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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시설보다 컨셉트 … 밤(夜) 프로그램이 만족도 좌우”

중앙선데이 2013.09.08 00:54 339호 20면 지면보기
서울 홍대 입구 못지않게 게스트 하우스가 빠르게 늘어난 곳이 제주도다. 올레길이 유명해지면서 외국인보다 내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2011년 제주 구좌읍에서 548㎡의 농가주택을 매입해 ‘레프트핸더 게스트하우스’를 차린 류기현(42·사진)씨를 인터뷰했다. 그는 게스트 하우스 창업 노하우를 담아 최근 책 『주인장을 꼭 닮은 게스트 하우스 창업에서 운영까지』를 내기도 했다.

제주서 게스트 하우스 연 류기현씨

-서울에 살다가 제주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내게 된 계기는.
“화장품 회사 마케터였다. 아내가 갑상샘암에 걸려 수술을 하는 동안 인생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아내가 먼저 휴직을 하고 제주로 내려왔고, 내가 2011년 내려와 게스트 하우스를 열었다. 올레길 때문에 막 게스트 하우스 창업이 늘고 있을 때였다.”

-모텔이나 호텔도 많은데 굳이 게스트 하우스만 늘어나는 이유는.
“올레길을 걷는 배낭여행객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 혼자 오는 경우엔 러브호텔이나 펜션에서 묵는 게 망설여진다. 게스트 하우스에선 여행객끼리 정보도 나누고 길벗도 된다. 새로운 숙박 문화가 창조된 거다.”

-창업 결심을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았을 텐데.
“그나마 제주 땅값이 쌌던 때라 초기 투자비용이 낮았다. 이 집을 7400만원에 샀다. 요즘은 비용이 많이 올라갔지만 여전히 서울보다는 땅값이 싸다. 리모델링이 매입 비용과 비슷하게 들어갔으니 모두 1억5000만원을 썼다.”

-수익성은 어떤가.
“1년이 지나 평균 객실 점유율을 계산해 보니 60% 정도 되더라. 성수기에는 훨씬 더 몰리고 비수기엔 조용한 편이다. 한 달 매출은 650만원 정도다. 냉·난방비나 아침식사 재료 같은 비용을 빼면 400만~500만원 정도 남는 것 같다. 제주도만 해도 게스트 하우스가 500개가 넘니 마니 하는 실정이라 경쟁이 치열하다. 연중 객실이 다 차는 게스트 하우스는 손에 꼽을 정도이고, 전체 평균 객실 점유율이 50%가 채 안 될 거라 본다.”

-그럼 운영이 어려운 게스트 하우스도 많겠다.
“농담 삼아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산다고 하는 곳도 많다. 그래서 게스트 하우스만 하는 것보다 카페나 레스토랑, 자전거 대여점 같은 부업을 함께하는 게 좋다. 게스트 하우스 하나만으로 네 식구가 먹고살기는 쉽지 않다.”

-잘되는 게스트 하우스들은 특징이 있나.
“교통이나 시설이 꼭 중요한 게 아니다. 컨셉트가 중요하다. 예를 들면 한라산 중산간 지역에 게스트 하우스를 차린 분이 있다. 교통도 불편하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 휑한데 어떻게 영업을 하나 걱정했다. 그런데 손님들이 바글바글하다. 거기 ‘밍기적’이라는 이름의 카페가 있는데 만화책 몇천 권을 두고 뒹굴거리며 읽을 수 있게 해 놨다. 여유롭게 여행하고 싶은 이들이 와서 며칠이고 늘어지게 쉬다 간다. 이런 식의 컨셉트가 중요하다.”

-제주 게스트 하우스의 특색을 꼽는다면.
“서울이나 부산은 게스트 하우스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손님이 거의 없다. 주변에 술집도 있고 관광지가 많으니까. 제주도는 밤에 적당히 갈 만한 곳이 없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시간을 보낼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독서가 됐든, 같이 차를 마시고 얘기를 하든 그런 프로그램이 있어야 게스트 하우스가 잘된다.”

-은퇴하고 게스트 하우스 창업을 꿈꾸시는 분이 많다.
“시설만 차려놨다고 되는 게 아니다. 게스트 하우스는 주인 스타일을 꼭 닮는다. 모텔처럼 열쇠만 주고 ‘몇 호실입니다’라고 하는 게 아니다. 주인장이 붙어 앉아 게스트를 맞이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젊은 여행객의 감각을 맞추고 같이 대화할 자신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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