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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 유치’ 은행 마케팅 활발

중앙일보 2013.09.10 03:26



연 4% 금리, 수수료 면제…대학생·사회초년생 예금 혜택 듬뿍

얼른 보기에는 모순돼 보이고 불합리한 듯하지만 깊이 생각해 보면 진실이 담겨 있는 것을 역설이라고 한다. 많은 베스트 셀러 문학작품은 무릎을 치게 하는 역설이 숨어 있다.



 기업의 ‘역발상 마케팅’은 역설의 또 다른 이름이다. 매일같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 상품 홍수시대에 뭔가 튀고 차별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그래서 뒤집고 보고 거꾸로 읽으면서 역설을 찾는 역발상 마케팅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드는 것이다.



 유한킴벌리는 기저귀·화장지 등 위생용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제품생산을 위해선 펄프를 많이 사용해야 하므로 벌목이 필요하다는 인상을 준다. 이런 이유로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1984년부터 ‘나무심기 캠페인’이라는 역발상으로 국내외 산림조성에 기여하면서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자연을 파괴하기보다는 사랑한다는 이미지가 더 부각돼 역발상 마케팅이 먹혀든 케이스다.



 금융기관은 보통 돈을 많이 예치하는 고객에게 우대금리 등 서비스 혜택을 베푼다. 그만큼 은행 수익을 늘려주기 때문이다. 실제 소액 예금은 비용만 잡아먹을 뿐 실익이 별로 없다. 따라서 자산축적이 안된 사회초년병이나 서민들은 은행한테 찬밥신세를 면치 못한다. 여기서도 역발상 마케팅이 등장한다. 당장은 기여도가 크지 않지만 대접을 해주다보면 장기적으론 충성고객이 돼 수익에도 도움된다는 논리다.



 KB국민은행이 지난 2008년 1월 대학생 및 사회초년생 등 젊은 고객층을 대상으로 출시한 ‘KB Star*t 통장’은 이런 역발상으로 히트 상품이 됐다. 이 상품은 불황 속에서도 젊은층의 폭발적인 공감을 얻으며 출시 1년만에 100만개 계좌를 돌파했다. 지난 8월 28일 기준 360만개 계좌에 1조 8541억원의 예금실적을 올리고 있다. 증권사의 고금리 상품인 CMA에 빼앗겼던 젊은 고객을 다시 은행으로 돌아오게 하는 공을 세웠다는 평가다.



 KB Star*t 통장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요구불예금이다. 만 18세 이상부터 만 35세 이하 개인고객이 가입할 수 있다. 가입자의 연령이 만 38세에 도달하면 다음 해 ‘직장인우대종합통장’ 또는 ‘KB종합통장’으로 자동전환된다.



 20~30대 고객의 요구불 통장 평균금액은 40만원 내외로 예금거래가 많지 않다. 기존 은행권 전환형 고금리 상품이 보통 300만원 내지 100만원 이상의 금액에 대해서만 높은 금리를 준다. KB Star*t 통장의 성공비결은 이와는 반대로 100만원 이하의 금액에 연 4%의 금리를 적용하는 역발상에 있다.



 우선 이 통장에서 매월말 기준으로 공과금 자동납부·계좌간 자동이체·KB카드(체크카드 포함) 이용대금 결제 등의 실적이 있거나 또는 KB국민은행의 청소년 금융상품인 ‘캥커루통장’ ‘20대자립통장’ ‘e-파워통장’ 중 하나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고객에게는 익월 전자금융 수수료와 자동화기기 이용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이와 함께 결산일 전월 말일 기준 최근 3개월 동안 2개월 이상 전자금융 수수료 및 자동화기기 이용수수료가 면제되는 고객들에게는 평균잔액 100만원까지 연4%의 금리를 준다. 100만원 초과금액은 연0.1%의 기본금리가 적용된다.



 통장 가입자가 환전하는 경우 환전수수료 30%를 할인해 준다. ‘20대자립통장’과 ‘e-파워통장’에 가입하면 연 0.3%포인트의 우대이율이 제공된다.



 광고에도 역발상 마케팅이 동원됐다. 은행상품의 지면 광고가 일반적으로 연예계 스타를 내세우는 것과 달리 참신하고 젊은 직장인 이미지의 직원모델을 기용한 것. 주 상품고객층이 20·30세대 젊은 직장인이다 보니 광고주목도와 참신함을 높이려는 시도였다.



 광고는 자체 발굴 등을 통해 선발한 직원모델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과 자신감 넘치는 카피 문구로 ‘젊은 직장인의 대표 월급통장’이란 상품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직원모델은 사전 사진테스트를 거쳐 엄선됐으며 촬영장에서 프로모델 못지 않은 자연스런 포즈를 연출했다고 한다.



<서명수 기자 seoms@joongang.co.kr/그래픽=이말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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