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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빵' 크라운베이커리, 25년 만에 추억 속으로

중앙일보 2013.09.06 00:06 경제 6면 지면보기
크라운베이커리의 빵과 케이크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크라운제과는 5일 “앞으로 빵은 만들지 않고 과자 사업에만 집중하기로 했다”며 “이달 말로 크라운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사업에서도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회사 측은 이달 3일 가맹점주들에게 “더 이상 정상적인 가맹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보냈으며, 10여 개 점포를 제외하고는 가맹점주와의 보상금 협의도 마쳤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과점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대형 업체가 25년 만에 문을 닫는 것이다.


이달 말 프랜차이즈 사업 철수
800곳 넘던 가맹점 급감, 경영 악화
카페베네 등과 매각 협상 벌이다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돼 결렬
"잇따른 규제 탓 문 닫아" 지적도



 크라운베이커리는 1990년대만 하더라도 부동의 업계 1위였다. 88년 서울올림픽 당시 크라운제과에서 별도 법인으로 분리되며 가맹사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한때 가맹점 수가 800개를 넘기도 했다. 90년대 초 제과업계 최초로 TV 광고를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위기를 맞았다. 모기업인 크라운제과가 이때 부도를 내면서 한창 급성장하던 제과업 프랜차이즈 시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다.



한 대기업 제과 프랜차이즈업체 임원은 “90년대 말 사업 진출 당시 크라운베이커리에 밀려 3~4년 정도는 고전할 것으로 봤지만 업계 1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투자에 소홀해 시장에 쉽게 안착했다”고 말했다.



 한번 악화된 경영상태는 개선되지 않았다. 크라운베이커리의 가맹점은 2010년 252개에서 2011년 160개로, 지난해에는 97개로 줄어들었다. 폐업을 앞둔 현재 가맹점은 70개다. 2011년 당기순손실 41억원을 낸 뒤 지난해 말에는 25년 만에 크라운제과에 재합병됐다. 상황이 악화되자 가맹점주들은 올 6월 “본사가 반품 거부와 케이크 배달 서비스 폐쇄 등으로 ‘자연 폐업’을 유도하고 있다”며 회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



 크라운베이커리에도 마지막 기회는 있었다. 모기업인 크라운제과가 지난해 말부터 베이커리 사업 진출을 모색하던 카페베네 등 국내 업체,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사모펀드와 매각협상을 한 것이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겼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올 2월 제과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것이다. 이 때문에 크라운은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기존 점포에서 반경 500m, 지난해 말 기준 전체 2% 이내’라는 동반위의 신규 출점 기준에 따르면 크라운베이커리는 매년 가맹점을 하나 늘리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인수 희망자들은 더 이상 제과사업은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연매출 200억원이 넘는 대기업은 기존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인수 희망 기업들과의 협상을 아예 포기해야만 했다.



크라운베이커리 관계자는 “사업을 팔더라도 브랜드나 가맹사업은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봐 매각협상을 했지만 결국 잇따른 규제 때문에 매각이 불발됐다”며 “사업 철수는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크라운베이커리의 매출(2012년 기준)은 296억원으로 대기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중소기업(연매출 200억원 이하, 자본금 80억원 이하)이 인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잇따른 규제의 부작용으로 살릴 수도 있었던 기업이 문을 닫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엑시트(사업 매각 후 철수) 부문에서 일반 기업에 대해선 벤처기업과 다른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주영(벤처중소기업학) 숭실대 교수는 “정부가 벤처기업에 대해서는 M&A를 쉽게 할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반면 제과업에 대해선 ‘골목상권’이란 이유만으로 정반대의 기준을 들이대고 있다”며 “이런 조치가 이어지면 자영업자들까지 시장 바깥으로 내모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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