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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만한 GM 연어 만든다는 건 오해 … 성장 35배 빠르게 할 뿐"

중앙일보 2013.09.07 00:11 종합 18면 지면보기
부경대 해양바이오신소재학과 김동수 교수가 6일 오후 분자육종학 연구실에서 유전자 변형(GM) 형광 바다송사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형광 유전자가 들어 있는 바다송사리는 간에서 형광빛이 나온다. [송봉근 기자]


미국에서 유전자 변형(GM) 연어의 상업화가 임박했다. GM 연어보다 10여 년 앞서 GM 미꾸라지를 개발한 부경대 김동수 교수도 GM 연어 개발에 나섰다는데…

1997년 개발 수퍼 미꾸라지 빛 못 봐
2004년엔 GM 잉어 연구하다 포기
미국·캐나다 "먹어도 안전" 승인 임박
"양식장 탈출 땐 생태계 왜곡" 반론도



미국에서 유전자 변형(GM·Genetically Modified) 연어의 최종 승인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0년 “GM 연어가 일반 연어와 마찬가지로 먹어도 안전하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21일엔 “GM 연어가 자연 생태계에 우려할 만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사상 첫 GM 동물의 상업화를 앞두고 반대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GM 연어가 밀폐된 양식장을 탈출해 해양 생태계로 나가면 유전자 오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GM 연어를 개발한 캐나다 아쿠아바운티(AquaBounty)사는 “GM 연어는 불임(不姙) 연어여서 번식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 측은 “불임 기술을 100% 신뢰할 수 없으며 생식능력을 되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반박한다.



 GM 연어가 바다로 나가면 회수가 거의 불가능하며 일반 연어보다 먹성이 좋아 어업 자원을 고갈시키고 생물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로 거론된다. 반대 진영에선 GM 연어를 괴물 프랑켄슈타인에 빗대 ‘프랑켄 피시’(Frankenfish)라고 표현한다.



 이 같은 논란을 착잡하게 지켜보는 이가 부산 부경대 해양바이오신소재학과 김동수(59) 교수다. 그는 1997년 GM 기술을 이용해 보통 미꾸라지보다 36배나 빨리 자라는 GM 미꾸라지(수퍼 미꾸라지)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GM 미꾸라지를 보급하면 사료 값 등 양식 비용이 크게 준다고 했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추어탕을 먹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당시로선 획기적인 ‘사건’이었지만 GM 미꾸라지는 빛을 보지 못했다. 연구비도 부족하고 GM 생물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곱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부경대 연구실에서 김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GM 미꾸라지 대신 GM 연어·GM 잉어 개발에 시동을 걸고 있었다. 국내에 수입될 가능성이 있는 GM 연어·GM 잉어의 안전성 검사를 위해서다. GM 잉어는 중국에서 시판 허가를 앞두고 있다. 김 교수는 “GM 종어(種魚, 친어)를 확보하고 있어야 수산 분야에서 외국의 GM 기술에 종속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전자 변형(GM) 연어(뒤)와 자연산 연어(사진 위). 김동수 교수가 개발한 수퍼 미꾸라지(뒤)와 보통 미꾸라지(사진 아래). [중앙포토]
 - GM 연어의 미국 내 시판 허용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이미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봄에 ‘사인’했다. 지금은 이의신청 기간인데 여기서 특별한 문제가 제기되지 않으면 시판이 자동 허용된다. 100% (승인)된다고 본다.”



 - GM 연어가 미국 식품안전 당국의 관문을 통과하더라도 상업화에 성공을 거둘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데.



 “GM 콩 등 GM 작물의 예에서 보듯이 시판 초기엔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예상된다. 생산업자들은 성장이 빠르고 사료효율이 높은 GM 연어를 선호할 것이다. 양측이 줄다리기를 하다 GM 연어의 판매가 서서히 늘어날 것으로 짐작된다. 요즘 미국산 콩·옥수수의 90% 이상, 아르헨티나산 콩·옥수수의 100%가 GM 작물이다.”



