 필리핀 언어인 비사야어를 썼다. 서 교사는 몇 번의 상담을 거듭한 끝에 C군을 학교에 다니게 할 수 있었다. 차동초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 강사가 도움을 주고 있다.


다문화 교육 7년

지난달 29일 학생들에게 나눠준 ‘토요 학부모 한국어교실’ 가정통신문. 부모에게 알려야 하는 중요 공지는 한국어뿐 아니라 중국어·러시아어 등으로 번역해 제공된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의무교육 기간 동안 모든 아이는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권리가 법으로 규정돼 있다(초·중등교육법시행령 19·75조). 여기엔 다문화 가정의 학생도 포함된다. 불법 체류 중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1991년 모든 아동이 기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에도 가입했다.



 하지만 제도와 별개로 정부가 다문화 교육에 대해 본격적으로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교육부가 처음 다문화 학생 수를 집계한 것은 2006년이다. 당시 숫자는 9389명이었다. 정부는 같은 해 ‘다문화 가정 교육지원대책’을 발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다문화 학생 수는 5만5767명(잠정)이다. 처음으로 5만 명을 넘었다. 다문화 학생 수 집계를 시작한 2006년보다 6배가량 늘었다. 전체 학생의 0.86%이고 조만간 1%를 넘어갈 것이라 예상된다. 다문화 학생의 증가 속도를 보면 결코 적다고 볼 수 없는 수치다. 게다가 다문화 학생의 경우 나이가 어린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반면, 우리나라의 취학 연령 학생 수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90년대 후반부터 늘어난 결혼이주 여성의 자녀들이 취학 연령이 된 것도 다문화 학생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5094만8272명(올해 1월 기준)이며, 이 중 외국인 거주 인구는 144만5631명으로 전체 인구의 2.8%다.



 교육부 통계에서 다문화 학생은 출생시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외국인인 초·중·고 학생을 뜻한다. 외국인학교 재학생을 빼고 공교육 기관에 다니는 학생만 조사한 숫자다. 결혼이주 부모에게서 태어나 한국 국적을 가진 경우도 다문화 학생의 범주에 들어간다.



 올해 조사에선 초등학생 3만9423명(71.1%), 중학생 1만1235명(20.2%), 고교생 4827명(8.7%)이었다. 유형별로는 국내에서 태어난 국제결혼 자녀가 4만5674명(81.9%)으로 가장 많다. 외국에서 태어나 중도에 입국한 국제결혼 자녀는 4931명(8.8%)이다. 외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외국인 가정 자녀는 5162명(9.3%)이었다.



 2012년 9월 기준으로 다문화 학생 부모의 국적은 중국(33.8%)이 가장 많다. 이 중 중국동포(조선족)가 17.4%를 차지하고 일반 한족이 16.4%다. 그 뒤로는 일본(27.5%), 필리핀(16.1%), 베트남(7.3%), 태국(2.4%), 몽골(2.2%) 순이다.



 정부는 지난해 3월 ‘다문화 교육 선진화 계획’을 발표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다문화 학생이 정규 학교에 배치되기 전 사전 적응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예비학교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계획이 수립됐다. 현재 52개 예비학교가 운영 중이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일반 공교육에 잘 적응하게 하기 위한 제도다. 안산원곡초등학교와 같이 다문화 학생이 많은 경우 그 학생들을 위한 특별학급을 설치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도 추진 중이다. 다문화 학생의 장점인 언어 능력을 키우기 위해 이중언어 교사도 확대하고 있다.



 다문화 학생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개선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2011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다문화 학생 중 41.9%는 발음이 이상하다고 놀림당한 적이 있고, 36.6%는 무시를 당한 적이 있었다. 25.3%는 이름 대신 나라 이름을 부르거나 피부색이 다르다고 놀림을 당했다고 조사됐다.



이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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