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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겉도는 불법주차 신고, 10개구 한 달 0건

중앙일보 2013.09.10 00:06 종합 16면 지면보기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주민센터. 사람들이 이용해야 할 인근 보도엔 1t 트럭, 승용차 등 차량 6대가 불법 주차돼 있었다. 보도와 차도에 걸쳐 주차된 차량도 있었고 아예 보도 한가운데 버젓이 서 있는 차량도 있었다.


시민신고제 석 달
8월 전체 170건 … 4개 구 편중
지킬 규정 많아 활용 어려워

 같은 시각 종로구 삼청동의 식당가. 음식점과 맞닿아 있는 도보는 식당 손님들이 주차한 차량들로 가득 찼다. 시민들은 주차된 차량을 피해 위험을 감수하며 차도로 걸었다. 근처엔 택시 한 대가 횡단보도를 반쯤 걸친 채 손님을 태우기 위해 정차하고 있었다. 인근 주민 박정은(42)씨는 “(불법 주차 차량 때문에) 멀쩡한 보도를 놔두고 차가 쌩쌩 달리는 차도로 걷는 일이 잦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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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가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는 방안으로 ‘온라인시민신고제’를 시행한 지 석 달이 지났다. 하지만 불법 주·정차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온라인시민신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시민이 별로 없다. 실효성이 없는 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6월부터 온라인시민신고제를 시행했다. 시민들이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직접 촬영해 온라인으로 신고하면 이를 토대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 골자다. 당시 서울시 관계자들은 “천만 시민 모두가 불법 주·정차를 감시하는 단속 공무원이 되는 것”이라며 “단속 인력이 부족한 가운데 불법 주·정차를 줄일 획기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본지가 온라인시민신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 8월 한 달간 시민 신고는 170건(서울시 교통위반신고 홈페이지 집계 기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5.5건 수준이다. 그나마 서울시청이 위치한 중구에서 60건이 접수돼 신고 건수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신고가 접수된 15개 자치구 중 7개 자치구는 신고가 5건 미만이었다. 강동·구로·금천구 등 10개 자치구에선 단 한 건의 신고도 없었다. 또 총 170건의 신고 중 검토를 거쳐 수용된 건 8개 자치구, 110건에 그쳤다. 동일인이 특정 지역에서 5건 이상 대량으로 신고하는 등 중복 신고를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시민들이 온라인신고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건 신고 절차가 너무 까다롭기 때문이다. 또 어렵게 신고해도 수용된다는 보장이 없다. 신고를 위해선 촬영 날짜·시간 표시가 가능한 카메라로 촬영해야 하고 휴대전화를 이용할 경우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한다. 또 1차 촬영 후 불법 주차 증명을 위해 1~2분 후 다시 촬영해야 한다. 원경과 근경 사진도 따로 찍어야 한다. 교통체증으로 어쩔 수 없이 서 있는 차량의 경우 근접 사진만 있으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서울시는 과거 전문 ‘카파라치(교통위반 차량을 몰래 촬영해 보상금을 타내는 전문 신고자, 자동차(car)와 파파라치(paparazzi)의 합성어)’까지 등장하며 변질됐던 시민신고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보상금을 없앴다. 조작 방지와 무분별한 카파라치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 때문에 자진해 신고하는 시민은 크게 줄어들었다.



 서울시 교통지도과 정남용 팀장은 “수치가 집계되진 않았지만 홈페이지 외에도 ‘서울스마트 불편신고’, 안전행정부에서 운영하는 ‘생활불편 스마트폰 신고’ 등을 통해서도 접수되는 사례가 있다”며 “실제론 신고 접수 건수가 좀 더 많다”고 설명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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