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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안 팔리는 우리 집 외국인 관광객에 민박 놓을까?”

중앙선데이 2013.09.08 00:51 339호 20면 지면보기
게스트하우스는 젊은 배낭여행객이 주요 고객인 만큼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중요하다. 사진은 서울 서교동 메이게스트하우스의 내·외관. 아기자기한 객실과 깔끔한 카페 공간 덕에 평균 객실점유율이 85% 안팎으로 높은 편이다. [사진 메이게스트하우스]
#1. 서울 신길동에 3층짜리 다세대주택을 가진 민영현(49)씨는 게스트 하우스 사장이다. 지난해 1월, 그동안 월세로 내주던 2~3층을 리모델링해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숙소를 차렸다. 도배·장판·싱크대를 새로 놓고 가구를 들이는 데 쓴 돈은 모두 1500만원. 지금은 한 달에 300여만원이 안정적으로 들어올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민씨는 “오래된 집인 데다 교통도 좋지 않아 월세를 놔도 100만원 이상 받지 못했었다”며 “청소하고 관광객들을 데리러 오가는 데 품이 들긴 하지만 생각보다 수입이 좋다”고 말했다.

부동산 임대 시장서 ‘게스트 하우스’ 인기

#2. 유학 준비생인 오세민(31)씨는 유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올 7월 서울 역삼동의 방 세 칸짜리 단독주택을 얻어 게스트 하우스를 열었다. 집을 고치고 가구를 들이는 데 쓴 돈은 700만원. 페인트칠과 몰딩 작업 같은 리모델링을 직접 하고, 가구는 중고 매장에서 쓸 만한 것을 고르는 식으로 발품을 팔았다. 온라인 홍보는 물론 홍대·이태원 등 관광객이 많은 거리에 나가 전단지를 직접 나눠줬다. 개업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주말엔 빈방이 없을 정도다. 오씨는 “한 달에 450만원 정도의 수입이 들어오는데 월세와 비용을 빼도 200만원 넘게 손에 쥘 수 있다”며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니 갈수록 투숙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게스트 하우스 창업 붐이 일고 있다. 단독·연립·다세대주택이나 아파트의 빈방을 활용해 숙박객을 받는 ‘도시민박업’이다. 230㎡ 미만의 부동산이면 구청 신고만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일반 숙박업소와 다른 점은 주방과 화장실이 공용이고, 숙박비를 낮추기 위해 한 방에 2층 침대가 여럿 들어선 기숙사형이 많다는 것. 1인당 숙박비가 보통 2만~5만원 정도로 저렴해 배낭여행객에게 인기가 많다.
 
외국인 관광객 늘며 너도나도 설립
서울 시내에 ‘외국인 관광객 도시민박업소’로 등록된 게스트 하우스는 모두 329곳(8월 말 기준). 지난해 1월 처음으로 등록을 받기 시작한 이래 올 들어서만 100개가 넘게 생길 정도로 증가세가 빠르다. 등록을 하지 않은 게스트 하우스까지 합치면 1000개가 넘을 거라는 게 시청 관계자의 귀띔이다. 서울시 관광환경개선팀 관계자는 “도시민박업은 워낙 제도권 밖에서 성장해 온 산업인 데다 외국인 관광객의 수요도 크기 때문에 굳이 단속하지 않는다”며 “지난해부터 등록을 받기 시작한 것은 공식적인 지원을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게스트 하우스가 급증하는 건 수익성 때문이다. 보통 객실 점유율을 50% 정도만 잡아도 주택을 월세로 빌려주는 것보다 수익이 낫다는 계산이 나온다. 홍보가 잘돼서 손님이 끊이지 않는 게스트 하우스는 월 10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당분간 시장도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1100여만 명이던 외국인 관광객이 2015년 1380여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게스트 하우스 창업 컨설팅업체인 에스엠마스터 박혜정 대표는 “아직 국내 게스트 하우스 시장은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다”며 “자기 소유 주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투자 위험성이 낮아 부담 없이 창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함께 장 보고 밥 먹으며 감동 줘야
게스트 하우스 성패를 가르는 열쇠는 홍보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대부분 온라인으로 여행정보를 찾기 때문에 홍보만 잘되면 지역이나 교통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길동에서 스카이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민영현 사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개업 초기부터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며 게스트 하우스를 알렸고, 에어비앤비·비앤비히어로·코자자 같은 소셜 숙박 사이트에도 이용 정보를 등록했다.

