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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 융합 채널로 ‘밀레니얼 세대’ 잡아야

중앙선데이 2013.09.08 01:10 339호 23면 지면보기
세계 최대 가구업체 이케아의 한국 영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건축 허가가 났다’에서 ‘첫 삽을 떴다’ 등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다 알려질 정도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들려주는 ‘경영의 한 수’ ④ 글로벌 유통기업을 통해 본 ‘멀티 채널 전략’

그런데 이 회사는 요즘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유통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 채널에서의 행보 때문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모바일 앱 ‘퍼스트 룩’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앱은 거실이나 주방과 같은 집안 곳곳의 사진을 찍으면 이를 3차원으로 구현해 준다. 이어 이케아 매장 안에 있는 가구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비추면 집안 사진과 합성되면서 원하는 위치에다 가상으로 배치해 준다. 가구를 직접 집에까지 가져 오지 않아도 맘대로 배치해 볼 수 있어 편리하다.

원래 이케아의 상징은 도시 외곽의 드넓은 매장, 고객들을 끄는 ‘미끼’ 노릇을 하는 싸고 푸짐한 푸드코트, 입구에서 출구까지 일방통행식으로 짜인 독특한 동선과 상품 배치 등이다. 지난해 매출 약 40조원의 98%가 이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나왔다. 온라인과 모바일 매출은 2%뿐이다. 가구야말로 온라인 판매가 어려운 품목이기 때문이다. 책이나 음반에 비해 가구의 온라인 판매 비중은 3분의 1도 안 된다. 그럼에도 이케아는 새로운 채널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고객도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지난해 이케아 온라인 사이트 방문 수는 11억 회를 기록했다.

한국 온라인 시장은 아직 초기
한국의 대형 유통기업은 어떨까. 우리나라 온라인 시장은 연평균 20%씩 고성장을 기록하며 지난해 38조원 규모로 커졌다. 그러나 외형만 커졌을 뿐 내용은 아직 어설프다. 온라인은 저가 상품을 파는 곳이란 인식이 강하다. 온라인 시장에서 높은 성장을 기록한 곳도 대부분 저가를 앞세운 G마켓 같은 오픈 마켓뿐이었다. 롯데·신세계 같은 대형 유통기업의 온라인 시장 점유율은 10%대에 머문다. 미국 아마존처럼 ‘온라인 메가 플레이어’라 할 만한 존재도 없는 상황이다. 한국 온라인 시장은 미국유럽 등과 비교해 볼 때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 최고의 온라인과 모바일 인프라가 갖춰진 정보기술(IT) 강국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 1982년부터 2000년 사이 태어난,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 Generation)’가 소비 주체로 부상하면서 온라인 거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누가 승자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지금처럼 싼 가격을 앞세운 오픈 마켓의 파워가 지속될 수도 있다. 아마존처럼 고유한 온라인 사업 모델을 가진 기업이 나타나 패권을 쥘 지도 모른다. 아니면 오프라인에 기반한 기존의 유통 강자가 온-오프라인 복합의 ‘멀티 채널’로 거듭나 승기를 잡을 수도 있다.

유통 대기업 입장에서 온라인은 미심쩍은 구석이 많은 시장이다. 이는 몇 가지 뿌리 깊은 오해에서 비롯한다. 대표적인 것이 ‘전통적인 유통기업이 온라인 채널을 만들면 오프라인 매출이 잠식당한다’는 오해다.

온라인에 대한 뿌리 깊은 오해들
영국 ‘아고스’는 이런 우려를 덜어주는 사례다. 아고스는 한국엔 생소하나 서구에선 보편화된 카탈로그 유통업체다. 영국 내 739개의 매장과 카탈로그를 기반으로 전형적인 오프라인 영업을 해왔다. 식료품을 제외한 일반 잡화 분야에서 영국 1위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전후로 성장이 정체되기 시작했고 결국 특단의 대책을 내놓는다. ‘카탈로그 중심’에서 ‘디지털 중심’ 비즈니스로의 변신을 선언한 것.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09년 이후 2년 연속 줄었던 매출이 지난해 상승세로 반전됐다.

특히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매장에 가서 물건을 받아오는 ‘클릭 앤 콜렉트(click and collect)’ 서비스가 큰 인기를 얻었다. 어린 자녀와 함께 쇼핑하기가 어렵거나 쇼핑에 쓸 시간이 많지 않은 사람들과, 택배 기다리기가 여의치 않은 맞벌이 부부나 전문직 종사자에게 잘 맞았던 것이다. 현재 이 회사 매출의 51%가 온-오프라인 융합 채널에서 나온다.

