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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불특정 다수 향한 흉기 '주폭 운전'

중앙일보 2013.09.10 00:02 11면
이준형
아산경찰서 경무과장
지난달 7일 태안 안면도 꽃지 해수욕장 야영지에 텐트를 치고 휴가를 즐기던 일가족 텐트를 음주운전 차량이 덮쳐 10대 자녀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반복되는 음주사고 소식에 오히려 음주운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무뎌지지나 않을까 우려가 된다.



경찰은 만취상태에서 상습적으로 상가·인근주민 등 선량한 시민들에게 폭력과 협박을 가하는 사회적 위해범을 주폭(酒暴)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주폭을 일삼는 이들에게 자동차는 흉기나 다름없다.



결국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지극히 고의적이고 반사회적인 범죄, 음주운전은 주폭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연간 815명을 사망케 하고 1만3441명을 부상으로 이끈 ‘음주운전’에 대한 근절대책은 더 이상 지체되어선 안된다.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내고 뒤늦게 후회하는 이들은 대부분 한 두잔 마시다 보니 자제력을 잃은 결과라고 호소한다. 결국 한 두잔 술 정도는 마셔도 운전대를 잡을 수 있도록 여지를 둔 도로교통법(현행 혈중알콜농도 단속기준 0.05%)의 허점에서 음주운전이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러스트=이말따]


어쩌면 음주운전 근절은 생각보다 쉽게 접근할 수도 있다. 혈중알콜농도 단속기준을 한층 강화해 아예 한 두잔 술의 여유를 두지 않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스웨덴(1990년부터 0.02%)과 일본(2002년부터 0.03%) 등 많은 국가들이 0.05% 미만의 혈중알콜농도를 단속기준으로 채택하고 있다. 참고로 ‘항공법’은 2012년 1월 개정을 통해 항공종사자의 혈중알콜농도 단속기준을 기존 0.04% 이상에서 0.03% 이상으로 강화시킨 바 있다.



비록 절대 다수의 승객을 태우는 항공기이지만 자동항법장치가 일부 사용되는 만큼 절대적으로 자신의 신체적·정신적 상태에 의존해야만 하는 도로 위의 음주운전자가 어쩌면 더 위험한 요소일 수 있다.



특히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나 택시 등 사업용 차량의 경우 더더욱 그러하다. 만약 0.05%의 단속기준을 일시에 0.03%로 조정하는 것이 어려울 경우 초보운전자 및 직업운전자 등에 대해 기준을 강화시킨 후 단계적으로 일반운전자까지 확대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음주운전은 일종의 나쁜 습관이다. 그래서 음주운전을 한 번이라도 한 사람은 또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더욱이 음주단속에 걸렸어도 깊은 반성보다는 자신이 운이 없었고, 오히려 단속 경찰을 원망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주폭(酒暴)운전은 나는 물론 선량한 다른 가정까지 파괴하는 중범죄임을 알아야 한다.



이준형 아산경찰서 경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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