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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사 교과서 역사관 논란 확산 … 서남수 "오류는 수정"

중앙일보 2013.09.12 00:35 종합 3면 지면보기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교실’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앞줄 오른쪽)과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날 모임에서는 우편향 논란을 빚고 있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주 저자인 이명희 교수(앞줄 왼쪽)가 ‘한국사회의 문화 헤게모니와 역사인식’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뉴스1]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일종의 역사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진보 진영은 “우편향 교과서”라고 공격하고, 보수 진영은 “예전 교과서들이 오히려 좌편향”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교학사 교과서는 지난달 30일 국사편찬위원회 검정을 통과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 중 하나다. 논란이 커지자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11일 “교과서 8종 내용 전반을 재검토해 10월 말까지 수정·보완할 방침이다. 검토 대상은 역사관이 아니라 역사적 팩트(사실)에 대한 오류”라고 못박았다.

사학계 원로들은 "문제될 것 없어"
진보 측은 "우편향, 합격 취소를"
교학사 출판 포기 검토설도 돌아



 ◆"교과서 논란, 정쟁의 도구 돼”=전직 교육부 장관과 역사학계 원로들이 “한국사 교과서 논란이 정쟁의 도구가 되고 있다”며 11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교학사 교과서의 ‘우편향’ 비판에 대한 재비판 성격이다. 진보 진영은 이 교과서가 ‘일제 식민사관, 이승만 영웅화, 박정희 띄우기’로 일관한다고 공격해왔다.



 원로 학자들은 이날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역사교육을 걱정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교학사 교과서가 완벽한 것은 아니나 교육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는 없다고 판단된다. 이번 논란은 (교학사 교과서의) 필자들 역사관이 지난 10여 년간 우리 역사 교과서 집필을 독점하다시피 해 온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문제 삼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역사교육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박영식·이돈희·정원식 등 전 교육부 장관 7명을 포함해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이성무 전 국사편찬위원장, 신용철(역사학) 경희대 명예교수 등 원로 23명으로 구성됐다. 기자회견은 애초 16일 열릴 예정이었다. 주최 측은 “교학사가 부담을 느껴서 한국사 교과서 출판을 포기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어제 듣고서 급하게 일정을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왼쪽 사진).


 이인호(역사학) 서울대 명예교수는 “(진보 진영에서) 교과서 내용이 공개되지도 않았는데 유관순을 ‘여자 깡패’라고 한다느니,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라고 한다느니 하면서 선동했다. 왜곡 보도로 판명됐음에도 사과와 반성은 없었다. 이 교과서를 찬찬히 살펴봤다. 제 양심에 비춰볼 때 제 손자들에게나,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쓰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보 진영의 ‘검정 합격 취소’ 주장에 대한 반박도 나왔다. 이주영(역사학) 건국대 명예교수는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라 해도 오류가 있다. 통상 검정위원들이 검정 통과 후에도 여러 차례 수정 지시를 내린다. 이 책의 선택 여부는 일선 학교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일제 강점기 오류 많아”=진보 성향인 한국역사연구회·역사문제연구소·민족문제연구소·역사학연구소는 10일 서울 남대문로 대우재단빌딩에서 ‘뉴라이트 교과서 검토 설명회’를 열었다. 진보 진영은 “검정 합격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하일식(연세대 사학과) 한국역사연구회장은 “교학사 교과서에서 확인한 오류만 500~600건 정도다. 그중 일제 강점기 역사는 125건으로 가장 많았다”고 주장했다. 이준식 연세대 교수는 “독립운동사를 다루는데 이승만 이름은 모두 42회, 사진 5장이 등장한다. 그런데 임시정부의 마지막 주석 김구 사진은 1장, 윤봉길 의사 사진은 아예 없다”고 했다.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교수는 “박정희 독재를 미화하고,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축소하고, 국가폭력을 경시한 점이 이 교과서 현대사 서술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출판사인 교학사는 난감한 입장이다. 일부 단체에서 출판물 불매 운동도 거론하고 회사로 항의 전화도 걸려 온다. 교학사 측은 “무슨 이념적인 걸 갖고 출판을 하려던 건 아니다. 논쟁은 학자들끼리 하는 건데. 한국사 교과서 논란의 불똥이 다른 과목 교과서로 튈까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집필자에 따라 성향 달라=이주영 명예교수는 “제가 젊었을 때 역사 교과서는 소장학자들이 쓰는 게 아니라고 여겼다. 그런데 지금은 저희 원로 세대는 다 배제되고 운동권 성향의 학자들이 집필에 대거 참여한다. 역사를 보는 틀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정교과서 시절에는 중진급 대학 교수들이 집필을 책임졌다. 2010년 검정교과서로 바뀐 후에 문제점이 제기됐다. 대학 강단의 연구자와 일선 학교의 역사교육 사이에 괴리감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때부터 일선 교사들의 필진 참여가 시작됐다. 교수들에 비해 교사들은 젊고 비교적 진보적 성향이 강했다.



 출판사는 교사들이 주로 집필한 교과서를 선호한다. 학교 현장 분위기를 반영하기 때문에 교과서 채택 가능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교사들의 집필 비율은 갈수록 늘었고, 역사 교과서의 성향도 진보적 시각이 많이 반영됐다.



백성호·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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