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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전세' 보증금 지킨다 … 매달 1만6400원 내면 1억 보장

중앙일보 2013.09.10 00:03 경제 3면 지면보기
서울 염창동의 한 아파트(84㎡)에 전세로 살고 있는 A씨는 전세보증금 1억5000만원을 떼일 위기에 놓였다. 집주인이 빌린 돈을 갚지 못해 A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법원 경매로 넘어간 것이다. 이 집의 감정가는 3억9000만원이었지만 이미 지난 경매에서 한 번 유찰돼 경매가격은 3억1200만원으로 내려갔다. 이 집에 걸린 근저당권을 포함해 A씨의 전세금보다 반환 우선순위에 있는 금액은 3억원이 넘는다. 경매에선 감정가의 80%(3억1200만원) 가격으로 낙찰가가 결정되는 게 보통이란 점을 감안하면 A씨는 전세보증금 거의 대부분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근저당권이 있는 걸 처음부터 알았지만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예상은 미처 하지 못했던 탓이다.


오늘부터 전세금 반환보증제 시행
전세보증금 3억 이하 주택에 적용
하우스푸어 집주인도 이용 가능해
미분양 아파트, 임대주택 활용 땐
주택보증서 전세금 반환 보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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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로 살고 있는 집이 가격은 하락한 채 경매에 넘어가 보증금 상당부분을 돌려받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전세’ 피해 사례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깡통전세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전세금 반환보증’ 제도를 10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대한주택보증이 집주인 대신 전세금 반환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전세금 보증을 받으려면 연 0.197%의 보증료를 주택보증에 꼬박꼬박 내야 한다. 예를 들어 A씨가 전세 계약 때 보증금 가운데 1억원만큼은 꼭 돌려받아야 한다고 판단한다면 한 달에 1만6400원(연 19만7000원)을 일종의 보험료 성격으로 주택보증에 내야 한다. 그러면 A씨의 집이 깡통전세가 되더라도 1억원은 주택보증에서 돌려받을 수 있다. 국토부는 기존 담보대출 때문에 세입자를 구하기 힘든 하우스푸어 집주인도 이 보증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입자 입장에서는 월 1만6400원의 보증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장우철 국토부 주택기금과장은 “보증료를 세입자와 집주인이 나눠 부담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을 끼고 있지만 개인 사정으로 꼭 전세를 놔야 하는 집주인이라면 세입자에게 보증료 부담을 나누자고 제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세금 반환보증은 아파트·단독·다가구·연립·다세대와 주거용 오피스텔도 가능하다. 다만 국토부는 전세보증금이 3억원(수도권 기준, 지방은 2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만 이 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 보증한도는 아파트 가격의 90%까지고, 다른 주택은 70~80%다.



 국토부는 이 밖에 7월 24일 발표한 주택공급 조절방안에 대한 세부 조치를 발표했다. 당시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주택 공급 과잉 해결을 위해 앞으로 3년간 18만 가구의 주택 공급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7월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6만7672가구에 이를 정도로 공급과잉 문제가 주택 시장 정상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국토부는 미분양 아파트를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면 매매 시장의 공급을 줄여 가격 정상화를 돕고, 전세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사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아 보증금을 떼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임차인들이 미분양 아파트 전세입주를 꺼리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그래서 국토부는 10일부터 건설사가 미분양 아파트를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면 보증금 반환을 보장해 주기로 했다. 건설사가 연 0.23~1.42%의 보증료를 내면 주택보증은 보증금 반환을 보장해준다. 그러면 건설사의 임차인 모집이 지금보다 쉬워질 수 있다. 이 밖에 주택보증이 건설사가 보유한 미분양 주택을 담보로 취득하고, 은행에 대출금 상환을 보증해 주는 ‘모기지 보증’(보증료 0.21~0.92%)도 실시한다. 단 이 보증을 받으려면 해당 주택을 전세로 활용해야 한다.



 국토부는 현재 건설사들이 짓고 있는 아파트에 대해서도 대출보증을 지원해 후분양을 유도하기로 했다. 아파트를 짓고 있는 과정에서 분양하지 않고 완공 이후 분양하도록 하면 그만큼 주택 공급 시기가 늦어져 집값 하락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다. 이에 국토부는 공정률 80%가 넘은 주택을 후분양으로 전환하면 분양가의 60%까지 금리 4%대 대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은행에 보증을 서준다. 현금이 급하게 필요한 건설사가 밀어내기식 선분양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는 일을 막겠다는 취지다.



 장우철 과장은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세난 완화, 세입자 보호, 주택 수급불균형 대응이라는 세 가지 목표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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