 - 음식점·마트에서 기존의 연어보다 덩치가 훨씬 큰 GM 연어를 보면 겁부터 내지 않을까.



 “GM 연어와 일반 연어가 함께 나온 사진을 본 사람은 GM 연어가 엄청 클 것으로 오인한다. 성어(成魚)의 크기 자체는 차이가 별로 없다. 고래만 한 새우를 만들어선 상업화에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GM 관련자들도 잘 안다. GM 연어의 장점은 일반 연어보다 35배나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데 있다.”



 김 교수의 GM 미꾸라지도 40일 만에 10㎝가량 성장했다고 한다. 10㎝까지 자라는 데 일반 미꾸라지는 보통 1년은 걸린다. GM 미꾸라지는 부화 뒤 9개월 만에 40㎝(무게 400g)까지 성장했지만 이런 대형 미꾸라지를 밥상에 올릴 생각은 애당초 하지 않았다.



 - 김 교수가 미꾸라지를 연구한 동기는.



 “GM 미꾸라지 연구는 85년부터 시작했다. 박사학위(한양대 생물학과)를 받기 1년 전이다. 2년간 연구비 700만원을 받아 겁 없이 연구에 나섰다. 대학 연구실의 좁은 수조에서 대형 어종을 다룰 순 없었다. 미꾸라지는 다 자라야 10∼15㎝이고 알을 1만 개 이상 낳아 연구하기에 최적의 대상이었다.”



 - GM 미꾸라지의 장점이 있다면.



 “빨리 자라기 때문에 같은 시설에서 1년에 10모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성장호르몬 유전자를 주입하면 무엇이든 대형화된다. 거인증 환자는 성장호르몬의 과다 분비가 원인이다. 사람의 성장호르몬 유전자를 사람에게 주입하면 거인증과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아 과학자들은 같은 종(種)의 성장호르몬 유전자를 이식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나는 GM 미꾸라지에 같은 종(미꾸라지)의 성장호르몬 유전자를 이식했다. 다른 종의 유전자를 이식한 GM 어류보다 소비자의 거부감이 적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 GM 미꾸라지 개발 후 상품화 관련 제안이 있었나?



 “개소줏집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추어탕집에선 반응이 없었다. 일본의 음식점에서 구워 먹는 요리에 ‘수퍼 미꾸라지’를 이용해 보자고 제안해 왔다.”



 - GM 미꾸라지 외에 다른 어류에도 GM 기술을 적용해 봤나.



 “GM 잉어 개발에 나선 적 있다. 넙치의 항균(抗菌) 단백질 유전자를 잉어에 이식했다. 2004년 안전시설 부족으로 잉어가 모두 죽어버려 연구를 접었다. 2008년부터 GM 형광 바다송사리를 연구 중이다. 형광유전자가 들어 있으며 관상용이다. 환경호르몬 오염의 생물 인디케이터(indicator)로도 유용하다. 물속에 환경호르몬이 들어 있으면 바다송사리의 간(肝)에서 형광 빛이 나온다.”



 - GM 형광 바다송사리는 구입 가능한가.



 “시판은 안 된다. 판매하려면 해양수산 LMO(유전자변형생물체,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보다 광의로 사용됨) 심사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내가 5년째 위원장을 하고 있다(웃음).”



 GM 연어와 GM 미꾸라지는 만드는 과정·원리가 사실상 같다. 성장호르몬 유전자를 만든 뒤 이를 각 생선의 알에 이식하면 된다.



 - 국내 학자들의 유전자 만드는 기술 수준은?



 “세계적 수준이다. 우리 연구실은 유전자 1개를 빠르면 1개월 안에 만들 수 있다. 가느다란 유리 침을 이용해 유전자를 생선 알(수정란)에 찔러준다. 이런 과정을 통해 GM 어류를 얻을 확률은 3000번 시도해 1∼2회 정도다. 연어는 미꾸라지보다 알이 커서 상대적으로 이식 작업이 쉬웠을 것이다. 미꾸라지 알은 직경이 0.5㎜밖에 안 돼 해부현미경을 보면서 일해야 유전자를 정확하게 알에 꽂을 수 있다.”



