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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유광점퍼 좀 삽시다 … LG팬들 '가을 대란'

중앙일보 2013.09.10 00:24 종합 24면 지면보기
LG 팬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잠실야구장 내 LG 트윈스 매장에서 유광점퍼를 구입하고 있다. [김진경 기자]


야구점퍼 하나를 구하기 위해 대란(大亂)이 일어나고 있다. 요즘 야구 팬 사이에서 LG 홈경기 입장권만큼 구하기 어려운 게 LG의 ‘유광점퍼’다.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확실해지자
긴 줄 서고 예약하고 … 동나면 항의
물량 달리자 '한 명 한 벌만' 원칙도



 올 시즌을 앞두고 열린 프로야구 미디어데이 행사장. 감독과의 문답코너에서 한 LG 팬이 “감독님, 올해는 유광점퍼를 사도 될까요?”라고 물었다. 김기태(44) LG 감독은 “그래도 됩니다”라고 시원스럽게 답했다. 김 감독 말을 믿고 유광점퍼를 미리 산 팬들은 걱정 없다. 그러나 지금 사려면 최소 2~3주는 기다려야 한다. 번지르르 윤이 나는 유광점퍼의 정식 이름은 ‘춘추구단점퍼’다. 초봄과 늦가을에 입는 옷인데, LG 팬들은 10년 동안 제대로 입어보지 못했다.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LG가 한 번도 ‘가을 야구(포스트시즌)’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유광점퍼는 쌀쌀한 가을날, 옷장에 걸어만 둬야 할 옷이었다. 유광점퍼는 그래서 LG 팬들의 한을 담고 있다. 팬들의 정서를 잘 아는 김 감독은 “유광점퍼를 사도 좋다”는 말로 용기를 줬다.



 2007년부터 LG의 응원용품을 제작하고 있는 FS 스포츠의 홍승완 팀장은 유광점퍼 때문에 정신이 없다. 홍 팀장은 “유광점퍼 현상이 응원용품 업계의 상식을 깼다. 야구 응원용품은 시즌 초반인 4, 5월이 특수다. 그런데 올해 LG 용품은 시즌 중반 이후 매출이 더 늘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이 유광점퍼”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도 계속 생산 중이어서 정확한 수량을 말할 순 없지만 올해 이미 팔린 유광점퍼 수량이 지난 3년치를 합한 것보다 많다. 얼마나 더 팔릴지 알 수 없어 생산라인을 최대한 가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까지 LG의 유광점퍼는 매년 평균 400벌 팔렸다. 올해는 LG가 7월 이후 4강 안정권에 진입하자 1년치가 동났다. FS 스포츠는 추가분 400벌을 제작, 지난달 27일 잠실구장 응원용품 매장과 인터넷 홈페이지 트윈스샵을 통해 판매했다. LG 팬들은 판매 예정 두 시간 전부터 줄을 서더니 매장에 입고된 300벌 전량을 싹 쓸어갔다. 홈페이지 물량 100벌도 순식간에 품절됐다.



 FS 스포츠는 곧바로 대량생산에 들어갔다. 수요 예측을 위해 예약 접수를 하기도 했다. 또 한 명이 한 벌만 살 수 있게 했다. 홍 팀장은 “지인들도 유광점퍼를 구해 달라고 난리다.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유광점퍼는 책임자인 나도 건드리지 못하는 품목’이라고 딱 잘라 거절한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지난달 판매한 물량 400벌이 너무 적었다며 LG 팬들의 항의를 많이 받았다. 한여름에 가을 점퍼를 파는데도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아직 진짜 가을이 오지 않았지만 LG 팬들은 이미 유광점퍼를 입고 야구장을 찾기 시작했다. 가격은 9만8000원. LG 팬들은 단지 점퍼를 사는 게 아니라 가을 야구의 꿈을 산다.



 LG 구단 홍보팀은 “오는 11일 유광점퍼 1차 예약분인 2000여 벌이 배송된다. 현재 2차 예약접수 중이며 23일 배송이 시작될 예정이다. 2차 예약분 역시 2000벌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우승팀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가을 주인공은 이미 유광점퍼로 결정된 것 같다.



글=김주희 기자

사진=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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