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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제주도 '영주권 장사'가 중국 조폭까지 불렀다

중앙일보 2013.09.06 00:29 종합 29면 지면보기
최충일
사회부문 기자
중국 폭력조직 ‘흑사회(黑社會)’ 조직원 D(36). 그는 얼마 전 버젓이 대한민국 F-2 비자를 갖고 있었다. F-2비자는 국내 어디서나 자유롭게 머물 수 있고 직장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비자다. 한국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외국 인재들이 충분히 자격을 갖췄다고 인정될 때 내주는 게 보통이다.



 D는 지난해 이 비자를 얻어서는 1년 가까이 흑사회 부두목급 인물 L의 한국 내 도피생활을 뒷바라지했다. 서울에 집을 마련해서는 L이 숨어 있게 했다. 그러다 이런 행각이 드러나 지난달 초 경찰에 의해 추방됐다.



 중국 조폭 구성원인 D는 어떻게 외국 인재 등에게 주는 비자를 얻을 수 있었을까. 제주도의 ‘투자이민제도’를 통해서다. 외국인이 제주도 부동산에 5억원 이상을 투자하면 F-2 비자를 주고, 그 뒤 5년간 부동산을 갖고 있으면 영주권까지 주는 제도다.



 D는 이를 활용했다. 지난해 5억9000만원에 제주도의 한 리조트를 분양받아서는 F-2 비자를 획득했다. 제대로 된 신원조회는 없었다. “인터폴 수배 대상만 아니라면 누구에게든 F-2 비자를 내주도록 돼 있다”는 게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의 설명이다.



 D는 경찰에 추방당할 당시 “한국에 투자까지 한 나를 왜 내쫓느냐”고 도리어 화를 냈다고 한다. 어이없는 일이다. 단초는 제주도가 제공했다. 애초 2010년 제주도가 투자이민제도를 도입할 당시엔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중국 부자들은 과시용으로 외국 영주권 갖기를 좋아한다. 그러니 투자이민제를 시행하면 중국인 영주권 수요를 겨냥해 중국인들이 구입할 부동산·리조트가 많이 지어질 것이다. 제주도는 자연히 개발된다. 게다가 중국 부자들은 영주권을 가진 나라에 자주 들른다. 이들이 푸는 돈도 만만찮을 것이다.’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벌써 351명의 중국인이 제주 부동산에 투자해 F-2 비자를 얻었다. 하지만 투자이민제의 부작용도 만만찮다. 중국 조폭까지 손쉽게 F-2 비자를 얻은 게 한 예다.



 부작용은 또 있다. 지금 한라산은 리조트를 짓는 중국 자본에 의해 곳곳이 파헤쳐지고 있다. F-2 비자, 나아가 한국 영주권을 원하는 중국인들에게 분양하려는 리조트다. 겉은 리조트 개발이지만 속내는 ‘영주권 얹어 팔기’다. 이로 인해 한라산이 난개발되는 형국이다.



 세상에 부작용 없는 제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중요한 건 부작용이 줄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제주의 투자이민 관련 제도도 한 차례 손볼 때다. 조폭까지 F-2 비자를 얻는 일이 없도록, 또한 영주권 장사 목적으로 한라산이 난개발되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최충일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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