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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당당히 사법절차에 응하겠다더니

중앙일보 2013.09.06 00:30 종합 30면 지면보기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사법절차가 진행되면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당당하게 임하겠다”고 말한 건 지난달 30일이었다. 한국어 구사자라면 누구나 “적극 수사에 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했을 것이다. 통진당과 이 의원은 그러나 다른 언어권에 속한 듯하다. 그 무렵부터 지금까지 “사법절차를 진행하려면 해라. 우린 저항할 수 있는 한 저항하겠다”로 받아들여지도록 행동해서다.



 그제 국회의원 258명이 찬성해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가정보원이 법원에서 구인영장을 발부받은 건 직후였다. 모두 법이 정한 절차였다.



 통진당은 그러나 ‘사법절차’에 맞섰다. 국정원 직원들이 이 의원을 체포하려고 하자 당 관계자 30여 명이 격하게 막아섰다. “개XX야” “니들이 깡패인지 어떻게 알아”란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국정원 직원들을 밀고 때렸다. 발길질도 했다고 한다. 한 직원은 셔츠가 찢겼다. 그의 등엔 손톱에 파인 상처들이 뚜렷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공권력으로 그 자리에 있었던 거다. 한 명 한 명이 국가를 대리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통진당이 욕설을 퍼붓고 밀고 때리고 상처를 낸 대상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통진당은 지난달 말에도 만 하루 이상 이 의원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부했다. 이정희 대표 등이 “용공조작”이라며 집무실 앞에서 버텼다. 명백한 수사 방해였다. 영장집행을 앞두고 이 의원 보좌진이 일부 문서를 파쇄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런 행태에 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형법상 공무집행 방해에 해당한다. 수십 명이 단체로 막아섰으니 특수공무집행방해도 된다. 문서를 파기한 건 증거인멸죄다. 설마 이 의원이 받고 있는 내란음모 혐의에 비하면 가벼우니 그 정도의 범법(犯法)은 별것 아니라고 여기는 건가.



 우리는 수사당국이 과거 공안 수사의 전철을 밟지 말고 절차적 정의를 지키면서 사건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밝혀달라고 촉구했었다. 동시에 통진당도 공당으로서 국민 앞에 당당하게 사실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통진당은 과연 그러고 있는가.



 통진당은 지금 존폐의 기로에 있다. 새누리당·민주당·정의당은 통진당이 과연 대한민국의 제도권 정당이랄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하고 있다. 이 의원 등의 혐의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을 감싸는 과정에서 보인 통진당의 비상식과 탈법도 문제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이 정당에 부여한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하지 않는다’는 최소한의 요건을 지키는지 불신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통진당이 “통진당과 진보정치를 살려달라”고 호소하고 나선 건 번지수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통진당의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을 쥐고 있는 건 통진당 자신이기 때문이다. 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는 공당인지 증명하는 게 먼저여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사법절차에 대한 존중일 것이다. 통진당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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