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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연구하라고 국고 140억원 줬더니 … 여론조사, TV토론 준비에 써버린 여야

중앙일보 2013.09.10 00:35 종합 6면 지면보기
지난해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와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각각 86억원, 54억원을 지원받았다. 현행 정당법은 정당의 정책 개발, 연구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정책연구소 설립을 의무화하고 국고로 지원해 주고 있다.


전체 예산 중 정책개발비 비중
새누리 14%, 민주당 32% 불과

 그러나 두 정당은 정책 개발이나 연구보다 대선 준비 등 당 행사를 뒷받침하는 데 지원금의 대부분을 썼다. 민주정책연구원이 중앙선관위에 보고한 2012년 10∼12월 ‘연구개발 실적’(36회)에 따르면 36건의 실적 중 11건이 TV토론 준비였다. 내용을 뜯어보면 ▶큐시트 맞춤형 Q&A ▶토론 이미지 주의 사항 ▶(TV토론) 5대 쟁점 및 상호 공방 포인트 ▶문재인 후보 TV토론 학습자료 등이었다. 지난해 11월엔 문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의 TV토론에 앞서 ‘후보 단일화 TV토론 정치·정무 분야 학습자료’도 준비했는데 이 역시 연구원의 실적으로 포함시켰다.



 여의도연구소는 지난해 연구 실적을 보고하면서 ▶연구개발 80건 ▶토론회 42회 ▶교육 연수 13회 ▶간행물 4건 ▶기타 활동 9건 등을 제시했다. 150건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727회 이상’ 실시했다고 보고했다. 4·11 총선을 앞둔 지난해 3∼4월 560회가 실시됐고, 대선을 앞둔 지난해 12월엔 19회 실시했다. 정책 개발보다 선거용 데이터 구축에 몰두했다는 얘기다.



 두 연구소의 지난해 전체 예산(새누리당 98억원, 민주당 58억원) 중 정책개발비는 각각 새누리당 13.6%, 민주당 32.4%에 불과했다. 나머지 대부분은 인건비에 쓰였다.



 정책 정당을 주창하며 국고까지 받는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의 정책연구소가 실제로는 중앙당의 사무처를 지원하는 역할에 머물거나 선거 도구로 전락했다는 방증이다.



 이런 현실에 대한 자성과 비판이 9일 국회에서 나왔다. 여의도연구소와 민주정책연구원이 ‘정당 정책연구소에 바란다’를 주제로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명호(정치학) 동국대 교수는 “정당 연구소들이 초단기 과제에 집중하고 중·장기 정책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은 부족하다”며 “그러다 보니 가치와 정책을 놓고 경쟁하는 토대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지난해 두 정책연구소의 전체 연구개발 실적 중 새누리당 74건(92.5%), 민주당 65건(71.4%)이 1개월이 안 돼 만들어진 ‘급조품’이었다고 비판했다. 정상호 서원대 교수는 “(참여연대의 부설연구소인) 참여사회연구소가 두 정당 연구소보다 예산·인력이 4분의 1 수준이지만 객관적인 평가에선 오히려 우위에 있다”고 지적했다.



 내부의 자성도 이어졌다. 권영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당에 지나치게 종속되다 보니 선거 지원이나 현안 대응에 치중하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최원식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정당이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진영 논리에 매몰되니 연구소의 정책 개발 기능이 제한받는다”고 반성했다.



 전문가들은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박 교수는 “정당 연구소의 후원회와 수익사업을 허용해 정당으로부터의 재정적 독립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이제 정책연구소는 분야별 정책 전문가 집단을 양성하는 배수지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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