요즘 소비자는 매장에 가기 전에 미리 온라인을 통해 각종 쇼핑 정보를 알고 있다. 구매 전후에는 트위터·블로그 등을 통해 소비 경험을 공유한다. 즉 온-오프라인 구분이 무의미한 복합 채널을 통해 쇼핑을 하는 것이다.

‘싼값을 앞세운 온라인 오픈마켓이 항상 오프라인 사업자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도 널리 퍼진 오해다. 물건을 직접 확인하고 만져볼 수 있는 오프라인의 장점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2003년 영국 이베이 입점 업체로 출발했던 ‘오크 퍼니처 랜드’라는 가구 유통회사를 보자. 고품질 원목가구를 찾는 고객을 타깃으로 삼아 몇 년 만에 이베이 내의 최대 판매자가 될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 그러자 독자적인 오프라인 상점을 열었다. 사람들이 고품질 가구를 살 때 직접 확인하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오크 퍼니처 랜드는 곳곳에 오프라인 매장을 내기 시작해 50개까지 규모를 넓혔다. 원목가구 부문 영국 1위인 이 회사의 매출 65%는 이제 오프라인에서 나온다.

‘온라인은 무조건 싸다’ 또는 ‘싸야 한다’는 생각도 상식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미국 온라인 시장의 15%를 차지한 절대 강자 아마존의 경쟁력은 가격이 아니다. 지금 아마존에서는 ‘애플 맥북 프로 13.3인치 기본형 모델’을 1149달러에 판다. 가전 전문 양판점 ‘베스트바이’ 온라인 몰에서는 같은 상품을 1049.99 달러에 팔고 있다. 가전 전문 양판점인 베스트 바이가 아마존보다 100달러나 더 싸다.

‘온라인=싼 곳’이라는 인식은 온라인 유통업체의 승부수가 가격밖에 없던 시절에 생겼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아마존은 쇼핑의 길목마다 색다른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를 붙잡는다. 어제 아마존 홈페이지에서 시계와 유아용품을 검색했다면 오늘 다시 접속할 때는 화면 중앙에 시계용품과 유아용품에 관한 정보가 나타난다. 구매검색 기록을 토대로 맞춤형 상품 추천을 하는 것이다. 미국 전역에 깔린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당일 무료 배송을 해 주는 것도 차별화된 서비스 중 하나다.

오해의 실상을 이해하고 나면 대형 유통기업의 온라인 채널 구축이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대형 유통기업에는 이제 오프라인의 강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멀티채널’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온-오프라인을 적절히 활용해 쇼핑 단계마다 깊은 인상을 줘서 고객들을 붙잡아 충성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

고객 구매단계에 맞춰 멀티채널 구축해야
온라인을 포함한 멀티채널을 구축할 때 기억할 원칙 몇 가지가 있다. 목표 고객이 누군가를 먼저 파악하고, 온-오프라인의 목적과 역할에 따라 채널을 구체화해야 한다. 즉 고객의 구매 단계에 따라 온라인, 모바일, 소셜 미디어, 오프라인 점포 등 각각의 채널이 어떤 역할을 맡는지를 명확하게 해놓아야 한다.

예를 들어 ‘밀레니얼 세대’(13~31세)가 목표 고객이라면 상품 주문부터 결제까지 가능한 모바일 앱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한국 밀레니얼 세대의 약 85%가 스마트폰을 쓰기 때문이다. 화장품 소비층을 공략한다면 제품 마케팅과 홍보를 위한 소셜 미디어에 우선 투자할 일이다. 미국의 경우 뷰티용품 소비자의 80%가 페이스북을 쓰고, 50% 이상이 블로그를 읽는다는 조사 결과를 참조할 만하다.

채널 확장에 앞서 경제성을 철저하게 분석하는 것도 필수다. 보스턴 컨설팅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시장 기준으로 배송 비용 등을 고려할 때 개당 단가가 20달러를 밑도는 상품은 온라인 판매로 수익 내기가 어렵다.
마지막으로 기억할 것은 결국은 ‘전략의 문제’라는 것이다. 지금 가진 장점과 역량은 무엇인지, 확장할 새로운 채널을 통해 얻게 될 역량과 인프라는 무엇인지, 그 둘을 결합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인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사업 모델로 발전시키고 실행해 나갈 전략 로드맵도 필요하다. 영국 아고스의 ‘클릭 앤 콜렉트’ 사례에서 보듯 고유의 사업 모델과 인프라를 구축하면 멀티채널에 대한 투자는 그 몇 배의 수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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