진짜 관건은 1차 홍보가 아니라 관광객이 직접 온라인에 남기는 체험담을 통한 2차 홍보다. 민씨는 “자발적으로 게스트 하우스를 칭찬하고 입소문을 내게 하려면 결국 감동을 주는 서비스가 해답”이라고 말한다. 민씨의 경우 해외에서 숙박 문의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 스마트폰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으로 한국 날씨, 가볼 만한 곳, 준비물품 등의 정보를 보내준다. 지하철역까지 마중 나가는 픽업 서비스는 물론, 함께 장을 보러 가고 맛있는 식당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그는 “한국에 대해 막막한 배낭여행객들에게 관광정보를 주는 것만큼 큰 도움이 없다”며 “1년 반 사이 세 번이나 우리 집을 다녀간 관광객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배낭여행객이 대부분 20~30대인 만큼 감각 있는 디자인과 컨셉트도 중요하다. 서울 서교동에서 메이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정혜리(31) 사장은 ‘인테리어’를 핵심 경쟁력으로 꼽는다. 그는 지난해 5월 단독주택을 임차해 방 10개짜리 게스트하우스(사진)를 열었다. 벽지는 물론 쓰레기통 하나를 고를 때도 색감과 분위기에 신경 썼다. 아침에 직접 와플을 구워주는 서비스도 여성 고객에게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정씨는 “인테리어 감각도 그렇지만 여행객들과 대화를 나누려면 사장이 젊은 게 유리하다”며 “시설만 잘 갖추면 되는 숙박업으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시설에 투자를 많이 한다고 해서 장사가 잘된다는 보장은 없다. 역삼동 타이거게스트하우스 오세민 사장은 “호텔에 묵는 손님이 아니니까 고급 자재나 고가 가구를 기대하진 않는다”며 “돈을 적게 들여도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만 전달하면 된다”고 말했다. 대신 이불에는 투자를 아끼지 말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그는 “손님들이 가장 많이 따지는 게 실내의 청결 여부와 이불 상태”라며 “인테리어나 가구는 저렴하게 준비하더라도 이불엔 돈을 제대로 들이고, 청소와 빨래는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국어 실력은 뛰어날수록 좋겠지만, 기본적인 생활영어만으로도 충분히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예약과 관광 정보를 안내하기 위한 표현만 익혀도 사업하기엔 무리가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고객과 친밀한 대화를 나눌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면 입소문 홍보에 도움이 많이 된다. 오 사장은 “지방에 거주하는 영어 강사들과 친해졌더니 서울에 올 때마다 우리 게스트 하우스를 찾는다”고 말했다.

일부 인기 지역은 게스트 하우스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시장이 포화됐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다. 최고 인기 지역으로 꼽히는 홍대 입구 근처에는 어림잡아 250개 정도의 게스트 하우스가 성업 중이라고 부동산 관계자들이 추정한다. 서울 서교동의 모 부동산 관계자는 “두세 집 건너 한 개꼴로 게스트 하우스가 들어서다 보니 침대 하나에 하루 2만원도 못 받는 게스트 하우스도 나온다”며 “올 들어선 아예 영업을 포기하고 매물로 나온 게스트 하우스도 하나 둘씩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 치열 저가형 업소는 위기
전문가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는 게스트 하우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남는 방 두세 개를 게스트 하우스로 돌리는 소규모 업소는 더더욱 방 한 개에 8만원 이상을 받는 중고가 전략으로 승부해야 인건비라도 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상공인진흥원과 함께 게스트 하우스 창업 교육을 하고 있는 김학수 러닝컴 원장은 “객실을 호텔 수준으로 꾸미고 주인이 직접 아침을 차려주면서도 고급 호텔보다 절반 이상 싼 10만원대 안팎의 가격을 받으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쾌적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차별화하지 않으면 자꾸 단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큰돈을 투자하기보다 작은 아파트 등을 빌려 노하우를 익힌 뒤 규모를 늘려 나가는 게 낫다는 충고도 있다. 정부가 진행하는 게스트 하우스 창업설명회나 교육도 도움이 된다. 서울시는 12일 오후 2시 명동 서울글로벌문화관광센터에서 게스트 하우스 사업설명회를 연다. 소상공인진흥원도 주기적으로 게스트 하우스 창업교육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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