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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중앙선데이 2013.09.08 01:50 339호 27면 지면보기
살기 위해 필요한 게 물(水)이다. 인류 문명이 강(江)을 따라 발전할 수밖에 없는 이치다. 자연히 강에서 멀어지면 땅을 파서라도 물을 찾아야 한다. 우물(井)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정(井)은 정사각형 모양으로 짠 나무틀을 본떠 만든 것이다. 우물을 판 뒤 흙이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정(井)에 칼 도(刂)가 붙으면 형(刑)이 된다. 칼로 나무를 잘라 우물이나 갱도의 버팀목을 만드는 형상을 나타냈다. 우물 파기나 갱도 만들기 같은 일은 힘들다. 형벌이란 뜻은 많은 경우 죄 지은 사람이나 전쟁에서 잡힌 포로를 여기에 동원했기에 나왔을 것이다.

刑不上大夫<형불상대부>

예기(禮記)의 곡례(曲禮) 편에 보면 ‘예불하서인(禮不下庶人) 형불상대부(刑不上大夫)’란 말이 있다. 예(禮)는 아래로 서인(庶人)에게까지 적용되지 않으며, 형(刑)은 위로 대부(大夫)에게까지 적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회의 피지배계층은 형으로 다스리되 지배계층은 예로 다스리겠다는 주(周)대의 사법 정신을 담고 있다. 대부의 몸에 형벌을 가하지 않겠다는 건 대부가 예를 지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바탕에 깔고 있다. 설사 잘못을 할 경우라도 그 체면(面目)을 지켜주기 위해서다. 또 한발 더 나아가 대부의 절의(節義)를 장려하려는 목적도 갖고 있었다.

장쩌민(江澤民) 집권 시절부터는 마오쩌둥(毛澤東)·덩샤오핑(鄧小平)처럼 절대 권력을 휘둘렀던 지도자가 사라졌다. 바로 장쩌민 시대에 ‘형불상대부’라는 말에 빗대어 ‘형불상상위(刑不上常委)’란 말이 나왔다. 상위(常委)는 중국의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위원들을 가리킨다. 적게는 5명, 많게는 11명이 될 때도 있는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중국 공산당의 조직 가운데 최상층에 존재한다.

‘형불상상위’는 결국 정치국 상무위원에 해당되는 중국의 고위 관료는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 잘못을 처벌할 경우 중국 공산당의 이미지에 큰 먹칠을 해 일당 집권의 기초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정가에선 2007년부터 5년간 정치국 상무위원이었던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법위원회 서기에 대한 조사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형불상상위의 불문율이 깨질 공산이 커진 것이다. 자고로 영원히 지속되는 특혜는 없는 법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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