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고] 골프를 10대 산업으로 키우자

중앙일보 2013.09.10 00:29 종합 29면 지면보기
최문휴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정책고문
골프를 부자들의 스포츠라고 말하기엔 이젠 즐기는 사람이 너무 많다. 지난해 골프장을 찾은 사람이 2800만 명(연인원 기준)이다. 한 해 동안 프로야구를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은 사람보다 실제 경기를 하기 위해 골프장을 찾은 사람이 4배가량 많다는 뜻이다. 게다가 전국의 스크린 골프장이 당구장보다 많다. 골프가 이제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그런데도 골프를 대하는 정부의 인식은 30년 전이나 다름없다. 골프 인구가 이렇게 늘어도 정책은 그대로다. 골퍼들에겐 여전히 무거운 세금을 물린다. 골프장을 찾을 때마다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2만1120원이나 된다. 개별소비세가 1만2000원, 교육세와 농어촌 특별세가 각각 3600원이다. 여기에 부가가치세 1900원이 더해진다. ‘특별소비세’가 ‘개별소비세’로 이름이 바뀌었을 뿐 골퍼들에게 부과되는 세금은 30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가 골퍼들에게 이렇게 많은 세금을 물리는 건 편의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골프 애호가는 부자일 테니 세금을 많이 물려도 무방하다는 논리다. 조금만 시야를 넓혀 보자. 축구·야구와는 달리 골프는 산업적인 성격이 강하다. 미국에선 골프를 ‘스포츠’와 ‘레저’뿐만 아니라 아예 ‘산업’으로 본다. 골프 클럽을 만드는 제조업, 골프 의류와 모자를 만드는 패션업, 골프를 가르치는 교육 사업, 골프장을 짓는 건설업, 골프를 중계하고 그 권리를 판매하는 방송 사업, 골프 투어를 창출하는 여행업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제조업·패션업·교육사업·건설업·방송사업·여행업 등이 총체적으로 결합된 하나의 ‘산업’으로 본다는 뜻이다. 골프라는 스포츠 종목이 1년 동안 창출하는 매출액이 수천억 달러가 넘는다. 그래서 미국에선 미국을 이끄는 10대 산업으로 영화와 함께 골프를 꼽는다.



 그래서 골프에 부과되는 과도한 세금을 이제 과감하게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경기도의 한 골프장은 45억5000만원의 세금을 냈다. 이 가운데 재산세가 33억5000만원, 개별소비세가 12억원을 넘었다. 골프장 매출액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36%를 넘는 것이다. 재산세와 개소세만 인하해줘도 그린피를 크게 내릴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수도권 골프장의 주말 그린피는 평균 22만원 선이다. 수도권이 아닌 곳은 18만원, 제주도는 14만원 정도다. 이에 비해 일본은 10만원 선, 중국과 태국·필리핀은 4만~5만원 선에 불과하다. 외국 골프장의 그린피가 훨씬 싸다 보니 골프를 즐기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관련 세금을 낮추면 그린피가 싸질 테고 이렇게 되면 더욱 많은 사람이 골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해외로 나가는 골퍼들의 발걸음을 국내로 돌릴 수 있는 건 물론이고 국내 골프장을 찾는 외국 골프 관광객들의 수도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골프 강국 대한민국’의 명성은 이제 골프 선수뿐만 아니라 골프 산업으로도 확산할 것이다.



 더구나 2016년부터는 골프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다.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을 계기로 골프 관련 산업이 활황을 맞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골프를 대한민국 10대 산업으로 육성하자는 과감한 제안을 하고 싶다.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글자가 선명한 골프 클럽을 수출하고 국내 기술진이 미국·중국의 골프장을 설계하지 말란 법도 없다.



바야흐로 국내 골프장 500개 시대다. 골프장을 완전히 없앨 게 아니라면 골프에 부과되는 세금을 과감히 내리고 골프 산업을 육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게 옳다. 일자리가 늘고 외국에서 골프 관광객이 밀려들 것이다. 스마트폰에 이어 골프를 대한민국의 대표 업종으로 키우자.



최문휴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정책고문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