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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국립오페라단이 그리 만만한가

중앙일보 2013.09.10 00:29 종합 29면 지면보기
최민우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최근 공연계의 핫이슈는 서울 예술의전당과 국립오페라단의 통합 문제다. 4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청회를 열어 “국립오페라단을 예술의전당에 편입시키겠다”고 밝혔다. 당장 오페라계가 반발하고 있다. “말이 편입이지 사실상 폐지 수순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이 사안과 관련, 모철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는 직전 예술의전당 사장이었다.



 -국립오페단이 왜 편입돼야 하나.



 “사장으로 있어 보니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 작품 몇 개 못하더라. 활용도가 너무 떨어진다. 현재 방식은 양측 모두 득 될 게 없다. 제작하는 단체와 무대가 있는 공연장을 통합·연계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



 -예술의전당이 제작극장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뜻인가.



 “대관만으로 운영하는 데엔 한계가 있지 않나. 예술의전당도 결국 콘텐트 생산 기능을 갖춰야 한다.”



 -오케스트라·합창단·발레단은 안 합치나.



 “한꺼번에 했다간 혼란이 크지 않겠는가. 단계적으로 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론적으론 틀린 구석이 없다. 하지만 구체성은 떨어진다. 현재 상황을 중앙부처의 지방 이전에 비유하자면, 서울·지방 간 격차가 크다는 큰 틀만 정해놓고 무작정 문화부만 내려가라고 등 떠미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다음에 어느 부서가 언제 내려갈지 전혀 계획이 없는데 말이다. 국립오페라단이 불안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61년 역사의 국립오페라단은 현재 단원이 없다. 당연히 노조도 없고, 직원만 30여 명이다. 속된 말로 덩치 작아 흔들기 쉽다는 얘기다. 반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단원 88명), 국립합창단(단원 44명), 국립발레단(단원 92명) 등은 노조가 있고 규모도 꽤 큰 편이다. 잘못 손댔다간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러니 “문화부가 만만한 국립오페라단을 상대로 ‘아니면 말고’식 실험을 하자는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거다.



 서구의 대표 극장이라는 이탈리아 라 스칼라, 프랑스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 등엔 오페라단과 발레단이 속해 있다. 1년에 20편 이상 오페라가 올라가며, 오케스트라·합창단과도 긴밀하다.



 반면 예술의전당과 예술단체의 관계는 서로 소속되진 않는, 일종의 동거 형태다. 기형적인 구조이며 어느 정도 개선이 필요한 것도 맞다. 그래도 뚜렷한 방향성 없이, 구체적 실행 계획 없이, 수백 년 전통을 가진 서구모델을 이상형처럼 얼추 그려놓고선, 달랑 오페라단만 극장으로 들어가라는 건 잘못된 수순이다. 어설프게 칼을 휘두를 바에 차라리 그냥 두는 게 낫다.



최민우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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