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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이산가족 상봉 1000분의 1 로또 이번에도 역시나

중앙일보 2013.09.06 00:31 종합 31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지난주 파주 임진각을 찾았다. 집에서 가까우니 바람이나 쐴까 했다. 자유의 다리, 임진강 철교, 한국전쟁 참전기념비, 총탄 자국이 1020개나 나 있는 비극의 기관차를 둘러보았다. 분단 시절 독일의 동·서를 갈랐던, 우리의 비무장지대 격인 그뤼네스 반트(그린벨트)를 주제로 한 사진전도 열리고 있었다. 민통선 철조망에는 통일을 기원하는 색색의 리본들이 빼곡했다. 임진각역 알림판을 보니 서울역까지 53㎞, 개성역은 22㎞였다. 개성이 더 가깝다. 옆에 세워진 망향의 노래비와 망배단. 어쩔 수 없이 노부모를 떠올렸다.



 2010년 11월 이후 3년 만에 로또 추첨이 재개됐다. 이산가족 상봉 이야기다. 만 93세, 84세인 나의 아버지·어머니는 이번에도 떨어졌다. 이산가족 등록자 12만8842명 중 생존자는 7만2882명. 이미 5만5960명이 세상을 떴다. 평안북도 출신인 나의 부친은 90세 이상 생존자 6763명 중 한 명이다. 함경남도 태생의 모친은 80대 나이 2만9484명에 속해 있다.



 지난달 24일 대한적십자사에서 이산가족 상봉 후보자를 추첨할 때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기는 했다. 그러나 역시나였다. 500명의 후보자 안에 들 확률은 0.68%, 최종 100명에 뽑힐 확률은 0.13%다. 1000명 중 한 명꼴인 셈이다. 로또 당첨 확률(814만분의 1)보다야 한결 높지만, 그래도 이산가족 입장에선 로또나 상봉이나 거기에서 거기다. 70세 이상 고령자가 다섯 명 중 네 명꼴이라 확률 경쟁인 동시에 시간과의 경쟁이기 때문이다.



 남쪽에서만 찾는 게 아니다.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북한에서 보내온 상봉 희망자 200명의 명단이 공개돼 있다. 남한 전역에서 일본 오사카까지 출생지도 제각각이다. ‘전라북도 리리시’ ‘경기도 수원군’ ‘경상남도 통영군’ 같은 지명 표기에서 세월의 흐름과 남북의 표기법 차이가 물씬 풍긴다. 북한도 80대가 제일 많지만 특이하게도 90세 이상은 한 명도 없다. 먹고살기 어려워 다들 세상을 등진 건가, 건강한 사람 위주로 뽑아서 그런 건가.



 나는 남한에서 태어났기에 부모의 고향에 그다지 애착을 느끼지 못한다. 나의 뿌리가 닿아 있구나 하는 정도다. 당사자는 다를 것이다. 남과 북은 추석연휴가 코앞인 다음 주(13일)에 상봉 후보자들의 생사 확인 결과를 서로 통보한다. 엄청난 추석 선물이다. 연휴가 끝나고 25일부터 금강산에서 상봉 행사가 열린다. 다음 달 22, 23일에는 남북의 각 40가족이 화상으로 상봉한다. 로또 2탄이다.



 사실 아버지는 정신이 흐린 상태라 500명 추첨이 이미 끝났다는 말씀도 안 드렸다. 문제는 어머니다. 상봉 장면이 TV로 중계되면 또 어떤 표정이실까 지레 걱정돼서다.



노재현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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