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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 된 통진당 8일간의 말말말

중앙일보 2013.09.06 00:47 종합 4면 지면보기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 지난달 28일부터 구속된 5일까지 8일간 낯선 조어와 표현, 논리들이 계속 튀어나왔다. 지난 5월 12일 합정동 RO 비밀회합 녹취록에 담긴 말들은 물론이고 이에 대한 이 의원과 통진당의 해명이 그렇다. 그러나 이런 희한한 언어들은 결국엔 부메랑이 되어 역풍을 일으키며 이 의원과 통진당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뼛속까지 평화" → "뼛속까지 종북"
"총기 발언 농담" → "누가 봐도 토론"
녹취록 반박하다 더 큰 역풍 맞아

 이정희 통진당 대표가 4일 비밀회합에서 나온 총기 발언이 “농담처럼 나온 것”이라고 한 게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선 5일 야권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누가 읽어봐도 진정한 토론이었지 농담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며 “당황했을 수 있지만 국민을 속이거나 조롱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언주 민주당 대변인은 “진정성과 신뢰를 추락시킨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석기 의원의 말도 자승자박(自繩自縛)이 된 경우가 많다. 비밀회합에서 이 의원은 “북은 집권당 아니야. 거기는 모든 행위가 다 애국적인데 우리는 모든 행위가 반역이야”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전쟁이 임박했음을 강조하며 ‘물질적·기술적 준비’를 강조했고, 이에 총기확보·시설파괴 발언 등이 뒤따르게 됐다.



 녹취록만 보면 이 의원은 스스로를 ‘반역자’라고 인지한 게 된다. 결국 그에게 ‘내란음모’ 혐의가 적용됐다.



 이 의원은 “바람처럼~하시라”란 말을 즐겨 썼다. 그는 회합을 마칠 때 “바람처럼 사라지시라”고 했다. 이틀 전인 10일 곤지암 회합에선 “소집령이 떨어지면 정말 바람처럼 와서 순식간에 오시라”고 했다. ‘바람처럼 사라지시라’란 말에 대해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소장은 “은밀하게 모였다가 은밀하게 해산하고 노출을 절대 삼가라는 뜻”이라며 “북한 공작원들에게 당부하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이런 표현은 “통진당이야말로 바람처럼 사라져야할 것”(새누리당 원유철 의원)이란 말로 되돌아왔다.



 녹취록 발언이 충격을 몰고 오자 이 의원은 지난달 30일 밤 기자회견을 자청해 “나는 뼛속까지 평화주의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녹취록에 있는 “(조선반도는) 패권주의 제국을 무너뜨리는 세계혁명의 중심 무대” “한 자루 권총이 수만 자루의 핵폭탄보다 더한 가치가 있다” 등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뼛속까지 종북주의자”(안찬일)라는 비판을 불렀다. 이 의원이 거론한 ‘한 자루 권총’은 김일성이 아버지 김형직으로부터 받은 두 자루 권총 가운데 한 자루를 아들 김정일에게 주면서 혁명 투쟁을 완성하라고 했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이 의원은 ‘뼛속까지 반미(反美)’로 들릴 말들도 쏟아냈다. 미국을 말할 땐 ‘미국놈들’아니면 ‘저놈들’로 불렀다. 그는 지난해 12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광명성 3호 발사, 올해 2월 3차 핵실험 등을 “우주과학의 승리”라고 예찬한 뒤 “큰소리 떵떵 쳤던 놈들이 바로 미국놈들인데 드디어 ‘우주적인 외계인’이 존재했다 이거지. 그게 바로 조선인민공화국”이라고 북한을 치켜세웠다. 그러곤 곧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때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로 몰고갔다.



채병건·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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