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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 연구 25년, 유동열 박사가 본 이석기

온라인 중앙일보 2013.09.08 09:08
사람들은 그를 ‘종북 퇴마사’라고 부른다. 우리 사회에 암덩이처럼 퍼진 주사파·종북세력의 행태를 진단·분석하고 퇴치방안을 연구하는 게 그의 직업이다. 유동열(55)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 1989년 1월 경찰청 공안문제연구소 연구관으로 첫발을 들여놓은 그는 25년 동안 외길을 걸었다. 북한의 대남 통일전선전술과 이와 연계된 국내 간첩·종북세력 연구로는 독보적 존재다.


"RO 130명 내란 가능? 차고 넘치는 숫자…압수수색한 계좌에 밝히기 곤란한 거액"

 경기도 용인 경찰대 내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는 비밀이나 대외비라고 빨간 도장이 찍힌 문건이 하루에도 수십 건 쌓인다. 국내 종북세력의 동향과 해외 체류 북한 공작원과 친북 인사들의 움직임 등을 담은 첩보 보고서가 대부분이다. 여기에는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관련 파일 등 따끈따끈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6일 그를 만나 이석기 사건에 대한 생각과 처방을 들어봤다.



 - 내란음모 사건이 온 나라를 충격에 빠트렸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올 것이 온 것뿐이다. 친북·종북세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묵인과 관용이 이런 사태를 부른 것이다. 종북을 종북이라 비판하지 못했다. 내란음모 종북세력의 핵심에게 ‘존경하는 의원님’이라 불렀다. 뭐가 존경스럽다는 말인가.”



 - ‘RO(Revolution Organization)’와 같은 조직이 등장했다. 과거 간첩·종북 사건과 비교하면 어떤 특징이 있나.



 “지하에 암약하던 종북세력이 김대중·노무현정부 10년을 거치며 제도권으로 올라왔다. 그 탄력으로 국회라는 합법적 공간까지 침투한 것이다. 유럽식 의회민주주의가 아닌 사회주의 폭력혁명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도 눈에 띈다. 국가적 망신이자 대한민국의 불행이다.”



 - 130명의 RO 조직으로 내란이 가능하냐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공산주의 전략전술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레닌은 비합법적인 소수 정예요원으로 혁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 지침은 종북·주사파에 유효하다.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은 3명의 노동자 해방동맹에서 시작해 레닌 시기 17명에서 46명으로 늘려 가며 성공했다. 당시 러시아 인구는 1억5000만 명이다. 중국도 공산주의 소조 50명이 씨앗이 됐고, 쿠바의 카스트로도 80명으로 혁명을 주도했다. 130명은 차고 넘치는 숫자다.”



 - 국내 종북세력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① 1999년 당시 국가정보원 엄익준 2차장이 민족민주혁명당 간첩단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② 97년 침투한 간첩 최정남·강연정 부부가 사용한 장비들. ③ 고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 측근 암살을 계획하다 2011년 검거된 간첩이 보관했던 볼펜형 독침과 만년필형 총, 손전등형 총. [중앙포토]▷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직업적으로 ‘혁명가’라 부를 사람만 3000명 정도다. 학원·노동계와 재야에 포진돼 있다. 그중 극히 일부가 이번에 드러난 RO라 할 수 있다. 제2, 제3의 RO가 있다는 얘기다.”



 - 총기 무장과 핵심 군·산업시설 테러 등이 녹취록에 등장했다. 이석기는 종북 주사파의 전형인가, 아니면 돌연변이인가.



 “북한 김정은이 3~4월 대남벌초 발언을 했다. 제주도에 인공기를 꽂겠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니 5월 들어 RO 모임을 급히 소집해 ‘혁명의 결정적 시기’가 왔다고 본 것이다. 과대망상이 아니라 지하혁명가들이 무장폭동을 준비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 북한은 유화 국면으로 돌아섰다. 이석기의 판단이 잘못된 건 북한과 제대로 교감하지 못했다는 정황 아닌가.



 “판단 오류라는 건 우리 식으로 볼 때고, 걔들(RO 세력)은 혁명을 준비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북한으로부터) 지령이 왔거나 뭔가 있었을 것이다.”



 - 루블화 등 돈다발이 압수수색에서 나왔다. 북한과의 연계를 밝히는 데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게 중요할 텐데.



 “압수수색된 통장 계좌에 금액을 밝히기는 곤란한 거액의 돈이 있다. 과거처럼 라면 끓여 먹으면서 혁명하는 게 아니란 얘기다. 과거 북한 공작금과 연관되지 않은 지하조직은 없었다. 민혁당의 경우도 96년에 김영환이 40만 달러를 받았다. 후임자 격인 하영옥도 엔화 50만 엔을 받았다. 수사가 진행 중이라 곧 구체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 이석기의 경우 돈 관리를 어떻게 했나.



 “지하조직은 사상과 조직·자금 등 3가지 요소가 중요하다. 이석기는 주체사상으로 무장하고 RO란 조직이 있었다. 그리고 돈으로 조직을 관리했다. 지역조직의 책임자에게는 직업을 줬다. 경기도·수도권의 급식소 등 책임자 자리다. 그들은 월급 중 일정 부분을 다시 RO로 돌려준다. 나머지 조직원은 국회 보좌관이나 월급 나오는 자리에 앉혀 준다.”



 - 그 정도 자금이 어떻게 조달될 수 있었나.



 “통진당은 2010년부터 정당 보조금 95억원을 받았다. 이 중 상당 부분이 이석기 개인회사 쪽으로 선거비용 명목으로 흘러갔다.”



 - 이석기에 대한 조직원들의 충성도가 상당한 것 같다.



 “이석기만을 위한 10여 명의 경호팀이 운영됐다. 이석기가 행사를 위해 출발하면 ‘수(首)께서 출발하셨나’라고 통신을 하고, 도착 의전을 하는 방식이다. 압수수색·구속 과정에서 폭력적인 저항을 주도했던 인물들이다.”



 - 북한이 이번 사태에 대해 비난 논평 등 없이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



 “과거 왕재산·일심회 사건 때는 ‘통일 애국세력 탄압이고 조작’이라고 비난했다. 지금은 관망 중인 듯하다.”



 - 이석기와 통진당은 공안 탄압이라고 주장한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일부 시국사건이 최근 들어 무죄판결이 나면서 일부 국민은 ‘혹시나 이번에도’ 하는 생각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무죄를 받는 건 당시 수사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은 때문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당시 남북 대치상황에서 국민은 간첩·공안사건은 좀 엄하게 다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고 수사 당국 등이 인권 문제를 소홀히 한 측면이 지금 지적받고 있는 것이다.”



 - 사법부는 여전히 엄격한 범죄소명을 요구한다.



 “북한 대남공작의 은밀성과 치밀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재독 송두율 교수가 북한 노동당원이라고 밝혔는데, 법원은 이를 증언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김정일과 김정은을 수사해 자백을 받아 올 수는 없지 않은가.”



 - 제2, 제3의 이석기가 안 나오게 하려면.



 “간첩 및 반국가 활동을 해 확정판결 받은 경우 사면복권을 제한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72년 극단주의자에 대한 정부훈령을 통해 반국가 행위자는 공무원 임용이 불가능하게 했다.”



이영종·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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