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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국립무용단 '신들의 만찬'

중앙일보 2013.09.06 00:09 종합 21면 지면보기
‘신들의 만찬’에서 각각 ‘산 자’(서 있는 사람)와 ‘왕무녀’를 맡은 송설과 장현수. [사진 국립극장]
졸리지는 않았다. 한국무용이 솔직히 그렇다. 스토리 잘 잡히지 않고 템포 느리다 보니 집중하기 쉽지 않다. 별로 재미 없다는 얘기다. 그에 비해 국립무용단의 ‘신들의 만찬’(안무 윤성주, 7일까지 국립극장 KB하늘극장)은 막을 내릴 때까지 80여분간 긴장이 유지된다. 대중과 눈높이를 맞추려 애쓴 흔적, 역력했다.


강렬한 변신, 그런데 이 허무함은 무엇일까

 국립무용단은 분명 변신 중이었다. 시작은 상반신 노출로 화제가 됐던 지난 4월 공연 ‘단(壇)’이었다. 대중은 ‘벗은 몸’을 클릭했지만 정작 공연장을 찾은 관객은 ‘벗지 않은 몸’에 열광했다. “한국무용이 이토록 섹시한 줄 새삼 알았다”란 반응이었다. 두꺼운 한복이 아닌 착 달라붙는 현대적 의상은 무용수의 가녀린 몸과 화학작용을 빚으며 세련된 관능미를 한껏 분출했다.



 ‘신들의 만찬’은 이후 국립무용단의 첫 신작이다. 이번에도 강렬함은 여전했다. 초반부 다소 지루하게 진행되던 작품은 어두움 속에 숨어 있던 무당들이 등장하며 속도감을 끌어올렸다. 작품엔 죽은 자를 심판하는 열 명의 신이 나오는데, 이승에 살아 있는 자들이 죽은 이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이들 신에게 걸쭉한 한판 굿을 벌인다는 게 큰 줄기다. 죽음, 망자, 저승사자 등 자칫 어둡거나 무서운 대상들이 코믹하고 친근하게 그려진다. ‘죽음을 바라보는 경쾌한 시선’이란 작품 주제가 나올 수 있는 배경이었다.



 극장 천장이 열리고, 무대 공간을 분할하는 등 다양한 연출도 눈에 띈다. 막판 헤드폰을 낀 트레이닝복 차림의 여성이 등장하는 것도 고루한 한국 무용에선 좀체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그럼에도 선뜻 엄지손가락을 올리기는 힘들었다. 전체적인 톤이 일정하지 않은 채 흔들렸고, 주인공 장현수와 조재혁의 춤은 있었지만 예술감독 윤성주의 안무가 감지되진 못했다. 예전 한국무용의 갑갑함을 벗은 새로운 시도였지만 그 이상의 ‘무엇’이 없었다.



최민우 기자



★ 5개 만점, ☆는 ★의 반 개



★★★☆(무용평론가 장인주):화려한 율동만으로 극락정토를 만날 수는 없었다.

★★★(최민우 기자):의욕이 너무 컸나. 시작은 좋았지만 갈수록 힘이 달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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