 - 황우석 박사의 ‘젓가락 기술’이 연상된다.



 “여성 연구자의 섬세한 손기술이 요구된다. GM 어류 제조 성공 뒤엔 동양인 여성이 한 명 이상 꼭 끼어 있다. GM 연어를 만들 때는 중국 여성, GM 미꾸라지·GM 금붕어 제조엔 한국 여성이 참여했다.”



 시판 허용이 임박한 GM 연어는 불임 연어다. 염색체를 두 쌍 가져 2배체(2n)인 일반 연어와 달리 GM 연어는 세 쌍의 염색체를 지닌 3배체(3n) 생물이기 때문이다. 우장춘 박사의 ‘씨 없는 수박’이 3배체 수박인 것과 같은 이치다.



 - GM 연어와 GM 미꾸라지를 불임 처리하는 이유는.



 “GM 연어도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 섬에 위치한 시설에서 GM 연어 알을 불임화한 뒤 양식장인 파나마로 보낸다. 만에 하나 GM 연어가 양어장에서 바다로 도망쳐 나오면 해양 생태계에 엄청난 혼란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사능에 오염된 생선은 바닷물에 희석이라도 되지만 생식 능력이 있는 GM 어류의 무단 방출은 재앙이 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불임 기술을 채택한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다. GM 연어는 물론 GM 콩·옥수수 종자를 생산하는 회사들 입장에선 불임 처리해야 GM 치어와 GM 종자를 계속 판매할 수 있다.”



 - GM 어류가 해양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미국에서 GM 제브라 피시가 형광 관상어로 대량 판매되고 있는 것은 문제다. 불임 처리를 하지 않아 자연에서 다른 종과 교배를 통해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어서다. 제브라 피시는 실험동물로 널리 사용돼 국내에도 연간 100만 마리 이상 수입되고 있다. GM 제브라 피시가 섞여 들어오지 않도록 철저하게 검역해야 한다.”



 - 생선에 어떻게 불임을 유도하나.



 “암컷을 ‘가짜 수컷’(사실은 암컷)과 교배시킨 뒤 3배체 유도 처리를 하면 불임 암컷이 된다. 이를 위해 대개 스테로이드 등 성호르몬을 이용해 암컷을 가짜 수컷으로 바꾼다. 이 방법은 호르몬제를 사용하므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는 온도 조절로만 가짜 수컷을 만들었다. 수조에 고온 처리를 하고 1개월 정도 키우면 수컷이 암컷으로 성전환된다. 스트레스를 받은 수컷의 체내 호르몬 균형이 깨진 결과로 추정된다.”



 김 교수는 적어도 몇 년 내엔 GM 연어를 우리 식탁에서 볼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GM 연어 개발사나 수입업체가 수입 신청을 하면 270일간 심사를 받게 돼 있다.



 “GM 어류를 식품으로 섭취해도 괜찮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정부의 안전성 허가 절차를 통과한다면 일단 안전하다고 보는 것이 옳다”면서도 “안전성 평가는 현재의 과학적 지식에 근거하므로 GM 어류가 미래에도 안전하다고 보장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GM 어류 표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GM 작물은 설령 GM 유전자를 갖고 있더라도 3% 미만이면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며 “그러나 GM 어류에 GM 유전자가 극소량이라도 들어 있으면 표기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 기자



◆ GM 작물=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넣어 만든 작물이다.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GM 콩·옥수수·면화·카놀라 등이 허가를 받아 재배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기존의 육종(育種) 한계를 뛰어넘는 최상의 기술’이란 찬사와 다른 한편으로는 ‘종(種)다양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으며 안전성도 미지수’란 우려를 함께 받고 있다.

◆ GM 어류=생선의 알에 다른 생선의 유전자(성장호르몬 유전자 등)를 이식하면 얻어진다. GM 연어·잉어·틸라피아 등이 개발 중이다. 동물의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것에 대한 윤리적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GM 어류가 양식 시설에서 도망쳐 다른 어류와 섞이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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