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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운 그곳] '더 테러 라이브' 여의도

중앙일보 2013.09.06 00:20 Week& 7면 지면보기
영화 속에서 마포대교 폭파 사건(아래 사진)을 생중계 중인 앵커 윤영화(위 사진).
개봉 한 달여 만에 관객 540만 명을 불러 모은 영화 ‘더 테러 라이브’는 여의도의 어느 방송사를 무대로 펼쳐진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메인 뉴스 진행에서 밀려난 앵커 윤영화(하정우)는 라디오 방송 도중 30년차 건설노동자라는 남자 청취자의 전화를 받는다. 사회에 불만을 터뜨리는 남자와 짜증스레 설전을 벌이던 윤영화는 갑자기 엄청난 굉음을 듣는다. 방금 자신이 마포대교를 폭파했다는 남자의 고백. 남자는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2차 폭파도 불사하겠다고 협박한다.


상상되나요? 말·양이 뛰놀던 여의도

영화는 내내 방송사 건물을 떠나지 않는다. 국제금융센터(IFC) 자리 즈음, 마포대교가 곧장 내다보이는 장소다. 영화 전개상 국회의사당 위치를 조정한 걸 제외하면 63빌딩 등 랜드마크까지 실제 여의도를 판박이로 그려냈다. 그런데 왜 하필 여의도일까.



“정치·경제·언론 등 권력의 중심이 집결돼 있으니까요. 한국에서 ‘그만한’ 스카이라인을 가진 곳도 드물고요.” 이번 작품으로 상업영화에 데뷔한 김병우 감독이 말했다.



하긴 한강 이북의 마포에서 여의도를 바라본 적이 있다면 알 테다. 은빛 마천루가 빽빽한 섬의 전경은 SF 영화를 방불케 할 만큼 최첨단이란 인상을 준다. 한국의 ‘맨해튼’이란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조선시대까진 양이나 말 따위를 방목하던 외딴 모래섬이었다는 게 놀라울 정도다. 그러다 1916년 일제가 간이비행장을 만들면서 존재가 알려졌다. 지금의 여의도공원 자리였다. 광복 후 미군 비행장으로 쓰이던 여의도가 오늘의 모습으로 환골탈태한 건 68년 한강 개발 계획 덕이었다.



70년 마포와 영등포를 잇는 마포대교(당시 서울대교)가 뚫리면서 여의도는 발전에 가속도를 밟았다. 75년엔 태평로에 있던 국회의사당이 여의도로 옮겨왔다. 힘을 좇아, 돈을 좇아, 내로라하는 금융기관·방송사·정당 당사가 앞다퉈 자리를 잡았다. 그러니까 여의도의 유려한 스카이라인은 이들의 부단한 에너지가 만들어 낸 일종의 ‘바벨탑’인 셈이다.



우리네 삶을 조금은 윤택하게 만들어줬을지언정 인간사 욕망 추구엔 부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황금만능주의, 부실시공, 부정부패…. 그러고 보니 영화 속 마포대교와 또 다른 고층건물 붕괴 장면이 어딘가 낯이 익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경찰의 폭파범 진압 장면은 용산 참사 영상을 참고했고요.” 김 감독의 말에 뼈가 있었다.



영화에서 폭파범의 요구는 단순하다. 2년 전 마포대교 공사 현장에서 인부들이 억울하게 사고사한 사건에 대한 대통령의 공식 사과다. 대통령은 결국 사과를 할까. 여의도를 헤집어 놓는 영화의 결말은 직접 보고 확인하시길.



나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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