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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벗 총리' 1등공신 … 미디어 재벌 머독 벌써부터 정치 훈수

중앙일보 2013.09.10 00:18 종합 18면 지면보기
“호주 국민은 경제 활력을 빨아먹는 공공부문과 가짜 복지수령자들에게 지쳤다.”


호주 국정운영 걸림돌 될 가능성

 호주 출신의 언론 재벌인 루퍼트 머독(사진)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이 7일 치러진 호주 총선에서 승리해 신임 총리로 내정된 토니 애벗 자유당 대표를 축하하며 트위터에 남긴 소감이다. 이 글에는 정부 예산 삭감, 불법 해상 난민 봉쇄, 작은 정부 등을 약속하며 6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보수연합의 승리를 축하하는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현지 언론들은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총선에서 애벗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머독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머독이 트위터에 남긴 글도 애벗의 승리에 대한 단순한 축하를 넘어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머독은 정권 교체의 1등 공신 중 한 명이다. 호주 출신으로 1985년 미국 시민권자가 됐지만 머독은 호주 언론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그가 소유한 뉴스코퍼레이션 소속 신문사들은 모두 애벗 지지를 선언했다. 반면에 경쟁자인 노동당 대표 케빈 러드 전 총리에겐 가혹했다. 선거 당일 머독 소유 신문인 시드니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1면에 러드 전 총리의 사진과 함께 ‘드디어 이들을 쫓아낼 기회가 왔다’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 노동당은 “호주를 떠난 지 오래된 외국인이 정치 훈수를 둔다”고 반발했지만 머독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머독은 오히려 트위터에 “호주인들은 길라드 현 총리와 러드의 무능함과 내분에 지쳐 있다”는 글을 남겼다.



 머독과 애벗은 개인적으로도 각별한 관계다. 애벗은 한때 머독 소유사인 일간지 디 오스트레일리안에서 기자생활을 했으며 존경하는 인물로 머독을 꼽기도 했다. 올해 초에도 호주 공공분야연구소(IPA) 70주년 행사에 참석해 머독을 “국제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호주인”이라고 치켜세웠다. 지난 6일엔 “우리는 호주 출신의 영웅을 조금 더 지지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이 때문에 언론 재벌인 머독의 정치 훈수가 애벗의 향후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둘 간의 특수관계 때문이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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