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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4대 강 녹조 현상

중앙일보 2013.09.10 00:26 종합 26면 지면보기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한겨레 공동기획



윤성규 환경부 장관, 상수원에서 녹조 실험할 건가

중앙일보 <2013년 8월 10일자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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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서 녹조로 국민 불안이 가중되는 와중에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환경부 간부회의 석상에서 “만약 (4대 강 사업에) 문제가 있다면 모든 게 다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BAU(Business As Usual·인위적 개입 없이 평소대로) 상태로 4대 강 사업을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낙동강 녹조도 예방 쪽으로 가게 되면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며 “낙동강 녹조도 예방 쪽이 아니고 BAU 상태로 가서 충분히 문제가 부각되고 난 다음에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자칫 수돗물 안전 등 국민 건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녹조 문제를 상태가 더 심각해질 때까지 내버려두라고 지시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발언이 문제가 되자 환경부는 9일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아 개선조치가 없게 되고, 그렇게 되면 평가 후 나중에 상수원 관리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이명박정부에서는 녹조 문제의 부각이 두려워 강변의 녹조를 공무원들이 인력으로 걷어냈으며 심지어 상수원으로 이용되지 않는 영산강에서도 댐 방류를 했다고 구체적 사례까지 공개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녹조 제거는 악취·미관을 고려할 때 당연한 조치”라며 “지방환경청 등이 이를 제거한 것이 4대 강 사업의 폐해를 은폐하기 위한 조치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반박해 부처 간 논쟁으로 비화할 기미까지 보이고 있다.



 윤 장관의 발언은 자칫 4대 강을 녹조 발생의 책임 소재를 확실히 하기 위한 ‘실험장’으로 삼겠다는 의도로 읽힐 수 있다.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전문적인 판단이 아닌 정무적인 판단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 국민이 가장 불안해하는 것은 녹조로 인한 상수원 오염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녹조 발생 상황에 대한 정보 제공과 적극적이고 과학적인 대응책 마련, 그리고 신속한 행동으로 국민을 안심시킬 의무가 환경부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 장관은 민감한 발언을 하는 대신 녹조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는 게 좋겠다. 상수원은 어떤 경우에도 녹조 실험장이 돼선 안 된다.



죽어가는 4대강, 시간이 없다

한겨레 <2013년 8월 10일자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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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어제 ‘낙동강에서 녹조가 늘어난 건 4대강 사업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온, 일사량, 인 등 3가지 조건이 충족된 상태에서 유속이 느려져 녹조가 더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자세한 설명도 덧붙였다. 물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조류가 발생한다는 건 상식에 속한다. 체류 시간이 대폭 늘어난 이유는 4대강에 16개의 보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것도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다.



 이렇듯 자명한 사실을 윤 장관이 새삼스레 설명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건재하는 ‘4대강 마피아’ 때문이다. 윤 장관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4대강 녹조 현상 확산 원인 중 하나로 4대강 사업을 지목했다. 정부는 그동안 녹조 확산과 4대강 사업의 연관성을 부정해 왔는데, 윤 장관이 전향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러자 4대강 세력의 ‘윤성규 두들기기’가 시작됐다.



 동아일보가 사설을 통해 ‘정확한 데이터를 제시하라’고 비판했고, 조선일보·문화일보 등도 윤 장관의 한마디 한마디를 트집 잡아 융단폭격을 퍼붓고 있다. 4대강 사업 옹호에 앞장섰던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 홍준표 경남지사 등 여권의 친이계는 “수량이 풍부해짐으로써 자정능력이 높아져서 과거에 견줘 녹조 현상이 완화됐다”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4대강 사업이 사실상 대운하 사업이었다는 감사원 발표마저 ‘정치감사’라고 매도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녹조는 사실 4대강으로 인한 파괴적 결과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환경단체와 민간 전문가, 야당 의원들로 꾸려진 ‘4대강 사업 국민검증단’이 6~9일 실시한 현장조사에서도 그 폐해는 속속 드러났다. 낙동강 일대와 남한강 일대를 돌아본 결과 수질오염, 역행침식, 세굴, 재퇴적 등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특히 경북 칠곡군 왜관읍 금남리 낙동강변의 1㎞ 가까운 버들 군락지가 ‘무덤’이 돼버린 건 참상이었다.



 강이 신음하며 앓고 있는 게 이렇듯 분명한데도 박근혜 정부는 머뭇거리고만 있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선 4대강 사업 검증, 후 보 철거 여부 결정’을 약속했다. 하지만 보 철거는커녕 4대강 사업 검증위원회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다. ‘친이명박’ 세력을 의식한 망설임으로밖에는 해석이 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국무총리실에 직접 지시를 내려 검증위원회를 조속히 꾸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보 철거 등 후속 대책을 결정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4대강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논리 vs 논리

녹조 제거 시급하다는 중앙 … 원인·책임 먼저 가리자는 한겨레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강을 제외한 금강·낙동강·영산강 지역에 녹조가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6월 초 낙동강 중·하류 쪽에서 시작된 녹조가 중·상류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녹조 확산과 식수원 오염에 따른 주민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녹조의 원인이 4대 강 사업으로 인한 보(洑) 설치 때문이냐, 아니냐를 두고 여야 간에 말이 많다.



