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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갈등 관리 맹점 드러낸 보호관찰소 이전 논란

중앙일보 2013.09.10 00:30 종합 30면 지면보기
법무부가 ‘기습 이전’ 논란을 빚어온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성남보호관찰소 이전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가 아직도 체계적인 갈등 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는 어제 “서현동으로의 보호관찰소 이전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타 지역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서현동 청사에서 업무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4일 새벽 수정구에서 분당구 서현동의 한 빌딩으로 이전한 지 5일 만에 방침을 바꾼 것이다. 앞서 분당 지역 학부모 1000여 명은 어제 오전 관찰소가 입주한 빌딩 앞에서 관찰소 직원들의 출근을 저지하며 시위를 벌였다. 또 학부모들은 법무부 과천청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는 “청소년들이 범죄자에게 24시간 노출될 수 있다”며 다른 곳으로 이전할 것을 주장했다.



 성남보호관찰소는 2000년 개소 이후 13년간 독립 청사를 마련하지 못한 채 세 차례나 자리를 옮겨다녔다. 이 과정에서 분당구 미금동 등으로의 이전을 추진했으나 주민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법원에서 보호관찰이나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이들을 관리하는 기관이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엔 분명 문제가 있다. 보호관찰소를 혐오시설로 여기는 주민들의 인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해당 지자체인 성남시에 통보도 하지 않은 채 군사작전을 하듯이 이전을 한 것은 온당치 못했다. 주민들의 이전 반대를 ‘님비(NIMBY·지역이기주의)’로만 볼 것이 아니라 주민들과 전문가를 함께 참여시켜 대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번 논란은 일방통행식 행정이 갈등의 골을 더 깊게 만들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님비 현상에 정부의 정책이 계속 표류해서도 안 되지만 법적 근거가 있다고 해서 밀어붙이는 방식도 바람직하지 않다. 중요한 법 집행 기관이라면 더더욱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정부가 보다 합리적인 갈등 해결 모델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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