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즈 칼럼] 의원입법도 규제영향 평가하자

중앙일보 2013.09.06 00:10 경제 10면 지면보기
신해룡
호서대 교수
전 국회예산정책처장
규제는 ‘숨겨진 조세(hidden tax)’ 혹은 ‘숨겨진 예산(hidden budget)’으로 불린다. 정부가 규제를 통해 직접 예산을 투입하거나 세금을 따로 걷지 않고도 특정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못 디자인된 소위 ‘불량 규제’로 인한 정부 실패(government failure)는 당초보다 더 많은 예산을 잡아먹거나 예상치 못한 시장 왜곡을 초래한다. 또 급변하는 대내외 경제 환경 속에서 규제가 유연하고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이로 인한 국가경제 손실이 매우 크게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 위기 때마다 규제 완화를 추진했지만 오히려 규제가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만1000개 수준에서 2012년 말에는 1만4000여 개로 30%가량 늘었다. 올 들어서도 지난 5월 말까지 882개의 규제가 새로 도입됐다고 한다.



 민간 경제 활동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국가경쟁력에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외국의 경우 규제 관련 법안에 대해서는 사전에 규제 심사 혹은 규제영향평가를 실시해 불량규제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 제출 법안이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내용이 있을 경우 규제 심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많은 문제점으로 인해 실제 불량 규제를 효과적으로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입법의 경우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어 다행이다.



 문제는 의원발의 입법이다. 의원발의 법률안의 경우 이러한 절차가 없어 규제관리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심지어 행정부 내에서 규제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해 일부 부처가 의원들에게 입법을 부탁하는 소위 ‘청부입법’도 존재하는 실정이다.



 과거에는 의원발의가 활발하지 않아 정부입법으로 규제가 신설되거나 강화되는 사례가 많았다. 최근에는 의원입법에 의한 규제 입안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통과된 총 266건의 규제 관련 법안 중 219건(82.3%)이 의원발의안이었고 정부안은 불과 47건이었다. 규제 관련 법안의 80% 이상이 규제영향평가를 받지 않고 있는 셈이다.



 규제 개혁을 통해 국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가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입법에 대해서만 실시하고 있는 규제영향평가를 의원입법에 대해서도 확대 적용해야 한다.



 대부분의 법률은 국가 재정을 수반하거나 민간에 대한 규제를 수반한다. 재정 수반 법률에 대해서는 국가재정법과 국회법 제·개정을 통해 의원입법과 정부입법 모두 5년간의 비용 추계가 의무화됐다. 그동안 국회 산하 조직인 국회예산정책처에 전담 조직을 두어 의원입법에 대한 법안 비용 추계를 해왔고, 이를 통해 재정의 건전성 회복에 일조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제 규제 관련 법률이 초래할 각종 사회·경제적 영향도 면밀히 검토해 법안 심사가 보다 심도 있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새로 제정되는 법안뿐 아니라 기존의 규제도 주기적으로 효과를 점검해 꾸준히 정비해나가야 한다.



신해룡 호서대 교수

전 국회예산정책처장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