 보 설치로 유속이 느려지고 이로 인해 정체된 수역에 오염된 질소나 인과 같은 유기물질이 과도하게 유입되어 부영양화를 초래해 녹조가 심화되었다고 주장하는 쪽은 4대 강 사업이 녹조의 분명한 원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또 다른 쪽에서는 녹조는 4대 강 사업 이전에도 수십 년간 발생해 왔고, 일부 강에서는 오히려 보 설치 이후보다 더 심했던 적도 있으며, 2012년 여름에는 4대 강 사업과 전혀 무관한 지역에서 녹조가 크게 번지기도 했다는 환경공학자의 의견을 들어 4대 강 사업이 녹조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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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 녹조라는 동일한 자연현상을 두고 왜 이렇듯 구구한 해석이 나오는 것일까. 그 해석의 이면에는 어떤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것일까. 정치적인 주장들은 과학을 동원해 자신의 객관성을 높이려 하지만 과연 과학이란 당리당략과는 무관한 순정하고 객관적인 것일까. 사태의 원인과 책임을 꼼꼼하게 규명하는 것이 급선무인가. 그 사태가 초래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인가. 작금에 있어 녹조는 단순한 자연재해 이상의 의미를 함축한다.



중앙 “국민들 건강과 안녕이 더 중요한데 …”



녹조와 관련해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8월 초 국무회의에서 낙동강에서 녹조가 늘어난 건 4대 강 사업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윤 장관은 지난달 7월 25일 환경부 간부회의 석상에서 낙동강 녹조에 대해 예방조치를 하지 말고 문제가 충분히 부각될 때까지 그대로 놔두라고 언급했다.



 중앙일보는 국민들이 녹조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녹조 발생 상황에 대한 정보 제공과 적극적이고 과학적인 대응책 마련, 그리고 신속한 행동으로 국민을 안심시킬 의무’가 환경부에 있다고 말한다. 녹조의 책임과 원인이 어디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건강과 안녕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낙동강 녹조에 대해 예방조치를 하지 말고 문제가 충분히 부각될 때까지 그대로 놔두라고 언급한 윤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상수원은 어떤 경우에도 녹조 실험장이 돼선 안 된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발언을 종합하자면 녹조의 원인 규명보다는 녹조의 문제 해결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겨레 논조는 이와 다르다. 강물의 체류 시간이 대폭 늘어난 이유는 4대 강에 16개의 보가 생겼기 때문이며, 이로 인한 물의 유속 저하가 녹조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했다며 철저한 원인과 책임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선 4대 강 사업 검증, 후 보 철거 여부 결정’을 약속했지만 보 철거는커녕 4대 강 사업 검증위원회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머뭇거림이 4대 강 사업을 주도한 ‘친이명박’ 세력을 의식한 망설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한겨레 “혈세 낭비한 지난 정권 추궁해야”



4대 강 사업은 22조원이 투입된 거대한 사업이다. 이 댐을 지어서 이익을 보는 쪽은 누구인가. 건설업체들과 건설관료들과 수자원공사다. 녹조의 발생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한겨레의 입장은 4대 강 사업으로 이익을 챙긴 집단, 정확히 혈세를 낭비한 이명박 정권에 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을 수 있는 논리가 바로 보 설치로 인한 유속의 저하와 정체로 인한 부영양화다. 쉽게 말해 강물은 ‘고이면 썩는다’는 논리다.



 그러나 소위 보수로 불리는 신문들의 논리는 이와 다르다. 한 보수 신문은 사상 유례가 없는 긴 장마에도 4대 강 주변에서 대형 침수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4대 강 사업이 가뭄과 홍수 조절 효과를 가져왔다며 4대 강 사업을 오히려 감싸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적극적으로 4대 강 사업을 감싸지는 않지만 녹조의 원인을 규명하자는 ‘책임론’에 대해서는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중앙일보는 녹조와 4대 강 사업의 ‘무관론’에 대해서도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문제 삼는 것은 국민들의 ‘건강론’이다.



 한겨레는 녹조의 배후, 이명박 정권의 실책을 문제 삼는 반면 중앙일보는 녹조의 배후를 문제 삼지 않는다. 이명박 정권이 잘못했으니 책임을 분명히 가리고 대책을 마련하라는 논리와 그렇지 않은 논리가 부닥치고 있는 셈이다. 이명박 정권 실책을 문제 삼으면 현 정권의 일부(이명박계)로부터 반발을 살 수도 있기 때문에 현 정권으로서도 녹조는 골치 아픈 문제일 수밖에 없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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